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무원 때문에 길 막혀" 민원인에 신상 공개된 뒤…숨진 채 발견

머니투데이

박효주 기자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민원 불만에 신상과 연락처 등을 불특정 다수에 공개하는 이른바 '좌표 찍기' 피해를 겪던 김포시 한 공무원이 숨진 채 발견됐다.

6일 경인일보에 따르면 전날 정오쯤 인천 서구에 주차된 차 안에서 김포시청에 근무하는 공무원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A씨는 심정지 상태였으며 차 안에는 극단 선택 정황이 남아 있었다. 다만 차량 내부에 유서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도로 긴급보수와 도로 피해보상 등 업무를 맡고 있던 A씨는 지난달 29일 밤 김포한강로 강화 방면에서 진행된 포트홀 긴급보수 공사와 관련해 최근까지 항의 민원에 시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편도 3차로 중 2개 차로를 통제한 공사로 인해 차량 정체가 빚어졌고, 이에 불만을 품은 운전자들이 지역 인터넷카페에 글을 올리자 댓글에 A씨 실명과 소속 부서, 직통 전화번호 등이 공개됐다.

이들은 "집에서 쉬고 있을 이 사람 멱살 잡고 싶네요", "OOO이 승인한 공사랍니다. 그분은 퇴근하셨고요" 등 댓글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연휴가 끝나고 첫 출근일이었던 지난 4일 A씨 소속 부서는 온종일 항의 전화 응대에 매달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민원인들 항의와 A씨 사망 간 인과관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익명을 요구한 시 관계자는 매체에 "고인이 민원인들의 항의에 심적으로 힘들어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해당 카페에서 A씨 실명이 공개된 게시물들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이날 카페 운영진은 "A씨 안타까운 소식에 카페가 관련돼 있다는 것에 말할 수 없는 죄책감과 슬픔이 밀려온다"며 "단순한 민원성 게시물로 판단해 (당시에는) 신상털이와 마녀사냥식 댓글을 인지하지 못했다. 앞으로 이러한 게시물이나 댓글에 관해 잘 살펴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