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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복합 연구 필수…출연연 칸막이 허물고 'K드림팀' 키워야"

머니투데이
  • 대담=김유경 정보미디어과학부 부장
  • 정리=박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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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0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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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초대석] 김병석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 원장
상호배타적 경쟁 탈피, 디지털 플랫폼서 '함께' 연구 수행
최대 숙원 공공기관 지정해제로 자율적 환경 조성 기대↑
건물부문 탄소중립 목표 수립…저탄소 자재 개발 등 속도

김병석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제15대 원장 /사진=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병석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제15대 원장 /사진=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월성과 독창성을 갖춘 연구 성과를 위해 융복합 연구가 필수적인 시대입니다. 출연연 및 산학연 간 적극적인 협력과 연구 기관의 특성에 맞춘 제도 운영으로 'K-드림팀'을 육성해야 합니다."

김병석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건설연) 원장은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처럼 말했다.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국내 최고 전문가가 과거의 상호배타적 경쟁 체계를 벗어나 '원팀'이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선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집단 토론·연구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수립한 '2050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책임과 역할에 걸맞은 탄소 절감 기술도 개발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건설연은 건물 부문 탄소중립 목표를 수립하고 저탄소 건설 자재 및 탄소포집 기술을 개발하는 등 탄소 저감을 위한 R&D(연구·개발)를 늘려가고 있다. 탄소 배출량을 50% 이상 줄인 '슈퍼콘크리트' 기술, 노후 건축물의 에너지 사용량과 실내 온도 조건 등을 조사·분석하는 AI(인공지능)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2일 일산서구 대화동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김 원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근 출연연 기관평가에서 최고점(85.09점)을 받으셨는데 소감은.
▶건설연은 국토교통부(전 건설부) 소관 출연연으로 시작했습니다. 2004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 출연연으로 승계됐는데 이는 건설기술이 국부창출과 국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과학기술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건설기술은 여전히 산업기술의 일부로만 인식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번 평가를 통해 이런 인식을 뛰어넘고 싶었습니다. 건설연은 과거 연구성과에 대한 평가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적이 있지만 경영부문에서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건설연 첫 공채 출신 원장으로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싶었습니다. 국민으로부터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출연연으로 자리매김토록 경영혁신책을 내놨고 그 결과 직원들도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우수한 경영평가를 받았습니다.


-건설연에서 40년간 근속하셨습니다. 이러한 배경이 원장직 수행에 어떤 영향을 줬나요.
▶공채 2기 평직원으로 입사해 지난 1일자로 딱 40년 근속연수를 채웠습니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사람은 저를 포함해 원내 3명뿐입니다.

원장으로 취임하며 기관 운영 방침으로 정한 5가지 핵심가치가 있습니다. 연구원 시절부터 항상 생각한 바입니다. '스스로, 새롭게, 뛰어나게, 바르게, 다 함께'가 그것입니다. 핵심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임기 3년에 걸쳐 건설연의 경영시스템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40년간 근무하며 내부사정을 속속들이 이해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대표적으로 어떤 게 바뀌었나.
▶수월성과 독창성을 갖춘 연구성과를 위해 융복합 연구가 필수인 시대가 됐습니다. 먼저 건설연 디지털 클러스터(KDC)제도를 만들었습니다. 연구자가 과거 상호 배타적 경쟁방식에서 벗어나 디지털공간을 중심으로 연구를 수행하도록 하는 시스템입니다.

클러스터는 일종의 '드림팀'입니다. 모듈러, 자율주행차 등 같은 연구주제에 관심 있는 연구자들이 온라인에서 주제별 클러스터를 조직합니다. 모듈러 R&D에 관심이 있다면 지금 당장 수주받은 과제가 없어도 모듈러 클러스터에 들어가 같은 관심사를 가진 다른 연구자와 함께 공부합니다. 과제를 받을 경우 클러스터 내부 토론을 통해 누가 연구를 이끌지, 어떤 방식으로 연구할지 정합니다. 현재 9개 정기 클러스터를 운영 중이며 예비 클러스터도 9개가 있습니다. 클러스터제도 도입 후 수행과제 수가 이전보다 149% 늘었습니다.

이를 통해 본부별로 나뉘어 파편적으로 수행하던 연구 과제를 중·대형화할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전공 분야의 전문가가 같은 주제를 두고 참여하기 때문에 연구 스펙트럼도 확장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정부도 최근 출연연간 연구협력을 강조하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정부가 국가기술연구센터(NTC) 설립 등 출연연간 실질적인 융합연구를 촉진하기 위한 제도를 준비 중입니다. 이를 두고 출연연 구조조정을 위한 시도가 아니냐는 우려가 일부 제기되는데 전혀 다릅니다. 정부의 추진방향은 건설연이 운영 중인 KDC체계와 매우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출연연간 칸막이를 최대한 없애고 융복합 연구를 진행한다면 세계 최고수준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봅니다.

출연연과 산학연간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K드림팀'을 육성하는 게 정부가 추진해야 할 정책 1순위입니다. 과감한 혁신엔 뛰어넘어야 할 허들이 많습니다. KDC 제도를 시행하는 데도 많은 반대가 있었고, 구성원을 설득하기 위해 수차례 소통의 과정을 거쳤습니다. 여전히 어려움이 있지만, 하나의 제도가 뿌리내리려면 10~20년에 걸친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김병석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제15대 원장 /사진=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병석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제15대 원장 /사진=한국건설기술연구원
-이번 기관평가에서 '기관장 기여 연구성과'로 탄소중립을 제시하셨습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건설연은 국내 유일의 건설분야 출연연입니다. 건설 및 국토관리를 위한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그 성과를 확산해 국가경제와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게 우리의 역할과 책임(R&R)입니다. 건설은 건물, 교통, 상하수도 등 인프라 구축을 통해 국민의 안전과 생활편의성 향상에 기여하지만 그 과정에서 막대한 자원을 소비하면서 환경오염의 원인이라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건설연은 정부가 수립한 '2050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건물부문 탄소중립 목표를 수립하고 저탄소 건설자재 및 탄소포집 기술을 개발하는 등 탄소저감을 위한 연구지원을 늘리고 있습니다.

-건설분야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줄일 수 있나요.
▶대표적으로 건물을 냉난방하기 위해 소비하는 전기에너지를 줄이는 기술이 있습니다. 단열 신소재, 창호, 문 등 에너지 고효율 자재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UNEP(유엔환경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건물 및 건설산업에서 전세계 온실가스의 37%가 배출됩니다. 난방, 냉방, 조명 등 건물 운영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줄이는 데서 나아가 이제는 시멘트, 강철 등 건축자재를 설계, 생산, 배치 및 폐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내재 탄소'를 줄이기 위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건설 자재에 포함된 내재 탄소량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9%를 차지할 정도로 엄청난 규모입니다. 철근을 1t(톤) 만들 때 탄소 약 2.53t이 배출되는데, 만약 건설 공정에서 철근의 비중을 줄이기만 해도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감축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탄소 저감을 위한 건설 자재와 기술을 확보하는 게 중요합니다.

-슈퍼콘크리트가 바로 떠오르는데.
▶슈퍼콘크리트는 일반콘크리트와 비교해 강도와 수명은 4배 높고 공사비는 10% 이상 줄일 수 있는 재료입니다. 또 공사기간만 따지면 탄소배출량을 30% 이상 줄일 수 있고, 시설물 전체의 생애주기까지 고려하면 70% 이상 줄일 수 있습니다. 건설연이 확보한 대표적인 기술입니다. 이미 춘천대교 건설에 적용했는데 기존 건설재료 대비 탄소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였습니다.

또 창호, 문 단열 신소재 등 핵심자재의 성능향상과 단가절감을 위한 기술도 개발 중입니다. 노후 건축물의 에너지 사용량, 실내온도 조건, 재실 인원수 등을 조사·분석하는 성능진단 AI프로그램도 개발했습니다. 지금은 건물에너지 절약을 위한 핵심자재를 적용한 '에너지자립형 공동주택' 실증사업 14건을 추진 중입니다.

또 서울시와 시범사업으로 '제로에너지 실증사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건축물에 필요한 에너지 부하를 최소화하고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는 사업입니다. 2025년부터 2030년까지 매년 노후 공공건축물의 5%를 제로에너지로 전환하면 온실가스 55만톤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는 건물 부문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약 5.7%에 해당하는 수준입니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남은 도전 과제는 무엇일까요.
▶향후 탄소중립의 핵심은 AI와 디지털 전환(DX)이라고 생각합니다. 건설 산업은 디지털 전환 시대에 빠르게 대응하는 산업 분야 중 하나인데, 최근 디지털화를 통해 탄소 배출을 줄인 성과가 하나둘 나오고 있습니다.

건설연도 지난 3년간 AI를 활용한 융합과제 50개를 수행했습니다. 25개 출연연 중 상위권을 차지했습니다. 이밖에도 스마트건설지원센터를 설립하고 대?중?소 벤처기업 300여 개가 참여하는 스마트건설 얼라이언스를 출범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여기서 머물지 않고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합다.

-출연연의 숙원인 공공기관 지정해제가 이뤄졌습니다.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데 이에 대한 전망은.
▶출연연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운법)에 의해 주52시간제, 임금피크제, 총액인건비제, 경영 효율화 등의 규제를 받았습니다. 이는 연구기관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제도여서 운영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특히 총액인건비 규제로 인해 인건비 환경이 열악했습니다. 인재이탈도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건설연의 경우 총액 인건비에 걸려 승진인사조차 제약이 있었습니다. 모든 출연연이 우수인재를 확보하고 자율적인 연구환경을 조성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세계적 인재를 영입하고 싶어도 이를 충당할 비용이 없어 놓쳤습니다. 이는 출연연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시점에 공운법 해제는 획기적인 결단입니다. 출연연이 자율과 책임을 기반으로 연구환경을 새롭게 구축할 기회입니다. 인건비 규제가 완화된다면 연봉을 크게 올려 세계적 인재를 끌어올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공운법 지정해제에 따른 정밀한 후속조치를 마련해야 할 시점입니다. 기대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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