"사퇴" 美공화 디샌티스 표, '트럼프 vs 헤일리' 누구에게 갈까?

(안케니 로이터=뉴스1) 조소영 기자 =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이자 플로리다 주지사인 론 디샌티스가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아이오와주(州) 안케니에서 열리는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 투표에 앞서 열린 유세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2024.1.14 ⓒ 로이터=뉴스1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주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21일(현지시간) 후보에서 사퇴하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자 온건 보수표가 많은 뉴햄프셔의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 어떤 파장이 일지 주목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의 양자 대결로 좁혀진 가운데, 헤일리가 디샌티스의 표를 더 많이 흡수해 역전승을 거둔다면 '트럼프 대세론'을 뒤집을 절호의 찬스를 잡을 수 있다. 반대로 드샌티스의 표가 트럼프에게 쏠리면, 트럼프의 승기가 굳어져 헤일리 역시 사퇴 압박에 놓일 수 있다.
디샌티스 후보 사퇴…헤일리 "최고의 여성이 승리하길"21일 디샌티스 주지사는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나는 오늘 선거운동을 중단한다"며 사퇴 결정을 공식 발표했다. 그는 "공화당 경선에 참여하는 유권자 다수가 트럼프에게 다시 기회를 주고 싶어한다는 게 명확해졌다"며 "트럼프는 현직 대통령인 조 바이든보다 우수하다"고 말했다.

(엑스터 AFP=뉴스1) 최종일 기자 = 미국 2024 대선 공화당 경선 주자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를 이틀 앞둔 21일(현지시간) 뉴햄프셔 엑스터에서 '겟 아웃 더 보트'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2024.01.21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트럼프 전 대통령은 디샌티스의 지지 선언 직후 디샌티스를 조롱하는 데 썼던 '디샌티모니어스'라는 별명을 폐기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뉴햄프셔 주 본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그 이름(디샌티모니어스)은 공식적으로 은퇴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디샌티스(DeSantis)'와 '신성한 체하다'라는 뜻의 '샌티모니어스(sanctimonious)'를 합쳐 '디샌티모니어스'라는 별칭을 사용하며 디샌티스를 깎아내린 바 있다.

디샌티스는 2022년 11월 플로리다 주지사 선거에서 압승해 대권 주자로 자리매김했고, 한 때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를 누르며 '트럼프 대항마'로 부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디샌티스 지지율은 그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영토 전쟁'이라고 발언한 이후 추락했다. 낙태에 보다 강경한 입장을 피력한 것도 '마이너스'로 작용했다. 아이오와 코커스에 선거 자금을 집중적으로 쏟아부었지만 큰표 차이로 2위에 그치자 트럼프를 이길 동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디샌티스 지지층 다수 트럼프 지지…헤일리에 불리?뉴햄프셔 경선(23일)을 불과 이틀 앞두고 디샌티스가 사퇴하자 헤일리의 지지자들은 환호하고 있다. 하지만 디샌티스의 퇴장이 헤일리에게 약인지 독인지 분명치 않다. 오히려 트럼프 득표율을 50% 미만으로 가둬놓기 어려워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뉴햄프셔 공화당 전략가 마이크 덴니는 폴리티코에 "이제 트럼프가 뉴햄프셔에서 60%의 득표율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밝혔다.

(로체스터 로이터=뉴스1) 정지윤 기자 = 공화당 프라이머리를 앞두고 있는 21일(현지시간) 미국 뉴햄프셔주 로체스터에서 열린 선거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2023.01.21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뉴햄프셔는 트럼프가 그나마 약세를 보이는 주다. 헤일리는 크리스 수누누 뉴햄프셔 주지사가 지지를 선언한 이후 지지율이 급등했다. 여기에 디샌티스의 협공으로 그동안 트럼프의 당내 지지율은 50%를 밑돌았으나 헤일리의 상황은 여유 있지 않다.


오는 23일 뉴햄프셔 경선은 프라이머리 방식으로 당원이 아니어도 참가가 가능하다. 얼마나 많은 무소속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하고 누구에게 투표하는지가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선거 관련 통계 사이트인 파이브서티앤드에이트(538)의 21일 기준(디샌티스의 사퇴 전) 여러 여론조사 결과 평균치에 따르면 뉴햄프셔에서 트럼프의 지지율은 48%로 1위다. 헤일리가 격차를 많이 좁혔지만 34%로 여전히 차이가 난다. 드샌티스는 약 5%로 먼 3위였다.

여기에 이날 오전 발표된 뉴햄프셔 대학/CNN 여론조사에 따르면 드샌티스 지지자의 62%는 트럼프를 다음 선택지로 지지하겠다고 답했다. 헤일리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30%에 불과했다. 서퍽대학교/보스턴글로브/NBC10보스턴의 일간 추적 여론조사에서는 드샌티스 지지자의 57%가 두 번째 지지 후보로 트럼프를 선택하겠다고 답했고 33%만 헤일리를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남노 vs 여소(男老 vs 女少)…'스윙 스테이트' 뉴햄프셔 표심은?헤일리는 아이오와에서 득표율 3위에 그친 후 뉴햄프셔에 올인하고 있다. 중도 성향의 공화당원과 무소속 후보들이 트럼프의 대안으로 자신을 지지하면 뉴햄프셔에서 승리를 찍고 2월 24일 고향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열리는 다음 예비경선을 앞두고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워싱턴DC 로이터=뉴스1) 정윤미 기자 =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2018.10.9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헤일리는 이날 오후 성명에서 "우리는 대관식의 나라가 아니고 지금까지 단 한 주만 투표를 실시했을 뿐"이라며 "유권자들은 우리가 다시 트럼프와 바이든의 길을 갈지 아니면 새로운 보수의 길을 갈 것인지 발언할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또 "이제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만 남았다"며 "최고의 여성이 승리하길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공화당 전략가이자 뉴햄프셔 출신인 매튜 바틀렛은 디샌티스 사퇴 영향에 대해 "마치 전직 대통령(트럼프)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뉴햄프셔에서 그녀(헤일리)를 끝장내고 MAGA(Make America Great Again·MAGA, 트럼프의 선거 구호)의 땅으로 돌아가자'는 개념으로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