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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여당인가, 야당인가"…후보 이름도 없는 점자용지

머니투데이
  • 김지은 기자
  • 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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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03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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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선거 소외된 장애인들
주변사람 도움 없이는 용지 끼우는 것도 어려워
선거정보 수어통역도 부족…'묻지마투표' 우려

2일 오전 11시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시각장애인 조모씨가 비례대표 투표용지에 적힌 점자를 읽고 있다. 점자 투표 용지 안에 일반 투표 용지를 끼워 넣은 다음 빈칸에 체크 표시를 하는 구조다. /사진=김지은 기자
2일 오전 11시쯤 서울 영등포구의 한 가정집에서 홀로 사는 50대 시각장애인 조모씨가 거소 투표 용지를 만지고 있다. /사진=김지은 기자
"1번이 여당이야? 야당이야?"

2일 오전 11시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아파트. 홀로 사는 50대 시각장애인 조모씨는 머리를 긁적이며 혼잣말했다. 그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거소투표를 하고 있었다. 거소투표는 몸이 불편해 투표소에 갈 수 없는 선거인이 자신이 머무는 곳에서 투표를 하는 것을 말한다. 조씨 역시 사전에 거소투표를 신청해서 이날 등기우편으로 점자 투표 용지를 받았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거소투표 용지에는 점자로 숫자만 적혀있다. 후보 이름과 정당이 나와있지 않아 조모씨는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사진=김지은 기자
시각장애인을 위한 거소투표 용지에는 점자로 숫자만 적혀있다. 후보 이름과 정당이 나와있지 않아 조모씨는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사진=김지은 기자
조씨가 받은 국회의원 선거 투표용지에는 점자로 1, 2, 3번 숫자만 적혀있었다. 선거 후보 이름도, 정당도 점자로 찍히지 않았다. 그는 "이름이 없어서 누가 누군지 모르겠다"며 "숫자만 보고 표시를 해야 하니까 헷갈린다"고 말했다.

오는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장애인들이 정보가 부족해 '묻지마 투표'에 내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보 부족으로 주변인에 도움을 요청하다 보니 비밀투표를 보장받기도 어렵다.

이날 조씨는 투표 용지를 끼워 넣는 것부터 난항을 겪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거소 투표 용지는 일반 투표 용지를 점자 표시가 된 용지에 끼워넣은 뒤 구멍이 뚫린 부분에 볼펜으로 표시를 하는 구조다. 조씨는 앞이 보이지 않아 용지가 위아래로 잘 맞춰 끼워졌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비례 대표 투표 용지에는 정당 이름도 제대로 적히지 않았다. 투표 용지 크기가 작아 모든 글자를 점자로 표시할 수 없는 탓이다. 새로운미래는 새미래, 가가호호공명선거대한당은 대한당, 대한국민당은 대한국민, 대한민국당은 대민당이라고 적혀있었다. 조씨는 51cm가 넘는 투표용지를 들고 한참 동안 고개를 갸우뚱했다.

2일 오전 11시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시각장애인 조모씨가 비례대표 투표용지에 적힌 점자를 읽고 있다. 점자 투표 용지 안에 일반 투표 용지를 끼워 넣은 다음 빈칸에 체크 표시를 하는 구조다. /사진=김지은 기자
2일 오전 11시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시각장애인 조모씨가 비례대표 투표용지에 적힌 점자를 읽고 있다. 점자 투표 용지 안에 일반 투표 용지를 끼워 넣은 다음 빈칸에 체크 표시를 하는 구조다. /사진=김지은 기자
조씨는 혼자서 정보를 알기 어렵다 보니 주변인 도움이 필요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활동지원사한테 내가 지지하는 후보를 말할 수 밖에 없다. 비밀투표 기대하는 건 욕심"이라고 했다.

"여러 후보가 출연하는 TV토론회에 수어통역사는 한 명뿐이라 누가 말하는지 헷갈립니다."

김리후 서울특별시농아인협회(서울농인협회) 미디어팀 직원(34)은 투표권을 얻은 후 모든 선거에 참여했다. 농인(청각장애인)인 그는 매번 투표 하기가 매우 힘들었다고 한다. 정당과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얻기 어려운 탓이다. 그는 대학교육까지 받았지만 수어 통역 없이 다양한 정보를 습득하기는 쉽지 않다.

김씨는 이날 오후 서울 서대문구수어통역센터에서 22대 총선과 사전투표 등을 안내하는 수어방송을 촬영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도 수어투표 안내 방송을 제공하지만 선관위 유튜브 채널에 한 달 전 올라온 수어투표 안내 영상 조회수는 1700회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의 2022년말 기준 등록장애인 현황을 보면 '청각장애인'은 42만4224명에 달한다.

김씨는 "수어랑 한국어가 문법이 조금 달라서 한국어를 완벽하게 하는 농인은 매우 소수"라며 "제 주변 농인의 절반은 투표하지 않고 놀러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백형규 서대문수어통역센터 농통역사는 "농인 중에서도 고령층일수록 교육을 받을 기회가 부족했다"며 "한국어 이해도가 떨어지고 장애 정도는 심하다 보니 선거 관련 정보를 제대로 습득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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