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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트라우마'…高환율 고통받는 일본과 첫 '공동 구두개입'

머니투데이
  • 박광범 기자
  • 워싱턴D.C.(미국)=정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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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18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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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사진제공=뉴스1
G20 재무장관회의 및 IMF/WB 춘계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현지시간) 세계은행(WB)에서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과 면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사진제공=기획재정부
미국의 금리인하 기대감 후퇴 속에 중동지역 지정학적 위기 확대로 환율에 비상등이 켜지자 외환당국 수장들이 바삐 움직이며 진화에 나섰다. 한일 재무장관이 사상 첫 '공동 구두개입'에 나섰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과도한 환율 쏠림현상이 발생하면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서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어느정도 약발은 먹혔다. 한때 1400원을 찍었던 원/달러 환율은 1380원대에서 숨고르기에 들어가며 한숨을 돌린 모양새다. 다만 중동분쟁 추이 등에 따라 환율이 다시 튈 수 있어 경계감을 늦춰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짐 풀자마자 만난 한일 재무장관…강달러에 공동대응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시간으로 지난 16일 미국 워싱턴 D.C.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최 부총리가 워싱턴 D.C.로 향한 건 매년 이 시기에 열리는 G20(주요20개국) 재무장관회의 및 IMF(국제통화기금)·WB(세계은행) 연차총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비행시간은 14시간. 한국보다 13시간 느린 시차를 감안할 때 최 부총리는 출발 때과 같은 날 유사한 시간대에 워싱턴 D.C.에 도착했다. 짐을 풀자마자 최 부총리는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과 양자면담에 나섰다. 한·일 재무장관의 양자면담 자체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최 부총리가 취임 후 처음 스즈키 재무상을 만난다는 정도가 관심사였다.

예정된 일정이었고 다음날 역사상 첫 한·미·일 재무장관회의를 앞두고 있었기에 주목도는 더 떨어졌다. 특히 한·일 관계의 경색국면이 완화되면서 지난해 7년 만에 한·일 재무장관회의가 열렸기 때문에 양국의 재무장관 양자면담은 의례적인 '이벤트'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실제 결과물은 달랐다.

비공개로 이뤄진 한·일 재무장관 양자면담이 끝난 후 기재부가 배포한 보도자료는 총 5문단으로 A4 용지 한 장을 채우지 못했다. 양자면담을 했고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는 나머지 문단은 일상적인 양자면담의 언어였다. 하지만 유독 한 문단이 튀었다. 외환시장을 다룬 부분이었다.

"최 부총리와 스즈키 재무장관은 최근 양국 통화의 가치하락(절하)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공유했으며 급격한 외환시장 변동성에 대응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언급했다"

짧은 문장이지만 낯익은 문구였다. 외환당국이 외환시장에 구두개입할 때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표현이다. 구두개입은 외환시장이 요동칠 때 외환당국 관계자발로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다. 한·일 재무장관이 양자면담이라는 공식 일정 속에서 공동으로 구두개입에 나선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다. 유례도 찾기 쉽지 않다.

기재부 보도자료에는 또 다른 이례적 상황도 담겼다. 양자면담 결과를 영문을 첨부한 것인데 기재부가 재무장관의 양자면담 결과에 영문을 첨부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영문 결과물에는 외환시장 관련, 심각한 우려(serious concers)를 공유(shared)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양국이 공동 선언문 수준으로 이번 양자면담 결과물을 냈다는 걸 의미한다.

한·일 양자면담의 결과물이 예상 수준을 넘어선 건 최근 국제금융 환경이 예상 수준을 넘어서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최근 미국의 금리인하 시기와 맞물려 주요국의 강달러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습으로 달러 등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는 더 커졌다. 한국과 일본은 자국 통화의 평가 절하(환율 상승)에 시달렸다.

한국만 하더라도 한·일 재무장관의 양자면담 전날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00원을 찍었다. 지금까지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터치'한 건 3번밖에 없었다. 엔/달러 환율도 1990년 이후 34년 만에 154엔까지 치솟았다. 양국 입장에선 외환시장 안정이 급선무로 떠오른 셈이다.

한은 총재도 나섰다. 마찬가지로 미국을 방문 중인 이 총재는 CNBC와 인터뷰에서 "펀더멘털을 고려할 때 최근 환율 움직임이 과도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환율 변동성이 계속될 경우 우리는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설 준비가 돼있으며 그렇게 할 여력과 방법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날 기재부와 한은 국장 명의 공동 구두개입에 이어 두 기관의 수장까지 나선 것이다.



환율 8거래일 만에 하락 전환


1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사진제공=뉴스1
1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사진제공=뉴스1
약발은 먹혔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7원 내린 1386.8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지난 5일부터 7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연고점을 높였던 원/달러 환율이 8거래일 만에 하락한 셈이다.

사실 이날도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은 차고 넘쳤다.

이란의 보복 공습에 이스라엘이 '고통스러운 보복'을 예고하자 에브라힘 라이스 이란 대통령이 "고통스러운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맞서는 등 중동분쟁이 강대강 국면으로 치달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 발언도 강달러를 부추겼다. 파월 의장은 15일(현지시간) 미국-캐나다 경제 관계 정책포럼에서 "최근 미국 경제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비해 인플레이션은 중앙은행의 목표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했다"며 "조만간 금리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고 말했다. 시장의 금리인하 지연 가능성에 쐐기를 박는 발언이었다.

실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기준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오는 6월 금리를 0.25%p(포인트) 인하할 것이란 전망은 15%까지 낮아졌다. 반대로 연준이 6월에도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관측은 같은 기간 84.8%로 확대됐다. 나아가 연준이 9월에는 0.25%p 금리인하를 시작할 것이란 전망도 46.2%로 50%를 밑돌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106.4까지 오르는 등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그럼에도 이날 원/달러 환율이 하락한 건 외환당국 대응 수위가 높아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과거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트라우마가 있는 정부로선 환율 급등에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외환당국이 구두개입과 동시에 실개입도 병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을 제외하고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기록했던 앞선 3차례 사례를 보면 사실상 국내 신용위기나 글로벌 위기 국면이었다는 점에서 1400원이 주는 공포심이 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급한불 껐지만 환율 추가 상승 가능성도…엔화는 더 약세


다만 환율 위기가 아직 끝난 건 아니기 때문에 경계감을 늦춰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지정학적 위험 심화뿐 아니라 삼성전자와 현대차, 포스코 등 국내기업 배당 역송금에 따른 외국인 환전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단 점도 변수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400원 내외 저항구간에 머무를 것으로 보이지만 중동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 여부에 따라 1400~1440원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같은 시간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897.18원이다. 전일 오후 3시 30분 기준가 899.72원보다 2.54원 내렸다.

한편 양국 재무장관 공동 구두개입 효과는 엇갈렸다. 원화와 달리 엔화는 약세를 이어간 것이다.

서울 외환시장이 마감하는 오후 3시30분 기준 원/엔(100엔 기준) 재정환율은 897.11원을 기록했다. 전날 같은시간(902.74원)보다 5.63원 내렸다. 2개월여만에 900원대로 오른 지 하루 만에 다시 800원대로 내린 것이다.

엔화는 서울 외환시장에서 직접 거래되지 않아 기준환율인 달러로 간접계산한다. 다시 말해 이날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엔화보다 더 크게 상승하면서 원/엔 재정환율이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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