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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3개월째 매출 0원, 자식 적금도 깼다"…종이빨대 회사 첫 도산

머니투데이
  • 서산(충남)=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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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06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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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사용 규제가 무기한 연기된 지 3개월 만에 종이빨대 회사가 도산하는 일이 벌어졌다. 종이빨대 업황이 침체할 것은 예상됐지만, 회사가 실제로 도산한 것은 처음이다. 해당 회사는 기술 특허도 획득했고, 미국 수출길도 열었지만 국내 시장에서 주문이 '0'으로 급감한 타격을 감내하지 못했다. 특히 규제 연기를 사전에 예고 받지 못했고, 정부의 금융 지원도 받지 못한 타격이 컸다.


나흘 전까지 "규제 시행한다"더니...설비 증설 고스란히 손해로


누리다온은 지난해 11월 플라스틱 사용 규제가 시행되는 시점에 맞춰 생산량을 늘린 탓에 3억원 어치 종이빨대 2500여만개가 재고로 쌓이게 됐다. 한지만 대표는 환경부 홈페이지에 규제 시행이 포스터 등으로 안내되고, 나흘 전 통화에서 규제에 변동이 없다는 답을 받아 규제가 시행되는 줄 알았다고 한다. 아들 이름을 딴 회사지만 한 대표는 누리다온의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사진=김성진 기자.
누리다온은 지난해 11월 플라스틱 사용 규제가 시행되는 시점에 맞춰 생산량을 늘린 탓에 3억원 어치 종이빨대 2500여만개가 재고로 쌓이게 됐다. 한지만 대표는 환경부 홈페이지에 규제 시행이 포스터 등으로 안내되고, 나흘 전 통화에서 규제에 변동이 없다는 답을 받아 규제가 시행되는 줄 알았다고 한다. 아들 이름을 딴 회사지만 한 대표는 누리다온의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사진=김성진 기자.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충남 서산의 종이빨대 회사 누리다온은 이달 기업 청산 서류를 준비하고 있다. 한지만 대표는 "막내 아들의 이름을 따 회사를 설립했지만 도저히 버틸 수 없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직원들을 해고하기 전 마지막 인건비를 지급하기 위해 아내와 신용대출을 받은 탓에 추가로 대출을 받지 못했다.

누리다온이 마지막 종이빨대 주문을 받은 것은 지난해 10월24일이다. 이후 3개월째 매출이 0에 가까워 공장 임대료(375만원)와 전기료(60만원) 독촉을 받고 있다. 한 대표는 세 자녀와의 생활비도 감당할 수 없어 자녀 명의로 들었던 적금 상품을 전날(5일) 해지했다.


주문이 끊긴 시점은 같은해 11월7일 환경부가 플라스틱 사용 규제를 무기한 연기하기 보름 전이다. 환경부가 2022년에도 규제를 1년 연기한 선례가 있어 고객들과 도매업자들은 서둘러 물량을 확보하기보다 주문을 보류하고 있었다. 반대로 종이빨대 업계는 규제가 예정대로 시행된다고 예상했다. 환경부가 업계에 따로 예고한 것이 없고, 홈페이지에 규제 시행이 안내도 돼 있었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규제 연기 나흘 전까지 통화에서 환경부 담당자는 '규제에 변동이 없다'고 안내했다"고 주장했다.
누리다온의 생산설비 일부는 1월말 압류표목(빨간딱지)이 붙었다. 중소벤처기업부 기술보증기금의 금리지원으로 받은 대출금 1억8000만원을 상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환경부에 조율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사진=김성진 기자.
누리다온의 생산설비 일부는 1월말 압류표목(빨간딱지)이 붙었다. 중소벤처기업부 기술보증기금의 금리지원으로 받은 대출금 1억8000만원을 상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환경부에 조율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사진=김성진 기자.
누리다온은 지난해 대출을 받아 생산 설비를 증설까지 했다. 2022년에 규제 시행을 앞두고 종이빨대 주문 폭주 사태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당시 고객들은 규제가 시행될 거라 예상하고 종이빨대 수백만개를 선금으로 구매했다. 공장이 주문량을 감당하지 못해 배송차 4~5대가 공장 앞에서 빨대를 기다렸다. "왜 우리 안 주고 다른 데 줬느냐"고 욕하는 고객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는 규제가 명확한 유예기간 없이 연기됐다. 사실상 규제가 폐기된 것으로 풀이된다. 환경부는 플라스틱 빨대를 무분별하게 쓰자는 취지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단속·처벌이 없기 때문에 주문도 끊기고, 누리다온은 거래처가 취소, 반품한 2000만원 어치 손실까지 감내했다. 누리다온은 환경부 발표 이튿날 생산을 중단했지만, 규제 시행에 맞춰 생산량을 늘렸던 탓에 3억원 어치 종이빨대 2500만여개가 재고로 쌓였다.

누리다온은 설비 증설 과정에 중소벤처기업부 기술보증기금의 보증 지원으로 시중은행에서 대출한 1억8000만원을 상환하지 못해 보름 전 생산 설비 일부에 압류표목(빨간딱지)이 붙었다. 누리다온은 환경부에 만기 연장 등을 조율해달라고 요청했고 환경부가 시중은행과 협의에 나섰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아들 생각해 개발한 식용 접착제로 특허...이틀 지나도 안 풀어지는 빨대


한지만 누리다온 대표는 10여년 조립식 패널 건설사업을 하다가 환경부의 일회용품 규제를 사업 기회로 여겨 종이빨대 회사를 창립했다. 초등학생 아들이 접착제를 입에 가져가는 것을 보고 친환경에 먹을 수 있는 접착제를 직접 개발했다. 특허까지 받았지만 경영 악화로 기업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사진=김성진 기자.
한지만 누리다온 대표는 10여년 조립식 패널 건설사업을 하다가 환경부의 일회용품 규제를 사업 기회로 여겨 종이빨대 회사를 창립했다. 초등학생 아들이 접착제를 입에 가져가는 것을 보고 친환경에 먹을 수 있는 접착제를 직접 개발했다. 특허까지 받았지만 경영 악화로 기업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사진=김성진 기자.
한 대표는 조립식 패널 건설사업을 하다가 환경부의 일회용품 규제를 사업 기회로 여겨 2018년 누리다온을 창립했다. 당시 유치원에 다니던 아들이 접착제를 입에 대는 모습을 보고 미역, 계란 흰자 등으로 인체에 무해한 식용 접착제를 직접 개발했다. 화학제품이 전혀 들어가지 않아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안전 검사가 필요 없다고 했지만, 확실히 하자는 마음에 국내 한 대학에서 법정 검사를 받아 유해성이 수돗물 수준으로 낮다는 결과를 받았다.


누리다온은 식용 접착제로 특허를 받았다. 빨대는 물에 담그고 이틀이 지나도 풀어지지 않게 개발했다. 코로나19(COVID-19) 전에는 종이빨대를 미국으로 수출도 했다. 한 대표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자는 유엔 차원의 협약도 있고, 종이빨대는 앞으로 가야할 방향인데 직접 개발한 제품들로 사업을 이어 나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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