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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폐기해야" 환자단체 고성, 의사도 갸우뚱…논란의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머니투데이
  • 박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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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2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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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이 29일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안) 공청회에서 법안을 설명하고 있다./사진= 박미주 기자
보건복지부가 국회도서관에서 29일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안) 공청회를 개최한 모습/사진= 박미주 기자
"면죄부 인정하는 게 어디 있어요?" "폐기해야 마땅한 법입니다."


정부가 의료사고 부담을 완화하는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을 신속히 제정한다며 29일 공청회를 열었지만 환자·시민단체 등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일부 환자단체 관계자들은 공청회 방청석에 있다가 정부가 법안을 졸속 추진한다고 언성을 높였다. 공청회에 패널로 참여한 의료계 인사는 법안 마련에 찬성했지만 공청회에 참석한 다른 의사는 법안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충분한 사회적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오후 2시 국회도서관에서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중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을 위해 법 제정을 추진하며 전문가와 국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서다. 공청회에서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의료사고 위험은 필수의료 기피의 핵심 이유"라며 "의료사고 처리 특례법 제정을 통해 책임 종합보험과 공제에 가입한 의료인에 대한 형사처벌 특례를 적용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나라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으로 환자는 신속하고 충분하게 피해 구제받고 의료인은 진료에 전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공청회 후 신속하게 법안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의료·병원계 인사는 정부의 법 제정에 공감하는 입장을 보였다. 박진식 대한중소병원협회 부회장(세종병원 심장내과 전문의)은 "대동맥박리나 최중증 응급 심장질환을 보고 있는데 생명은 구했으나 합병증이 생겼다는 이유로 송사에 휘말리는 모습을 보면서 후배들이 문제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최중증 환자 진료를 점점 꺼리고 있다"며 "특례법은 의료계에서는 완전히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법안은 아닌 것 같지만 최소한 필요한 단계"라고 말했다.

송재찬 대한병원협회 상근부회장도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이 어느 정도 논의된 거에 대해 의료계, 병원계는 고무적인 일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특례에 사망이 빠진 점, 필수의료는 사고 위험률이 높은데 보험률 산정을 어떻게 할지 등이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상황이고,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했는데 필수의료부터 가입을 의무화시키고 단계적으로 넓혀가야 할지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봤다.


황만성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의료분쟁 형사처벌 논의는 30여년 전부터 꾸준히 논의돼온 쟁점"이라며 "공론화됐다는 점은 현재 의료상황을 타계하는 방법 중 하나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분쟁 감정제도를 충분히 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도록 하고 제정안에서 규정한 의료사고처리 특례 배제 사유에 대한 판단 기준과 내용들이 숙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경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이 29일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안) 공청회에서 법안을 설명하고 있다./사진= 박미주 기자
정경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이 29일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안) 공청회에서 법안을 설명하고 있다./사진= 박미주 기자
하지만 패널로 참여한 환자·시민단체는 법안 자체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이은영 환자단체연합회 이사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간호사 미용 성형 포함 모든 의료행위에 대해 의료사고 형사책임 면제하는 특례법안에 반대한다"며 "의료계 요구를 더 반영해 만든 법안이라 절차적 정당성에 결여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과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서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교통사고로 말미암아 피해자로 하여금 중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규정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했는데 이를 참조해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을 만든 게 위헌적이라고 지적했다. 교통사고의 형사책임 면제 특례인정 전제가 입증책임 전환 규정인데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엔 피해자를 위한 입증책임 전환 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법안 자체가 필수의료행위를 위한 것인데 미용 등 필수의료와 무관한 중과실까지 형사특례로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도 비판했다.

이 이사는 "의료사고도 입증책임 전환 전제로 재논의해야 한다"며 "해외를 참고해 의료인에 대한 형사고소를 최소화할 수 있는 사법적 피해 구제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수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도 "너무 급하게 이 법을 추진하는 것 아닌가 우려가 먼저 들었다"며 "보다 신중한 검토와 사회적 공감대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공청회 방청객으로 참석한 일부 환자단체 관계자들은 고성을 내기도 했다. "환자단체에 알리지도 않고 졸속으로 법을 추진하는 게 어디 있느냐" "이익집단에 면책권 주는 법이 어디 있느냐" 등이다.

방청객으로 참여한 의사 중 반대 목소리도 나왔다. 박재형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사회적 협의와 보완을 거쳐 법 제정하는게 맞지 않느냐"며 "단순 시술이 잘 안 됐을 때도 환자들이 민원을 제기하는 게 현실인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법안인가 의문점이 든다. 오히려 더 많은 민원과 소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정경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졸속 추진에 동의하기 어렵다. 다른 법 절차보다 더 빨리 사회적 논의하려고 내놓은 것"이라며 "의료분쟁조정제도도 바꿀 것이다. 여러 가지 방식을 통해 제기해주실 이견은 충분히 고민하고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은 필수의료인력이 '책임보험·공제'에 가입한 경우 의료과실로 환자에게 상해가 발생해도 환자의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법이다. '종합보험·공제'에 가입한 경우에는 응급환자에 대한 의료행위, 중증질환, 분만 등 필수의료행위에 한해 의료과실로 상해가 발생해도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한다. 종합보험·공제 가입시 필수의료행위 과정에서 환자가 사망한 경우 형이 감면될 수 있다. 책임보험·공제는 정해진 한도만큼 피해자에 보상하고 종합보험·공제는 피해 전액을 보상하는 보험이다. 정부는 의료인의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손해배상의무 확정 전 피해자 신청에 따라 보험사가 치료비 등을 지급하는 '가불금'을 도입할 계획이다. 필수의료 분야와 전공의에는 책임보험·공제 보험료를 지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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