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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체험을 파는 '유니크 베뉴'[기고]

머니투데이
  • 김세원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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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15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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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철도가 놓인 정원을 지나 입구에 들어서니 물이 떨어지는 유리벽을 타고 양치류가 자라고 낯선 간판들이 눈에 들어온다. 테라리움, 곡물저장소, 종자보관소, 수생식물원. 2층 벽에는 식물의 세밀화가 걸려있고 잎사귀 표본들과 각종 실험기구가 배열돼 있다. 영낙없는 식물학과 강의실인데 실제로는 지난 가을에 가 본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의 '새비지 가든'이란 비건 카페다. 근처 음식점 '부처스 밸리'는 지질학과가 콘셉트로 원광석을 운반하는 수직 도르래와 각종 광산 장비를 갖췄다.

성수동의 태국음식점 '살라댕템플'도 음식점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뜨리는 곳이다. 문을 열면 수풀이 우거진 수심 1m의 호수가 펼쳐져 배를 타야만 들어갈 수 있다. 폐인쇄공장을 리모델링한 건물 안에 들어서면 거대한 불상과 물이 찰랑거리는 작은 연못, 높은 천장에 매달린 선풍기 등이 만들어내는 이국적인 분위기에 압도된다. 그저 문을 통과해 들어왔을 뿐인데 마치 태국의 어느 사원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종로구 창신동, 좁은 오르막길을 올라가면 일제 강점기 채석장이었던 '절벽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깎아지른 화강암 절벽 주위로 낡은 주택과 점포들이 빼곡한데 카페 안으로 들어가면 층마다 절벽 쪽으로 나있는 대형 통유리창 밖으로, 믿기지 않는 풍경이 펼쳐진다. 낙산공원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남산타워 등 서울 도심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카페 '테르트르', '창창', '도넛정수' 등 도심 조망과 이색 인테리어를 앞세운 점포들이 속속 생기면서 '절벽마을'이 핫플로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경리단길과 성수동, 창신동의 이색 음식점들은 모두 '글로우서울'이란 기업이 기획해 개발한 곳들이다. 스스로를 공간기획업체로 정의하는 '글로우서울'은 낙후된 지역의 집들을 독특한 컨셉트로 리모델링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인증샷이 끊임없이 올라오는 성지로 만들고 있다.

예전에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중요했지만 이제는 '시성비(시간 대비 성능)'가 더 중요한 시대다. 비용과 상관없이 시간 대비 가장 큰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을 선호한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온라인에서 대부분의 일상을 해결할 수 있게 된 지금, 사람들을 집밖으로 끌어내 특정 공간에 오래 머물게 하려면 오프라인 공간만이 주는 강점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


이색적인 볼거리와 찍을 거리가 가득한 매장에는 사람들이 몰린다. 자신의 소비 행위를 사진으로 증명하고 이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며 만족감을 극대화할 수 있어서다. 디지털 혁신이 아무리 가속화되더라도 온라인이 절대 따라올 수 없는 영역은 소비자의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는 체험이다. 시각과 미각 뿐 아니라 후각, 청각, 촉각까지 두루 만족시키는 독특한 경험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은 단골 방문객을 넘어 팬덤이 탄생한다.

팬덤을 주도하는 그룹은 개성과 재미를 중시하는 MZ세대다. 디테일에 진심을 다해 가상의 상황을 완벽하게 재현한 공간이 SNS 인증샷의 성지로 각광받는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핵심 콘텐츠를 바탕으로 독특한 체험을 선사하는 '유니크 베뉴(unique venue)'가 관광산업을 견인하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세원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
김세원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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