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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고 직전 도주, '도주죄' 아니다…나돌아 다니는 범죄자 잡을 방법은

머니투데이
  • 조준영 기자
  • 천현정 기자
  • 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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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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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감옥 대신 거리 활보하는 그들(下)



옥살이 대신 나돌아 다니는 범죄자 '득실'…법원·검찰은 제 주장만


선고 직전 도주, '도주죄' 아니다…나돌아 다니는 범죄자 잡을 방법은
실형이 확정됐지만 교도소에 갇히지 않은 '자유형 미집행자' 수천명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지만 법조계의 해법 고민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검찰은 미집행자의 소재 파악과 추적을 위한 압수수색, 사실조회 등 강제조사 수단을 보완해야 한다는 반면, 법원은 도주한 이들을 잡는 것보다는 형이 확정되기 전 피고인들의 출석을 확인해 미집행자 발생 자체를 줄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法, 과잉금지원칙 위배 가능성…'피고인 출석확보'가 선결과제

법원과 검찰의 입장차는 2년 전에도 확인됐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2022년 9월 미집행자의 소재를 확인하기 위해 압수수색 등의 강제조사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검찰과 법원행정처가 이견을 보이면서 법안 처리가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이다.

김형두 법원행정처차장은 2022년 11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입법취지는 공감하지만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법무부와 협의해 별도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법원행정처는 지난해 7월 별다른 대안 제시 없이 신중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국회에 냈다.

소재불명인 경우뿐만 아니라 소재를 단순히 확인하기 위한 압수수색을 허용하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게 법원의 입장이다. 법원은 수사절차상 제도인 압수수색 등을 형집행단계에서 활용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두고도 신중한 입장이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최근 머니투데이에 보낸 서면답변서를 통해 "자유형 미집행자가 발생하는 주된 원인은 재판실무상 공판단계에서 소재불명 피고인에 대한 구속영장 집행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피고인에 대한 출석확보가 이뤄지지 않은 채 판결이 선고, 확정되고 있으므로 공판단계 피고인 출석 확보방안에 대한 논의 역시 충분히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법원은 미집행자에 대한 형집행만 수월해질 경우 수사기관이 피고인 소재파악을 등한시하거나 서둘러 형을 확정한 후 형집행에 나서는 등 피고인의 방어권과 절차적 권리보호가 약화될 것을 우려한다.

선고 직전 도주, '도주죄' 아니다…나돌아 다니는 범죄자 잡을 방법은


◇檢, '무죄추정' 피의자는 되고 유죄 확정자는 안된다?…법원 불구속재판 확대 영향도

검찰은 수사 중인 피의자에 대해서는 사실조회,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방법이 허용되는 만큼 형사재판을 통해 유죄가 확정된 미집행자에게도 강제조사가 가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자유형 집행시 필요한 경우 다른 수사기관이나 기업 등에 자료제공을 요청하지만 상대가 영장을 요구하거나 형집행 목적이라는 이유로 거부할 경우 별다른 대응책이 없다.

검찰도 재판에 피고인이 제대로 출석하지 않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해 미집행자 발생을 줄이는 방안에 집중할 것을 지시하면서 대검찰청이 일선청에 △피고인 출석 확보를 위한 별도팀 편성 △전담직원 명확화 등을 지시했다.

검찰은 다만 선고 전 피고인 소재 파악 강화와 미집행자의 형집행을 위한 강제조사 수단 마련이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검찰 관계자는 "구속영장이 발부된다고 해도 쉽게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강제조사 수단조차 없어) 손발이 묶이는게 부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 중 사라진 '사실상의 탈옥수들'…"민간 협조가 검거 핵심"




선고 직전 도주, '도주죄' 아니다…나돌아 다니는 범죄자 잡을 방법은
"자유형 미집행자를 빨리 검거하지 않으면 어떤 추가 피해가 발생할지 아무도 모릅니다. 원활하게 검거하려면 민간의 협조가 꼭 필요합니다."

창원지검 통영지청 자유형 집행계 김형동 검찰 수사관(50)은 자유형 미집행자 검거가 범죄를 저지르고 달아난 용의자 체포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수사관은 최근 10여년 동안 집행 업무를 한 베테랑이다. 통영지청은 지난해 66명의 자유형 미집행자를 검거했다. 통영지청 자유형 집행계 인력이 2명에 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깜짝 놀랄 성과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실형을 확정 선고받았지만 실제 집행을 피해 달아난 사람들로 '사실상의 탈옥수'로 불린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자유형 미집행자는 누적 기준으로 6083명이었다. 사례를 보면 사기·음주운전 등 서민이나 이웃에게 피해를 입힌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들을 법이 정한 '형 집행 시효' 안에 잡지 못하면 처벌할 수 없게 된다.

문제는 미집행자를 검거하는 과정이 순탄치 않다는 점이다. 미집행자들은 차명 휴대전화를 사용하거나 주거지를 옮기는 등 온갖 수단으로 몸을 숨기지만 이들을 잡기 위해 수사당국이 동원할 수 있는 강제력은 미진하다. 법률상 미집행자에 대해서는 수사 단계에서처럼 압수수색 등을 통해 자료를 수집할 수 없다. 수사관들이 통신자료를 바탕으로 각자 노하우를 활용해 미집행자를 검거하는 데는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까지 걸린다.

선고 직전 도주, '도주죄' 아니다…나돌아 다니는 범죄자 잡을 방법은
야간주거침입 절도죄로 2022년 8월 실형이 확정된 A씨(44)도 지난해 11월에야 경남 고성군 주택가에서 검거됐다. 검찰은 사용이 정지됐다가 재개된 A씨의 휴대폰 사용 기록을 토대로 대략적인 거주 지역을 파악한 뒤 실제 주거지를 특정하기 위해 A씨가 자주 사용하는 배달업체를 방문, 업주를 설득한 끝에 A씨의 주소를 알아냈다.

김 수사관은 "실제 주거지를 파악한 뒤에도 수차례 현장에 나가 대상자의 특징을 파악한다"며 "도주 등 돌발행동을 예상해 사고가 나지 않게 검거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A씨 검거 사례는 미집행자 검거에 결정적 단서를 가진 민간의 협력이 중요함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한다.

'어선 선급금' 사기 사건으로 2022년 10월 징역 8개월이 확정됐던 B씨(52)를 검거하는 데도 1년이 걸렸다. B씨는 연인 C씨 명의의 휴대폰을 사용했는데 C씨에게 다수의 주취 관련 범죄경력이 있었던 게 실마리가 됐다. 주취 소동이 습관성인 데 착안한 검거팀은 지역 파출소에서 주취 소란 등으로 신고된 내역을 제공받아 주거지를 특정, C씨와 함께 살던 B씨를 검거했다.

수차례 음주·무면허운전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섬마을에 잠적해 선원 생활을 하던 D씨(29)는 해경의 협조를 받아 선박과 동선을 특정한 뒤 홀로 퇴근할 때 노려 실형 확정 4개월 만에 붙잡았다.

김 수사관은 "검찰은 축적된 역량과 모든 방법을 동원해 도주한 자들을 끝까지 쫓아 붙잡을 것"이라며 "점점 진화하는 도주 수법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제도가 정비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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