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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무덤서 전기차 태어난다…광산 마을서 자란 그녀의 결심[월드콘]

머니투데이
  •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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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20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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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폴 스타트업 난디나렘, 항공기 재활용해 탈탄소 해답 제시
보잉7 시리즈 합금 이용하면 배터리 케이스 1700개 생산 가능

[편집자주] 전세계에서 활약 중인 '월드' 클래스 유니'콘', 혹은 예비 유니콘 기업들을 뽑아 알려드리겠습니다. 세상에 이런 게 있었나 싶은 기술, 이런 생각도 가능하구나 싶은 비전과 철학을 가진 해외 스타트업들이 많습니다. 이중에서도 독자 여러분들이 듣도보도 못했을 기업들을 발굴해 격주로 소개합니다.

2012년 9월 러시아 크라스노야르스크 야친스크 시 인근에 위치한 알루미늄 원석 채굴 광산의 전경./로이터=뉴스1
2015년 3월 미국 캘리포니아 빅터빌에 퇴역 항공기들이 보관돼 있는 모습./로이터=뉴스1


땅에서 노는 항공기 8000대…"전기차로 부활시키자"


항공기도 사람처럼 노쇠하면 퇴역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지난 35년 간 상업용 항공기 1만6000대가 퇴역했다. 단순 계산하면 매년 450대씩 퇴역한 셈. IATA는 퇴역 항공기 숫자가 매년 700대 수준으로 상승 중이며, 이 추세대로라면 10년 내 1만1000대가 퇴역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퇴역 항공기 중 일부는 항공 수요에 따라 다시 비행에 불려가기도 한다. 그러나 블룸버그에 따르면 8000대 정도가 여전히 지상에 보관 중이다. 항공기 1대 제작에 수만, 많게는 수억 달러가 들어간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 많은 항공기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너무 아깝다.


지난해 7월 설립된 싱가폴 스타트업 난디나렘(Nandina REM) 창업자 카리나 케이디 CEO는 이렇게 버려진 항공기들을 재활용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항공기에서 알루미늄 등 광물을 채취해 전기차 배터리케이스로 생산하자는 것.

항공기 재활용 싱가포르 스타트업 난디나렘을 창업한 카리나 케이디 CEO./사진=난디나렘 홈페이지 갈무리
항공기 재활용 싱가포르 스타트업 난디나렘을 창업한 카리나 케이디 CEO./사진=난디나렘 홈페이지 갈무리

전기차 하면 2차 전지, 반도체를 먼저 연상하지만 배터리 케이스도 중요한 자재다. 가벼우면서 단단해야 하고, 배터리를 냉각하기 위해 열 순환이 잘 돼야 한다. 이 때문에 가볍고 강도가 높은 알루미늄 리튬 합금이 전기차 배터리 케이스 소재로 각광받는다. 항공기 보잉7시리즈 기종에 사용된 합금 대부분이 알루미늄 리튬 합금인데, 알루미늄 리튬 비율이 정교하고 일관되게 맞춰져 있어 간편하게 재활용할 수 있다. 가볍고 강한 항공용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면 자동차 범퍼 등 부속도 생산할 수 있다.

난디나렘은 보잉767 기종 3대를 분해, 알루미늄 재활용에 성공했다. 케이디 CEO는 지난 2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항공기에 쓰인) 자재의 90% 이상을 재사용 또는 재처리할 수 있다"며 "올해는 (재활용하는) 항공기를 40대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난디나렘은 상업화를 추진하는 단계라 브랜드 명을 공개할 수 없지만, 재활용 합금으로 만든 배터리 케이스가 지난해 10월 생산된 전기차에 탑재됐다고 했다.


케이디 CEO에 따르면 보잉767 기준 항공기 1대를 재활용하면 배터리 케이스 1700개를 얻을 수 있다. 퇴역 항공기 숫자가 IATA 예상대로 증가한다면 항공기 재활용으로 배터리 케이스 5000만개를 생산할 수 있다. 케이디 CEO는 "배터리 케이스 5000만개를 생산하려면 보크사이트 광산 12개에서 알루미늄의 원료를 캐야 한다"고 설명했다.


억대 연봉 뿌리치고 '항공기 재활용' 창업한 이유


케이디 CEO는 열대우림이 우거진 인도네시아 광산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인도네시아는 보크사이트 수출량 세계 2위다.

케이디는 모교인 퀸즐랜드대학 학보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부터 광산 작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 목격했다"며 "광산 작업은 파괴적이면서도 가슴 아픈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한편으로 왜 광물을 채굴할 수밖에 없는지도 이해했다"며 "뭔가 더 좋은 방법이 있겠지 싶었다"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지속가능한 개발에 관심을 갖고 대학에서 환경관리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ESG 분야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싱가포르 투자사 서큘레이트 캐피털에서 동남아시아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 사업을 지원했다.

ESG 투자는 환경, 산업, 공공정책까지 여러 분야를 아울러야 한다. 기존의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에 비해 수익성을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위험 부담이 큰데 그만큼 보상도 크다. 케이디 CEO가 맡았던 ESG 투자 분야는 평균 연봉이 15만~22만달러(2~3억원)에 달한다.

2012년 9월 러시아 크라스노야르스크 야친스크 시 인근에 위치한 알루미늄 원석 채굴 광산의 전경./로이터=뉴스1
2012년 9월 러시아 크라스노야르스크 야친스크 시 인근에 위치한 알루미늄 원석 채굴 광산의 전경./로이터=뉴스1

고액 연봉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 창업에 나선 이유에 대해 케이디 CEO는 "가족과 내 건강을 돌볼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했다. 또 내 기술이 가장 큰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프로젝트에 도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창업) 첫해는 험난했다. 한동안 월급도 없었다"며 "하지만 위험을 부담한만큼 보상을 받고 보람도 있었다. 지금은 인재를 선택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됐다"고 했다.

케이디 CEO는 알루미늄 재활용 사업이 더 각광받으로 본다. 기존 알루미늄을 채굴·제련하는 재래식 사업이 온실가스 배출에 더해 지정학적 위험까지 안고 있어서다. 세계 알루미늄 생산 3위인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자 알루미늄 값이 급등했다. 그 와중에 조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산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3배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알루미늄을 제련, 생산한다.

케이디는 "(알루미늄 공급망이) 다각화돼 있지 않아 (공급에) 근본적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며 "재활용된 2차 알루미늄이 향후 몇 년 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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