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아세안 수출, 중국처럼 되지 않게'…"양질 소비재 수출 늘려야"

최근 수출 신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는 아세안5 지역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우리나라 주력 중간재의 질적 고도화와 함께 양질의 소비재 수출 증대 전략이 시급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중간재 중심 수출 전략으로 호황을 누리다 최근 구조적 제약에 직면한 대(對)중국 수출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경제전망보고서 '우리나라의 대(對) 아세안5 수출 특징 및 향후 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아세안 5 수출은 2010년 이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아세안5 지역은 전체 아세안 10개국 중 우리나라의 수출 비중이 높은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등 5개국을 의미한다. 아세안5 국가 중 베트남은 우리나라 총수출의 8.5%(2023년 기준)를 차지하는 등 중국(19.7%), 미국(18.3%)에 이은 제3위 수출국이다.

또 대아세안5 무역수지 흑자규모는 2023년 기준 236억달러로 미국(445억달러)에 이은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중국(약 200억달러 적자)을 크게 앞선다.

아세안5 지역은 우리뿐 아니라 중국·미국·일본 등 주요국 기업들에게도 국외 생산 거점 및 수출시장으로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의 생산비용 급증 △미중 무역갈등 등에 따른 공급망 다변화 필요성 증대 △풍부한 인구를 바탕으로 한 소비시장으로서의 높은 잠재력 등으로 이 지역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아세안5 수출 특징으로는 '높은 중간재 비중, 낮은 소비재 비중'을 들 수 있다. 아세안5 국가들은 글로벌 공급망 구조에서 주로 한·중·일 등으로부터 중간재를 수입해 가공한 뒤 미국이나 EU(유럽연합) 등 선진국으로 최종재를 수출하거나 중국 등 인접국가로 다시 중간재를 수출하는 생산공장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나라의 대아세안5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 이상이다. 석유제품·화공품 등 다른 중간재 비중이 60% 이상을 차지한다. 반면 식품, 의복 등 최종재는 5%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대아세안5 수출은 미국 소비와 연계성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한은은 우리나라의 대아세안5 수출이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IT(정보기술)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예상을 뛰어넘는 미국 경제성장세, 주요 신흥국으로의 투자 확대 등에 따라서다.

다만 구조적 측면에서 보면 아세안5의 글로벌 생산거점 기능이 갈수록 공고해지면서 중장기적으로 해당 지역내 수입시장에서 우리의 주요 수출품목을 중심으로 시장점유율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아세안5 수입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점유율은 2017년 이후 다소 하락했으며 고위기술 중간재 점유율도 상승세를 멈추고 정체된 상황이다. 중국이 비용절감 등을 위해 아세안5 지역으로의 생산기지 이전을 확대하는 가운데 최근 미국의 무역규제 회피를 위해 베트남·멕시코 등을 통한 우회수출을 늘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은은 중간재뿐 아니라 전기차·배터리 등 소비재 부문에서의 경쟁도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최근 침체를 겪고 있는 대중국 수출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그동안 중국시장을 생산기지로 삼아 중간재 중심의 대중국 수출구조를 성공적으로 활용해왔지만 중국 내수시장 안착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가운데 2010년대부터 중국이 자급률을 높이고 내수중심의 성장을 도모하면서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은 구조적 제약에 직면한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대미 수출액이 대중 수출액을 추월하며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이 중국에서 미국으로 넘어가기도 했다.

한은은 "경험에 비춰볼 때 대아세안 수출이 꾸준히 성장하기 위해서는 먼저 생산기지로서의 활용 측면에서 우리 주력 중간대의 질적 고도화에 힘써야 한다"며 "동시에 아세안의 인구 및 소비시장 성장 가능성을 감안해 양질의 소비재 수출 증대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