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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였던 칸영화제와 소원해지는 한국영화가 나아갈 길

머니투데이
  • 홍수경(칼럼니스트) ize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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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22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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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박찬욱 봉준호를 육성하는 시스템 확립이 필요해

올해 칸영화제에 유일하게 출품된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2' 포스터. 사진=CJ ENM
제77회 칸국제영화제 공식 포스터
칸영화제는 한 해의 영화 수작을 결정짓는 영화계 주요 행사다. 칸영화제 수상작은 세계의 쟁쟁한 배급사 라인을 타고 하반기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오를 확률이 높고, 이듬해 오스카 수상을 하면서 시대의 명작 인증을 받곤 한다. 칸영화제와 오스카를 모두 점령했던 ‘기생충’을 떠올려 보면 칸-오스카 라인의 힘이 쉽게 이해된다. 매년 반복되는 영화계의 관례적 수순에 포함되는 (쉽게 말해, 주요 영화제에 초청되는) 영화의 경우, 작품성 외에 든든한 재정적/국가적 지원이 필요하기에 소수의 배급사 및 소수의 감독이 독식을 한다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칸영화제 수상작이 영화사에 유의미한 작품이라는 점에는 거의 반론의 여지가 없다.


비단 경쟁 부문이 아닌 비경쟁 부문에서 공개되고, 영화제가 아닌 칸마켓에서 소개가 되는 것만으로 그 영화의 세일즈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한 해의 세계 영화 배급과 영화제에 관여하는 모든 이들이 5월이 되면 모두 프랑스 칸으로 모여들기 때문이다. 이 거대한 행사에 한국 영화가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때는 2000년 ‘춘향뎐’부터다. 임권택 감독부터 홍상수, 김기덕, 이창동 감독을 거쳐 박찬욱, 임상수, 봉준호 감독이 장편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부산 국제 영화제 공개작이나 화제의 대중 영화 신작들은 ‘주목할 만한 시선’이나 ‘비경쟁 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 ‘비평가 주간’ 등 여러 부문에 걸쳐 초청되었고, 단편 경쟁 부문에도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꾸준히 소개되었다.



세계 영화 시장이 기대하는 작품을 첫 공개하는 비경쟁 부문에 한국 영화가 10년 넘게 초청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한국 영화의 상업적 가치를 가늠할 수 있다. 올해도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 2’가 ‘미드나잇 스크리닝’에서 상영된다. 류승완 감독의 칸 입성은 2005년 ‘주먹이 운다’가 감독 주간에 초청된 뒤 19년 만이다. 그리고 ‘베테랑 2’는 올해 칸영화제에 초청된 유일한 한국 작품이다.


이 소식에 놀라 한국 영화가 더 이상 칸 영화제의 주목 대상이 아닌 가라고 반문하는 반응이 감지된다. 칸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은 수년 간에 걸쳐 진행된다.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하는 예외적인 천재 감독도 있지만, 대개는 신인 감독이 ‘주목할 만한 시선’, ‘비평가 주간’, ‘감독 주간’ 등을 거쳐 영화 장인 경지에 올라섰을 때 경쟁 부문에 초청을 받게 된다. 한때 아시아 영화의 칸 진출을 도왔던 외부 코디네이터 피에르 르시엥은 ‘살인의 추억’이 ‘상업적’이라는 이유로 추천을 거절한 적이 있다. 이후 봉준호 감독은 ‘괴물’로 ‘감독 주간’에 처음 초청되었고, ‘도쿄!’와 ‘마더’의 비경쟁 부문을 거쳐 ‘옥자’와 ‘기생충’으로 경쟁 부문 레드 카펫을 밟았다. ‘괴물’에서 ‘옥자’까지 10년이 넘게 걸린 셈이다.


2000년대 칸 무대에 등장한 감독들이 주요 부문의 주인공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돌이켜보면, 같은 조건이 2010년대 감독들에게는 적용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나홍진 감독은 비경쟁 부문에 올랐던 ‘곡성’ 이후 차기작이 없었고,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과 ‘차이나타운’의 한준희 감독은 OTT 시리즈에서 더 승승장구 중이다. ‘도희야’와 ‘다음 소희’의 정주리 감독은 다음 도약을 기대할 만하지만 한국 영화 제작이 힘들어지면서 독립 영화 환경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독자적인 제작 방식으로 산업에서 벗어난 영화를 만들고 있는 홍상수 감독만이 꾸준히 작품을 영화제에 출품하고 있다. 칸영화제에 진출했던 영화인들이 지속적으로 영화를 만들지 못하거나 OTT를 통해 더 큰 주목을 받게 되면서, 데뷔 때부터 오직 영화에만 열중했던 박찬욱과 봉준호의 작가주의 모델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아 보인다.



올해 칸영화제에 유일하게 출품된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2' 포스터. 사진=CJ ENM
올해 칸영화제에 유일하게 출품된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2' 포스터. 사진=CJ ENM


올해 초청 리스트는 영화의 직면한 현실에 대해 더 큰 질문을 던진다. 칸 홍보에 나선 미국 대작 영화는 예년보다 훨씬 줄어든 ‘퓨리오사: 매드 맥스 사가’와 ‘호라이즌, 아메리칸 사가’ 두 편이다. 경쟁 부문에 오른 미국 영화는 총 네 편이다. 그리스 출신으로 가장 핫한 할리우드 감독인 요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카인드 오브 카인드니스’와 꾸준히 사회 변방의 목소리를 전하는 초저예산 독립영화 감독 션 베이커의 ‘아노라’가 젊은 감독층을 대변한다면, 자비로 제작한 SF 영화로 오랜만에 컴백하는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메갈로폴리스’와 폴 슈레이더 감독의 ‘오, 캐나다’는 20세기 뉴 아메리칸 시네마의 기수들의 생존을 알린다. 그러나 ‘메갈로폴리스’와 ‘오, 캐나다’를 비롯해 넷플릭스가 거절한 프로젝트인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더 슈라우즈’는 모두 쟁쟁한 스타들이 출연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배급사가 결정되지 않았다. .프랑스 영화는 신인 감독부터 중견까지 고르게 작품을 초청했지만, 유럽과 남미 영화는 프랑스를 제외하고 여러 국가의 합작 영화다.


이는 두 가지 시사점이 있다. 글로벌 OTT 플랫폼이 더 이상 칸영화제를 주요 홍보의 장으로 활용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미국, 중국, 프랑스, 한국, 일본을 제외한 국가들은 대개 다국적 제작 작품인지라 논쟁적인 글로벌 이슈를 더 심도 깊게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영화들은 미국에 이어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 국가로 급상승한 한국 영화와는 노선이 다소 다르다. 한국내 사회적 문제에 주목하는 독립 영화들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이제는 이런 비판 지점이 한국 밖에서 설득력을 잃을 때가 많다. 대개의 한국 대중 영화는 오락적인 쾌감으로 무장하고 더 광범위한 관객을 타겟으로 한다.


칸영화제와 점점 멀어지는 한국 영화가 그렇다면 어떤 성취로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오스카 수상? 비영어권 영화의 오스카 수상 확률은 국제 영화제의 인정을 받지 못하면 확연히 낮아진다. 아시아권 및 세계 제패? 수십 년간 K드라마 장르를 구축해온 저력은 전세계 시청자들(혹은 구독자들)로부터 지속적인 신뢰를 얻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토대에서 신인 영화인의 발굴과 중견 영화인의 성장은 지속 가능한가? 모두 OTT로 향하는 대신, 영화인으로서 업계의 인정을 받고 더 큰 무대로 나아갈 수 있는 세계 영화제 무대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까?


물론 장르 영화가 메인이 되는 유수의 판타스틱 영화제에서는 여전히 다수의 한국 영화들이 초청되어 사랑을 받는다. 한국 영화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 메이저 OTT에서 여러 장르가 혼재된 한국 영화를 주기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장르 영화가 아닌 좀 다른 영화, 더 혁신적인 표현을 찾는 영화의 세계에서 한국 창작자의 이름을 마주하는 일이 점점 드물어진다. 진심으로 제2의 박찬욱과 봉준호를 원한다면, ‘콘텐츠’의 세계에서 안주하지 않고, 세상이 겪고 있는 영화의 대혼돈 시대를 함께 돌파하려는 창작자를 지원하고 배양하는 빅 픽처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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