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200만…일본의 얼굴이 달라지고 있다" [dot보기]

"외국인 노동자가 200만명을 돌파하면서 나라의 얼굴이 바뀌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이 주목한 일본의 외국인 노동자 현황이다.

대체 얼마나 늘었길래 국가의 인상이 바뀐다는 걸까. 일본 후생노동성이 지난달 말 발표한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지난해 일본의 외국인 노동자수는 204만명을 넘었다. 엔데믹 이후 외국인 유입에 속도가 붙으면서 지난해 증가율은 12.4%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장기 시계열 데이터를 보면 외국인 노동자수 증가 추이가 더 뚜렷하다. 2008년 일본의 외국인 노동자는 총 49만명, 불과 15년 만에 4배로 늘었다. 저출산이 심화돼 구조적으로 노동력을 조달하기 어려워지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보수적인 일본의 지역 사회는 전례 없는 속도로 '개방' 압력에 놓여 있다. 공장의 조립 라인이나 건설 현장, 농가, 노인 간병 등 인력 부족이 심해 외국인 유입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로이터=뉴스1) 정윤영 기자 = 일본 도쿄에서 남성들이 모여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은 본문과 직접적 관계 없음. 2023.03.31.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일본의 만성적인 노동력 위기는 1995년 생산가능인구가 정점을 찍은 이후 계속되고 있다. 1년 전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저출산으로 인해 "일본은 이제 사회적 기능을 유지할 수 없는 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일본국제협력기구의 연구에 따르면, 일본은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40년에 674만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일본 중소기업의 3분의 2 이상이 인력난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데이코쿠 데이터뱅크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인력난으로 인한 파산 건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국인 노동자를 공급하고 감독하는 히로시마 소재 기관인 사이카이쿄의 이케다 준지 사장은 블룸버그에 "일본은 대량 외국인 이민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며 "점진적인 조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의 국가 경제와 생활수준, 복지시스템을 유지하려면 현실적으로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최선의 희망일 수 있다. 일본 정부도 이를 의식해 외국인의 근로환경을 개선하고 새 회사로 쉽게 이직할 수 있게 외국인 노동자 프로그램을 완화하기로 했다. 해외에서 인력을 소싱하는 9300개 이상의 에이전시 중 하나인 사이카이쿄의 이케다는 "새 시스템이 인력 확보를 위한 것임을 분명히 한 게 중요한 변화"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2021년 서울 성동구 성수동 수제화업체에서 한 장인이 제품을 만들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0년간(2010년~2020년) 제조업 근로자의 고령화 추이를 분석한 결과 50대 이상 제조업 근로자의 비중이 2010년 15.7%에서 2020년 30.1%로 14.4%p 증가했다. 한경연은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2026년부터 한국의 제조업 근로자 평균연령(44.9세)은 미국(44.6세)과 일본(43.6세) 모두 넘어서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1.8.23/뉴스1

다만 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일본의 이민자 인구는 약 2%로 G7(주요 7개국) 중 가장 낮다. 차이도 크다. 나머지 6개국은 일본과 달리 비중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고립된 섬 나라였던 일본은 개혁를 거쳐 문호를 개방한 지 1세기 반이 지났지만 여전히 외국인에게 보수적 시선이 강한 나라다.

오이즈미마치 관광협회의 오노 슈이치 부회장은 "일부 사람들은 여전히 외국인을 (동일한) 인간이라기보다는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노동력 단위로 생각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노동을 대신 해주는 존재가 아니라 국가 구성원의 일부로 기존 관점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인 근로자가 뿌리를 내리고 살 수 있도록 여건을 갖추는 것은 일본 사회의 다음 숙제로 꼽힌다. 이는 노동력을 보다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한편, 인구 소멸 위기를 맞은 지역에서 상점이 문을 닫지 않도록 하는 등 지역사회를 유지시키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해 9월 13일 오후 경기 광주시 외국인 근로자 고용 사업장인 젠제노를 방문해 외국인 노동자 고용허가제 관련 산업현장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2023.9.1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히로시마 분쿄 대학의 이와시타 야스코 부교수는 "일본이 외국인을 반복적으로 돌려보내는 것보다 장기 체류 의사가 있는 외국인을 환영하는 것이 더 낫다"며 "외국인 노동자 수용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얘기가 많지만 그들도 납세자이자 소비자"라고 밝혔다.

지난해 한국의 외국인 노동자수는 약 39만명. 일본의 5분의 1에 그치고 조선족을 제외한 순수 외국인 노동자는 그보다 적다. 하지만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로 우리도 일상 곳곳에서 외국인 노동자 '수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본의 인력 확보 정책을 살펴봐야 할 이유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일 "역대 최대 16만5000명의 외국 인력을 도입해 제조업과 건설업 분야의 고질적 인력난을 해소하겠다. 우수 외국인 유학생의 취업 허용 기간을 확대하고 전문분야의 인턴 활동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