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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1400원 터치, 주가 출렁…'新3고' 먹구름 낀 한국 경제

머니투데이
  • 박광범 기자
  • 세종=김훈남 기자
  • 세종=최민경 기자
  •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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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17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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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뉴스1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중동 긴장이 고조되며 국내 증시가 2% 넘게 하락한 1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 등 마감시황이 표시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사진=(서울=뉴스1) 김도우 기자
한국 경제가 고물가·고환율·고금리라는 '신(新) 3고(高)' 위기에 직면했다. 중동발(發)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덮치면서 금융 시장도 출렁인다. 이스라엘이 이란에 '고통스러운 보복'을 예고한 터라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 환율 상승, 금리 상승 등 3고 현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동분쟁 격화에 가장 출렁인 지표는 환율이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400원을 터치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선까지 오른 건 2022년 11월 이후 1년5개월 만이다. 1400원대 환율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미국의 고강도 긴축기 등 단 3차례뿐이다.


외환시장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당국은 구두 개입에 나섰다. 외환당국은 이날 "환율 움직임, 외환수급 등에 대해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지나친 외환시장 쏠림 현상은 우리 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주식시장도 충격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전거래일보다 각각 2.28%, 2.3% 떨어졌다.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국제유가는 언제라도 튈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한국은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72%에 이르는 등 중동사태 추이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시장에선 이란이 국제원유 주요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최대 13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환율과 유가 상승은 수입 물가에 반영돼 국내 물가를 끌어올린다.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 방향을 수립하며 원유 전망을 배럴당 81달러(두바이산) 기준으로 삼았다. 한국은행은 2월 경제전망 당시 국제유가 연간 83달러를 기준으로 했다. 두바이유는 지난 12일 종가 기준 배럴당 90.48달러까지 치솟는 등 국제유가는 전제치로 삼았던 수준을 이미 넘어선 상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유가가 올라간 상태에서) 굉장히 오랜 기간 머물러 있으면 물가 전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둔화 추세를 보이던 물가가 방향을 틀 조짐을 보이자 오는 7월이 대세였던 증권사들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 전망도 뒤로 밀리는 분위기다. 지금의 '3고' 위기 고통이 예상보다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단 의미다.

나아가 진짜 위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중동사태에서 지정학적 위기에 취약한 한국 경제 체력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의 동맹국에 대한 방어 기능, 국제경찰 기능 역할이 약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험이 과거에 비해 훨씬 크게 부각될 수 있다"며 "중국의 대만 침공 우려 등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서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졌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천장 뚫린 환율…당국 1년7개월만에 구두개입


원/달러 환율이 2022년 11월 이후 1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장중 1400원을 넘긴 1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환율 정보가 나오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사진=(서울=뉴스1) 김성진 기자
원/달러 환율이 2022년 11월 이후 1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장중 1400원을 넘긴 1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환율 정보가 나오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사진=(서울=뉴스1) 김성진 기자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5원 오른 1394.5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2022년 11월7일(1401.2원) 이후 1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날보다 5.9원 오른 1389.9원에 거래를 시작한 원/달러 환율은 상승폭을 키우더니 오전 11시30분쯤 1400원을 터치했다. 장중 고가 기준으로도 2022년 11월7일(1413.5원) 이후 최고치다.

외환시장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외환당국은 구두개입에 나섰다.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은 2022년 9월15일 이후 처음이다.

구두개입 직전 1395.8원에 거래되던 원/달러 환율은 이후 1392.4원까지 떨어졌다. 다만 장 마감 직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은 글로벌 강달러 영향으로 분석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금리 인하가 후퇴하는 가운데 이스라엘이 이란의 보복 공습에 추가적인 보복을 예고하며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됐기 때문이다.

이에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부각됐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약 5개월 만에 106선으로 뛴 상태다.

일각에선 외환당국의 고환율 용인설을 제기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의 최근 발언을 두고서다. 이 총재는 지난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회견에서 최근 환율에 대해 "개인과 기관들의 해외투자가 늘어나면서 선진국형 외환시장 구조가 자리 잡았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았다.

최근 환율 상승이 글로벌 강달러 현상에 따른 것으로 외환보유액과 우리 경제 펀더멘탈을 고려했을 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발언이었지만 시장은 고환율을 용인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한은은 시장의 오해라며 과도한 변동성을 보이면 시장안정화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지만 외환시장 불안은 이어졌다.

나아가 외환당국의 향후 외환시장 대응 여력이 약화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금의 고환율 국면이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정부가 지난해 역대급 세수 결손을 메우기 위해 약 20조원 규모의 외국환평형기금을 끌어다 쓰기로 하면서다. 정부는 원화 외평채 발행으로 외평기금 재원을 추가 확보한다는 계획이지만 현재까지 원화 외평채 발행을 위한 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중동발 포성에 '화들짝'…고유가에 고환율까지 덮친 물가, 향방은?


수입물가지수 추이/그래픽=이지혜
수입물가지수 추이/그래픽=이지혜
물가도 말썽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3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수입물가지수는 137.85(2015년=100)로 전월 대비 0.4% 올랐다.

수입물가는 지난해 11월(-4.4%)과 12월(-1.7%) 2개월 연속 하락한 뒤 올해 들어 3개월째 상승 추세다.

수입물가가 오른 건 국제유가가 상승한 영향이다. 실제 두바이유 월평균 가격은 지난 2월 배럴당 80.88달러에서 지난달 84.18달러로 뛰었다.

세부적으로 원재료가 광산품(1%)을 중심으로 전월 대비 0.9% 상승했다. 중간재는 석탄및석유제품(1%), 제1차금속제품(0.7%) 상승에 전월 대비 0.4% 올랐다. 자본재는 전월 대비 0.1% 상승했고, 소비재는 0.2% 하락했다.

수입물가 상승은 보통 1~3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정부로선 그만큼 물가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여기에 4월 이후에도 수입물가 상승세는 이어질 전망이어서 정부 고민을 더 깊게하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고환율까지 덮쳤기 때문이다. 실제 두바이유는 지난 12일 종가 기준 배럴당 90.48달러까지 치솟았다.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목전에 둔 상황이다.

유성욱 한은 경제통계국 물가통계팀장은 "3월 말 84달러대였던 국제유가가 90달러 가까이 올랐고 3월에는 하락했던 환율이 4월 이후 상승하고 있다"며 "4월 수입물가에 반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름값 상승은 운송비 등 부담을 늘려 물가를 끌어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정부가 이달 말로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인하 조치(휘발유 25%·경유 37%)를 6월 말까지 추가 연장한 이유다.

하지만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은 새로운 대책이 아니어서 물가 추세를 바꿀 만한 대책은 아니다. 나아가 추후 유류세 인하 조치를 정상화할 땐 그만큼 국민들이 느끼는 유류세 부담이 한번에 커질 수 있다.

유가가 오르면 공공요금도 변수다.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구매하는 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이 유가 상승 영향을 받아 높아지면 재무 구조상 타격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하반기에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의 재무 상황, 국제연료 가격 등을 고려해 전기·가스요금 추가 인상을 검토할 방침이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중동사태 관계부처 상황점검회의'에서 "이번 사태로 인한 국내 물가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전반적 물가관리 노력에도 역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기요금 묶인 에너지 업계 '비상'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이란의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사진=(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이란의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사진=(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에너지 업계도 긴장한다. 전기나 난방의 원료 대부분을 해외에서 도입하기 때문에 원가 상승 압력이 커지는 탓이다.

한국전력과 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은 2022년 달러당 1270원, 지난해 1243원으로 평균 원/달러 환율을 설정하고 5년 단위 중장기 재무계획을 짰다. 올해 평균환율은 다음달 기재부로부터 받아 재무계획에 반영한다는 설명이다.

한전의 경우 LNG(액화천연가스)나 유연탄 등 전기생산을 위한 연료를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한다. 이 때문에 환율 상승 시 곧바로 한전의 원가상승으로 이어진다.

반면 소비자에게 받는 전기요금은 지난해 5월 이후 1년 가까이 동결 중이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해 4분기 산업용 전기요금만 ㎾h(킬로와트시)당 10.6원 인상하고 물가상승에 따른 가계부담을 이유로 민수용 전기요금은 동결했다.

지난 10일 국회의원 총선거(총선) 이후로 전기요금 인상을 미뤄둔 상황에서 한전에 원가상승 압력이 커진 셈이다. 한전이 발전자회사나 민간에서 전기를 사오는 기준인 SMP(계통한계가격) 역시 LNG와 LPG(액화석유가스) 등 최종단계 발전원료 가격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환율 상승이 실적악화로 이어진다.

KB증권은 지난달 말 한국전력에 대해 낸 보고서에서 환율 1% 상승 시 한전의 주당순이익(EPS)이 2.5%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에서 배럴당 81달러 수준으로 전망했던 국제유가가 최근 배럴당 90달러선 안팎에서 형성된 점을 고려하면 예상 밖으로 오른 환율과 국제유가의 이중고를 걱정해야한다.

가스공사는 장기계약을 통해 가스를 도입하기 때문에 단기적 환율 상승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한다. 겨울철이 지나 난방수요가 줄어든 점도 이번 고환율 영향을 줄이는 요인이다. 다만 장기간 환율이 지속될 경우 계약에 따라 도입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통상 3~4개월 뒤 원료도입가에 영향을 준다.

다만 수출부문엔 영향이 적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우리나라 주력 수출 품목이 대부분 고부가가치 품목 중심으로 구성된 탓에 단기적인 환율 변동이 제품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게 산업통상자원부의 설명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금은 수출제품이 고부가가치화 돼있어 환율 영향, 특히 단기적 변동은 영향이 없다"며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수출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추락하는 신흥국 통화, 또 빠지는 엔화


그래픽=뉴스1
그래픽=뉴스1
한편 지금의 고환율이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 강화로 미국 달러에 자금이 몰리면서 신흥국 통화 가치 역시 빠른 속도로 추락하고 있다.

CNBC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45분 기준(한국시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통화지수는 전일 대비 0.27% 하락한 1708.92로 지난해 12월13일(1707.77) 이후 최저 수준까지 낮아졌다. 이 지수의 올해 하락률은 1.8%다.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해제에도 약세를 나타냈던 엔/달러 환율은 1990년 6월 이후 처음으로 154엔을 넘어선 데 이어 154.32~34엔에서 움직이고 있다.

아울러 달러 대비 인도네시아 루피아 환율은 2020년 4월 이후 처음으로 1만6000루피를 넘어서는 통화 약세를 나타냈다. 말레이시아 링깃 가치는 1998년 이후 26년 만의 최저치에 근접했다. 대만달러 가치는 2016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필리핀 페소 환율도 2022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57페소까지 오르는 등 약세를 보였다. 인도 루피 가치 역시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각국 금융당국은 시장 개입 가능성 등을 언급하며 자국 통화 방어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실제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이날 화폐 가치가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자 즉각 국내 비인도 선물 및 현물 시장에 개입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전날 자국 통화 방어에 나설 준비가 됐다며 시장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일본은 외환시장의 투기적 움직임을 지적하며 엔화 약세를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할 거란 입장은 거듭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신흥국 통화 가치의 추가 하락을 예상했다. 바클레이즈의 미툴 코테차 아시아 외환 및 신흥국 거시 전략 책임자는 "아시아 통화 대부분은 달러 강세에 굴복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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