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살해하고선 "피가 많이 나요" 신고…'심신상실 주장' 아내의 최후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전 남편을 살해한 50대 여성이 술과 수면제를 복용한 심신상실 상태였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119 신고 과정에서 또렷하게 말한 정황 등을 근거로 삼았다. / 삽화=임종철 디자인 기자

전 남편을 살해한 50대 여성이 범행 당시 술과 수면제를 복용한 심신상실 상태였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119 신고 과정에서 또렷하게 말한 정황 등을 근거로 삼았다.

29일 뉴스1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오창섭)는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경기 고양시 주거지에서 전남편 B씨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01년 결혼한 두 사람은 B씨 외도로 2005년 이혼했지만 10년 넘게 사실혼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A씨는 B씨가 언제든 외도할 수 있다는 의심을 저버리지 못했다. 그러다가 2008년 B씨를 흉기로 공격해 상해를 입히는 범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이후 A씨는 2012년 유방암 수술을 받은 것을 계기로 불면증, 우울증, 공황장애를 앓게 됐다. 수면제를 달고 살았지만 나아지지 않자 술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술과 수면제를 함께 먹으면 폭력성이 높아지는 부작용이 있는데 이 때문에 A씨는 자주 흉기를 들고 B씨를 위협했다고 한다. 범행 당일에도 A씨는 술과 수면제를 함께 먹었다. 그는 B씨가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말을 하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법정에서 "다량의 수면제를 복용한 상태에서 술에 만취해 범행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며 심신상실 상태를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가 119에 신고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대답한 점, 체포 직후 범행 동기에 대해 밝힌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사물 변별 능력, 의사결정 능력이 있다고 본 것이다. A씨는 신고 당시 "남편을 찔렀는데 피가 너무 많이 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살인은 어떤 방법으로도 피해를 복구할 수 없는 범죄"라며 "피고인은 평소 내재적 분노가 있었고 수면제와 술을 함께 먹으면 폭력성이 발현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