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로 돌아온 최우식 "죽어마땅한 사람은 없다" [인터뷰]

/사진=넷플릭스

배우 최우식(33)이 '살인자ㅇ난감'으로 연기 변신에 성공, 또 한 번 전 세계 영화 팬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했다.


최우식은 '거장' 봉준호 감독이 배출한 세계적 스타 중 한 명. 오스카상 4관왕에 빛나는 봉 감독의 레전드 명작 '기생충'(2019)에서 기우 역할을 맡아 글로벌 시장을 휩쓴 바 있다. 특히 그는 날것의 생동감에 특유의 개성을 버무린 연기 톤으로 오늘날 팍팍한 현실의 청춘을 대변,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탄탄하게 구축해왔다.



지난 9일 선보인 신작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살인자ㅇ난감' 역시 최우식만의 독보적인 색깔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제대로 취향 저격했다. 극 중 그는 이탕으로 분해 결이 다른 연쇄살인범 캐릭터를 완성한 것이다. 평범한 대학생에서 범죄자들을 살해하는 연쇄살인범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섬세한 감정선으로 선과 악의 경계에 선 고뇌를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 작품의 몰입도를 끌어올린 최우식이다.


그는 꼬마비 작가의 동명 원작인 웹툰을 찢고 나온 듯한 싱크로율 높은 열연으로 호평을 한몸에 받고 있다. 이에 '살인자ㅇ난감'은 공개 단 3일 만에 310만 시청 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전 세계 안방극장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비영어 TV 부문 2위에 등극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을 비롯해 볼리비아, 인도, 카타르, 홍콩, 싱가포르, 베트남 등을 포함한 총 19개 국가에서 톱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최우식은 14일 진행된 아이즈(IZE)와의 인터뷰에서 "주변에서 '살인자ㅇ난감'을 잘 봤다는 연락을 정말 많이 받았다. 드라마 '그해 우리는' 때보다 연락이 많이 와서 기분이 좋더라. 이미지가 바뀌어서 좋았다는 얘기도 듣고, 이런 뜨거운 반응이 신기하다"라고 수줍은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원작이 있는 작품을 연기할 때는 많이 부담이 되고 고민도 된다. 그렇지만 캐스팅된 이후부터는 저희가 드라마를 만들어 가는 것이지 않나. 다행히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아마 이런 찬사는 모두 이창희 감독님 덕분인 듯싶다. 제가 더 오버를 하든지 했다면 못 보겠는 장면이 분명 있었을 텐데 그런 부분을 감독님이 잘 잡아주신 것 같다"라고 겸손하게 공을 돌렸다.


'살인자ㅇ난감'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선 "저는 감정을 폭발적으로 표출하는 것보다 담백한 연기 쪽이 좀 더 맞는 거 같다. '살인자ㅇ난감'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도 그래서 더 욕심이 많이 났다. 다른 배우들이 했을 때와 내가 하면 어떻게 달라질까 궁금했고, 그걸 많이 재미있어 하는 거 같다"라고 답했다.




연쇄살인범 역할을 위해 외적인 변화를 시도, 색다른 얼굴을 드러낸 최우식. 이에 대해 그는 "벌크업은 시도를 하긴 했는데 사람이 잘 안 바뀌더라. 마른 게 콤플렉스이다. 이번에 최대 몸무게를 찍긴 했지만 얼굴만 많이 쪄서, 이탕의 힘든 이미지와 안 맞아 멈췄다. 너무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다른 면을 보여드려야겠다 싶기도 했다. 그래서 일부러 태닝을 많이 하고 눈썹 염색을 했다. 눈썹으로 사람의 인상이 많이 달라진다 하여, 그걸 제가 많이 어필했다"라고 쏟은 노력들을 전했다.


최우식은 이탕에 대해 "이 친구가 지극히 평범한 대학생인데 우발적이긴 하지만 살인을 경험한 인물이지 않나. 원작이 만화라 바닥에 붙어있는, 현실에 있을 법한 생각을 계속했다. 이탕이 연쇄살인범으로서 타협한 부분은 어디일까, 이 지점이 가장 고민이었는데 사실 이탕도 결국 타협을 못했다는 생각이다. 변화를 했어도 이탕은 끝까지 이탕이었다. '나쁜 사람을 죽여야 해' 하며 움직이긴 했으나 노빈(김요한) 앞에서 '무섭다'라고 울부짖었던 게 이탕의 가장 진실된 모습을 보여준 장면이었다고 본다"라고 설명하며 고심의 흔적을 내비쳤다.




이탕과 같은 '악인 감별' 능력이 생긴다면 어떤 선택을 내렸을까. 최우식은 "정당한 살인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라는 물음에 "살인은 무조건 안 좋다"라고 단호히 답했다. 그는 "이탕이 죽인 사람 중 죽어마땅한 사람은 없었던 거 같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론 이탕의 능력은 축복이 아닌 저주다. 이탕이 경찰에 신고를 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저라면 살인 대신 계속 신고를 하고 다녔을 거다. 실제로 1년에 1만 2,000번이나 신고를 하여 불법 주차를 못하게 만든 '프로 신고러' 시민이 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실제 저는 경찰에 신고해 본 적이 없긴 하지만, 저도 '프로 신고러'가 될 거 같다. 아무튼 나쁜 사람들은 다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최우식은 '살인자ㅇ난감'의 촬영 당시를 떠올리며 "분위기가 영화 '사냥의 시간' 찍을 때와 비슷했다. (손)석구 형, (이)희준 형, (현)봉식 형, (이)창희 감독님 등 다들 막 개그 욕심을 많이 냈다. 스케줄 표에 '오늘의 한마디' 이런 게 있는데 거기에 말도 안 되는 농담들을 많이 적으며 긴장을 풀었다. 드라마와 달리 현장 분위기는 '하하 호호' 하면서 기분 좋게 촬영했다. 특히 연기 학원처럼 감독님, 형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며 함께 만들어가는 그런 과정들이 진짜 재밌었던 거 같다"라고 남다르게 추억했다.


그는 "정말 재밌게 찍은 작품이 안 될 때와, 정말 고생하며 찍었는데 안 된 건 천지 차이다. '살인자ㅇ난감'은 진짜 행복하게 촬영한 작품이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내 최우식은 "저는 정말 천운으로 행복하게 이런 직업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일할 때만은 쉴 때와 비슷하게 즐기면서 하려 한다. 지금은 아예 없지만 저도 예전엔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갈증, 욕심이 생겼을 때가 있었고 그 욕심이 제 발목을 잡았을 때도 있었다"라고 솔직하게 고백, 눈길을 끌었다.


그는 "처음 시작이 주인공 옆에서 도움을 주거나 아니면 분위기를 띄워주거나 그런 역할들을 많이 해서 나도 멋있는 게 하고 싶었다. 영화 '거인'(2014) 끝나고는 주로 고등학생 역할, 학원물이 많았다. 교복이 입기 싫었고 나도 말 타면서 총도 쏴보고 싶고 샤워도 하고 싶고 그랬다. 근데 연기를 하다 보니 제가 해온 캐릭터들이 쌓아 올려지면서 재미가 생기더라. 언젠가 얼굴에 나이테가 더 생기고, 나도 모르게 이미지 체인지를 할 때가 분명 있을 거란 생각이다. 지금 이탕을 맡은 것처럼. 이탕도 예전이었으면 분명 안 어울리는 옷이었을 거다. '보기 거북한데'라는 반응이 나왔을 텐데 지금이라 나쁜 것보다 좋은 반응이 나온 것 같다. 이렇게 이미지 체인지가 저절로 되어가는 걸 기다리고 있다. 저는 모든 역할에 오픈이 되어 있다"라고 솔직한 생각을 털어놓았다.


이처럼 최우식은 데뷔 14년 차에도 한결같이 뜨거운 연기 열정을 불태우며 도약을 기대하게 했다. 그는 "앞으로의 연기에 걱정이 많다. 저도 이제 나이가 드니까 무르익은 연기를 해야 할 텐데 싶어서. 고등학생 연기를 정말 많이 해봐서 이제 누구보다 그건 잘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나중에 아이 아빠나 신혼부부 이런 모습들은 과연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을까 고민이다. 물론 이를 실제로 안 해 봐도 잘 표현해 내야 하는 게 배우이긴 한데 제가 워낙 걱정과 고민이 많다. 서른 중반, 마흔 중반 그때는 도대체 내가 어떤 걸 경험하고 내가 갖고 있는 우물은 무엇일까, 보여드려야 할 때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그런 걱정과 고민이 있다"라고 부단히 노력하는 자세를 엿보게 했다.


이어 그는 "'거인'의 영재도 '기생충'의 기우도 '살인자ㅇ난감'의 이탕도 다 저다. 캐릭터를 연기할 때 저도 모르는 제 얼굴들이 나오는 거 같다. 이걸 어떻게 하면 좀 다르게 보여줄 수 있을까, 그 고민의 과정들을 지난 10년 동안 계속해왔던 거 같다. 다행히 보시는 분들이 아직까진 좋게 봐주셔서 여태까지 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똑같은 내 안에서 어떻게 더 다른 모습이 있을까, 어떻게 하면 제가 맡은 역할을 거부감 없이 잘 보여드릴 수 있을까가 고민이고 숙제다. 제가 빵 터져서 지난 10년 동안 온 게 아닌 것처럼, 지금까지 해온 걸 쭉하면서 앞으로도 재밌게 즐겁게 하고 싶다"라고 열의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