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감산 연장"…엇갈린 주가, 영향 오래 갈까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4개월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 휘발유·경유 판매가격이 5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4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 2024.03.04. /사진=뉴시스 /사진=김금보

국제유가가 4개월래 최고 수준으로 오르자 관련 종목들 주가도 출렁인다. 항공주는 하락하고 석유 관련주는 올랐는데, 영향이 길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양회(전국인민대표회의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등의 모멘텀이 있지만, 부진한 중국 경기를 감안할 때 유가가 현재 수준에서 더 치솟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 시장에서 대한항공 (20,950원 ▼100 -0.48%)은 전 거래일 대비 400원(1.74%) 내린 2만2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진에어 (13,940원 ▲110 +0.80%)는 4.56%, 티웨이항공 (2,705원 ▲5 +0.19%)은 5.67%, 제주항공 (11,180원 ▲60 +0.54%)은 3.95%, 에어부산 (2,695원 ▼10 -0.37%)은 1.97% 내렸다. 반면 한국석유 (15,450원 ▼680 -4.22%)는 2.32% 올랐고 코스닥 시장에서 흥구석유 (12,990원 ▼360 -2.70%)는 2.60%, 중앙에너비스 (20,850원 ▼350 -1.65%)는 1.53% 올랐다.


이는 원유 가격이 급등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서 석유 제품 관련주에는 이익 확대 기대감이, 항공주에는 연료비 증가로 인한 이익 감소 우려가 작용한 것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1일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79.97달러로 마쳤다. 장 중 최고가는 80.85달러를 기록했는데, WTI는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80달러를 돌파했다.

유가 급등을 이끈 것은 산유국들의 원유 자발적 감산 연장 소식이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사우디 아라비아와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OPEC+(오펙 플러스)는 당초 1분기까지였던 자발적 원유 감산을 3개월 더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OPEC+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오펙)와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다. OPEC+는 지난해 11월 올해 1분기 동안 할당 산유량보다 하루 22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합의했다.

중국의 양회가 4일(현지시간) 개막했다.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밖에 경호원들이 서 있는 모습./로이터=뉴스1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베이징 로이터=뉴스1) 김예슬 기자

국제 유가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주가가 크게 출렁였지만 영향이 오래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가가 현재 수준에서 추세적으로 더 오르기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유가가 80달러를 상향 돌파하기 위해서는 중동지역의 긴장감이 고조되거나 수요의 유의미한 증가가 확인돼야 한다"고 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휴전 협상이 진행되고 있고 주요 중동 국가들이 참전에 대해서는 몸을 사리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최 연구원은 "종전 전까지는 긴장감이 유지되겠으나, 추가적인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원유 수요 2위 국가인 중국의 경기 불확실성이 유지되고 있는 점도 향후 수요 증가 예측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증권가에서는 중국의 양회가 전날부터 진행됐고, 이를 계기로 가시적인 경기 부양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그러나 이 또한 아직 불확실하고 단기적인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 특히 네 달 연속 전년 대비 물가 하락세를 보여 디플레이션 우려가 남아 있다. 경기 부양책의 기대감이 작용해도 단기적으로 원유 수요를 자극해 유가를 밀어올리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성장 내러티브가 강화되더라도 중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대해 낙관적 견해를 갖기는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