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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준다는 은행, 100% 달라는 투자자…'ELS 배상' 2차전

머니투데이
  • 김남이 기자
  • 권화순 기자
  • 이창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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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01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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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 금융상품 소매 규제 예시/그래픽=조수아
5대은행, 올해 홍콩 ELS 만기도래 규모/그래픽=이지혜
KB국민은행을 비롯해 '홍콩 H지수 연계 ELS(주가연계증권)'(이하 '홍콩 ELS')를 판매한 주요 은행이 모두 자율배상 추진을 확정했다. 금융당국의 압박과 은행의 신뢰회복 차원에서 분쟁조정안을 빠르게 수용했다. 이미 하나은행은 일부 투자자에게 자율배상금을 지급했다. 다만 투자자들 사이에서 자율배상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요 은행이 '홍콩 ELS' 손실에 자율배상을 추진하면서 관심은 판매사 제재로 쏠린다. 은행권이 제재수위를 낮추기 위해 자율배상을 빠르게 받아들인 만큼 제재수위를 두고 은행권과 당국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주요 은행, '홍콩 ELS' 손실 자율배상 확정


주요 은행, H지수에 따른 '홍콩 ELS' 손실 및 배상 규모 추정/그래픽=최헌정
주요 은행, H지수에 따른 '홍콩 ELS' 손실 및 배상 규모 추정/그래픽=최헌정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지난 29일 이사회를 열어 '홍콩 ELS' 손실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하고 투자자에게 자율배상을 결정했다. 금감원의 기준안에 따라 기본 배상비율을 정하고 사실관계 확인을 거쳐 투자자별 최종 배상비율을 산출할 예정이다.

금감원이 지난 3월11일 분쟁조정기준안을 발표한 지 18일 만에 '홍콩 ELS'를 판매한 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5대은행과 SC제일은행, 한국씨티은행 등 주요 은행이 모두 자율배상을 결정했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은행권 판매 '홍콩 ELS' 규모는 13조2000억원으로 7개 은행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H지수가 현재 수준을 유지하고 배상비율을 손실금액의 40%로 산정할 경우 전체 배상금액은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은행권은 올 1분기에 배상금 대부분을 충당부채(영업외손실)로 반영할 계획이다.

분쟁조정안을 수용한 직후인 지난 28일 하나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홍콩 H지수 ELS 자율배상위원회'를 열어 개별 자율배상안을 심의·의결하고 일부 투자자와 합의를 거쳐 배상금을 지급했다.


은행권이 금융당국의 자율배상을 수용했지만 투자자의 수용여부는 별개다. 투자자들은 'ELS피해자모임' 등을 만들어 100% 배상을 주장한다. 반면 은행권에서 평균 배상비율이 40%가 될 것이라고 추산한다. 투자자가 자율조정안을 받아들이더라도 배상비율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예·적금 원금보장상품 가입을 목적으로 방문한 여부, 별도 고려사항 등 정성적 요소의 해석여부가 다를 수 있어서다. 은행과 투자자의 자율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소송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소송에 돌입할 경우 비용과 시간부담이 더해지고 투자자가 패소할 위험도 있다. 또 승소하더라도 100% 배상은 어렵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빠른 자율배상 결정…왜?


금융업계에서는 은행권의 자율배상안 수용이 예상보다 빠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당국이 본격적인 제재절차에 돌입하기 전에 자율배상을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었다. 특히 금융당국이 수조 원에 달할 수 있는 '징벌적 과징금' 카드를 들고 있다는 점이 선제적 배상에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자율배상을 하면 제재를 감경해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시간을 끌수록 은행 이미지와 고객신뢰 관계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손실과 배상규모가 작은 우리은행이 지난 3월22일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자율배상을 결정한 것도 영향을 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별 배상에 차이가 나면 고객간 형평성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며 "다른 은행이 먼저 배상에 나섰다는 점에서 배임부담도 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종 제재수위… 창과 방패의 싸움


홍콩 H지수 ELS 분쟁조정기준안/그래픽=김다나
홍콩 H지수 ELS 분쟁조정기준안/그래픽=김다나
은행권이 자율배상을 결정하면서 관심은 판매사 제재수위로 옮겨갈 전망이다. 최종 제재수위를 두고 금감원과 은행간 '창과 방패'의 싸움이 벌어질 전망이다.

최대 쟁점은 기본배상비율 20%의 근거이자 대규모 과징금 근거가 될 '설명의무 위반' 여부다. 금감원은 지난 3월11일 홍콩 ELS 검사결과(잠정)를 발표하면서 은행들이 손실위험 분석기간을 과거 20년이 아닌 10년으로 임의변경해 손실이 발생하지 않은 것(0%)으로 축소기재했다고 지적했다. 영업점 직원이 "과거 10년 동안 원금손실이 단 한 번도 없었던 검증된 상품"이라고 권유해 안전상품으로 오해하게 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20년 손실률'을 은행들이 써야 하느냐에 이견이 존재한다. 증권사는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제조 및 판매에 관한 표준영업행위준칙'에 따라 과거 손실률 시나리오를 제시해야 한다. '홍콩 ELS' 같은 파생상품의 경우 '금감원 기업공시서식 작성기준'에 따라 과거 20년 손실률 통계를 반드시 써야 한다.

반면 은행은 ELS를 직접 발행하지 않고 증권사 상품을 가져다 신탁상품(ELT)으로 팔았다. 이에 따라 증권사와 달리 은행은 과거 20년 손실률을 써야 한다는 규제(기업공시서식 작성기준)를 적용할 수 없다는 반론이 나온다. 일부러 손실위험을 왜곡한 게 아니라 홍콩 H지수가 급락할 것을 예견하지 못했다는 주장도 펼친다.



은행에서 ELS 못파나


고위험 금융상품 소매 규제 예시/그래픽=조수아
고위험 금융상품 소매 규제 예시/그래픽=조수아
금융위와 금감원은 고위험상품 판매제도 개선을 준비 중이다. 금감원은 최근 내부 협의체를 구성, 은행 영업창구 판매행태·상품구조의 문제점 등을 공유했다.

'홍콩 ELS' 논란으로 은행의 고위험상품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선진국 중 은행이 개인에게 고위험·고난도 상품을 아예 못팔게 한 사례는 없다. 이에 고위험 상품을 조건부로 허용하면서 판매문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고객의 수익률을 은행 성과와 연동하는 방안도 있다. 고객 수익률과 비례해 은행 직원의 성과를 측정하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상품판매가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고위험 상품을 신탁으로 판매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ELS라는 고위험 상품 하나 넣고 판매보수만 높게 받아가는 방식으로 신탁을 쓰는 나라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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