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되면 1000% 수익" 548명 몰렸는데…175억 뜯은 이 수법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비상장주식 판매 사기 조직 총책 A씨 등 총 45명을 사기,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등 혐의로 검거해 송치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은 A씨와 조직원들을 검거하며 서울 강남구 주거지 등에서 현금과 명품시계 등 9억원 상당의 현물을 압수하고 A씨가 서울 종로구 사설 금고 업체에 숨겨둔 현금 41억원과 명품 시계 등을 추가 압수했다. 경찰이 압수한 금액은 총 50억원 상당이다./사진=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제공

경찰이 허위 상장 정보를 이용해 투자자들에게 비상장주식 투자를 권유하고 수백억원을 가로챈 조직을 일망타진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울청 금수대)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비상장주식 판매 사기 조직 총책 A씨 등 총 45명을 사기,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등 혐의로 송치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중 총책, 자금세탁책, 주식제공자 2명 등 4명은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 조직원들은 2021년 11월부터 2022년 5월까지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지 않은 B법인의 비상장주식이 수개월 내 상장될 것이라고 속여 피해자 548명으로부터 175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상장될 경우 500~1000% 정도 수익이 날 것이라 홍보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본사와 판매 지사를 꾸리고 범행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총책과 자금세탁책은 본사에서, 지사장과 실장, 팀장, 직원은 판매 지사에서 근무했다. 각자 가명과 타인 명의의 휴대전화를 사용해 서로의 신원은 몰랐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리딩방 투자 사기' 조직을 구성한 후 일명 '바지사장'에게 명의를 빌려 유령 회사인 C사를 설립했다. 이후 C사의 홈페이지를 개설해 기업 상장을 전문적으로 하는 컨설팅 회사로 위장하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B법인이 가진 주식을 C회사가 구매해 피해자들에게 판매하는 형식을 취했다.


A씨 조직은 사전에 B법인 대표와 범행 수익을 나누기로 하고 투자자들에게 허위의 상장 청구심사 승인서 등 조작된 기업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B법인은 '고성능 전기모터 전문기업'을 표방해 광고하고 피해자들에게는 곧 상장될 것처럼 속여 주식을 판매했다.

그러나 B법인은 2019년 설립된 후 상장 계획이나 가능성이 전혀 없었고 실제 사업을 운영한 사실조차 없는 사실상 유령 업체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이 서울 종로구 사설 금고 업체에 A씨가 은닉해둔 현금 41억원을 압수하고 있는 모습./영상=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제공

이들은 피해자들을 속이기 위해 주요 경제지와 경제 방송 등에 "고성능 전기모터 전문기업 B회사, 인도네시아 시장 본격 진출" "B회사 북미 시장에 전기모터 5만 개 계약" 등의 제목으로 기사형 광고를 여러 차례 게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투자자 중에는 허위 내용이 담긴 기사형 광고를 읽고 투자에 나선 이들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들 대부분은 주식 1주를 1만원 가격으로 구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큰 피해를 본 피해자는 3억3000만원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2022년 6월부터 '비상장주식 투자사기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가 전국적으로 접수된 사실을 확인하고 서울청 금수대를 '중요사건 집중수사관서'로 지정했다. A씨 일당이 2022년 6월에 일괄 잠적하면서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서울청 금수대는 전국에서 접수된 사건 총 419건을 전달받아 집중 수사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씨와 조직원들을 검거하며 서울 강남구 주거지 등에서 현금과 명품 시계 등 9억원 상당의 현물을 압수하고 A씨가 서울 종로구 사설 금고 업체에 숨겨둔 현금 41억원과 명품 시계 등을 추가 압수했다. 경찰이 압수한 금액은 총 50억원 상당이다.

또 A씨가 범죄 수익으로 취득한 수입 차량 리스 보증금 7200만원 상당을 기소 전 몰수보전 조치했다.

A씨가 범행 수익을 서울 종로구 소재 사설 금고업체에 은닉했다./사진=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제공

A씨는 판매금액의 10%, B법인 대표는 판매금액의 5%, 바지사장은 월 급여 1000만원, 자금세탁책은 월 2000만원, 직원들은 100만~200만원의 기본금과 판매금액의 15%를 인센티브로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범죄수익금은 생활비나 유흥비, 명품 구매비 등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경기 침체 상황에서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유인해 서민들로부터 거액의 투자금을 가로채고, 조직적 범행으로 자본시장 질서를 혼란에 빠뜨리는 금융 범죄에 대한 집중 수사에 나서겠다"며 "이들이 엄중한 처벌을 받도록 끝까지 추적해 민생 경제 안정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투자정보가 불분명한 비상장주식 투자를 유도하는 수법이 유행하고 있다"며 "투자 자문업체가 아니거나 투자 권유 과정에서 '상장 예정' '단기간 고수익' 등 투자자를 현혹하는 문구를 사용하는 경우 반드시 의심해보고 제도권 금융 인가 여부를 확인하는 등 투자과정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