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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스토리텔링’으로 살아난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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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20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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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글쓰기 원포인트 레슨]흥미롭게 재구성하는 기법은 사실·사건 기록물에도 유용

[편집자주] 많은 리더가 말하기도 어렵지만, 글쓰기는 더 어렵다고 호소한다. 고난도 소통 수단인 글을 어떻게 써야 할까? 리더가 글을 통해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노하우를 구체적인 지침과 적절한 사례로 공유한다. <백우진의 글쓰기 도구상자>와 <일하는 문장들> 등 글쓰기 책을 쓴 백우진 글쟁이주식회사 대표가 연재한다. <편집자주>

▲백우진 글쟁이㈜ 대표
영화 〈쇼생크 탈출〉은 스티븐 킹의 소설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을 원작으로 제작됐다. 킹은 이 소설에서도 대가의 스토리텔링 솜씨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했다. 우선 전지적 작가 시점 대신 일인칭 관찰자 시점을 택했다. 화자(話者)는 주인공 앤디 듀프레인보다 약 10년 전에 살인죄로 쇼생크 교도소에 수감된 ‘레드’다.

이 아일랜드계 남자는 보험금을 노리고 자동차 브레이크를 망가뜨렸는데 아내 외에 동승한 이웃 부인과 자식까지 죽게 됐고, 결국 삼중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영화에서는 이 인물이 흑인으로 바뀌었고, 모건 프리먼이 연기한다.)


앤디는 1948년 쇼생크에 수감된다. 앤디의 혐의와 재판은 레드가 들은 이야기를 통해 독자에게 전해진다. 앤디는 바람난 아내와 애인 골프 선수를 사살한 누명을 쓰고 종신형 판결을 받았다. 만약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시간순으로 사건을 전개했다면, 진범은 골프클럽 종업원이었음을 독자에게 알려줬을 것이다.

그러나 킹은 이 사실을 앤디가 감옥에서 10여 년을 보낸 뒤인 1962년 절도죄로 수감된 토미 윌리엄스를 통해 들려준다. 토미는 다른 교도소에서 지낼 때 진범에게서 그 사실을 듣게 됐었다.

레드는 물품을 반입해 수감자들에게 공급하는 일을 한다. 레드는 앤디가 리타 헤이워드 포스터를 구해달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앤디를 등장시킨다. 앤디가 처음 부탁한 물품은 포스터가 아니었다. 암석을 쪼개는 작은 망치였다. 레드는, 아니 킹은 왜 포스터 얘기를 앞세웠을까?




스토리텔링 기법, 여러 장르에 활용 가능


스토리텔링 기법은 작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과거 사실과 사건을 기술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활용할 기법이다. 즉, 기자와 수필가, 역사학자, 과학 저술가, 전기 작가 모두 익히고 구사할 가치가 있다.

예를 들면 역사학자 임경석은 〈역사논문 작성법〉에서 역사적인 사건을 재구성해 서술하는 기법 중 두 가지를 소개한다. 하나는 교차 서술이고, 다른 하나는 실마리 제시다. 교차 서술은 예컨대 1장과 3장, 5장에서는 인물의 활동을 소개하고, 2장과 4장에서는 그 활동의 조직적인 배경과 맥락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실마리 제시는 사건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요소 중 하나를 앞세움으로써 독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전개 과정에서 흥미를 유지하도록 하는 기법이다.

원재료를 재구성하는 플롯 기법은 필자가 앞서 ‘플롯 구사한 수필은 이렇게 다르다’에서 설명한 바 있다. 이번에는 그때 소개하지 않은 스토리텔링 기법을 다룬다. 우선 의미를 부여한 뒤 관련 사실로 뒷받침하는 방법이 있다. 또 그 결과에 ‘어떻게’ 이르게 됐는지 그 과정에 초점을 맞추는 서술이 있다. 이 밖에 더 넓은 분야를 아우르거나 큰 맥락에서 살펴보는, 관점의 확장 기법도 있다.

빅히스토리란 빅뱅 이후부터 생명의 탄생과 인류의 등장과 미래까지 장구한 시간에 걸친 역사를 우주론과 지구물리학, 생물학 등 다양한 학문의 연구를 바탕으로 설명하는 학문을 일컫는다. 이 분야에 국내외 저자들이 쓴 책이 다종 출간돼 있다. 빅히스토리 책을 스토리텔링 측면에서 비교해서 읽으면 이야기 구사에 참고할 점이 보인다.

이 글에서는 두 종을 비교한다. 하나는 〈박문호 박사의 빅히스토리 공부〉이고, 다른 하나는 〈사피엔스의 깊은 역사〉다. 스토리텔링 방식과 기법은 목차를 통해 어느 정도 가늠 가능하다. 전자의 2장은 ‘지구의 탄생과 판구조 운동’이고 3장은 ‘생명의 진화’다. 2장과 3장은 각각 다음과 같은 절로 구성된다. 3장은 일부만 전한다.

2장. 지구는 미행성이 충돌하여 만들어졌다/ 화강암 대륙의 출현/ 슈퍼플룸과 표층 환경의 변화/ 앙성자와 산성화된 지구 토양/ 판게아 초대륙의 형성/ 지질시대의 구분과 초대륙/ 신생대의 지질학적 대사건/ 기후변화와 밀란코비치 주기/ 지구의 대빙하 시대/ 요동하는 지구 기후/ 암석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광물과 생물의 공진화/ 양성자와 토양의 비옥화

3장. 대사, 호흡, 광합성의 탄생/ 미토콘드리아와 진핵세포/ 질소 원자를 획득한 생물/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진핵세포의 전략/ 생명 과정은 분자의 변환 과정/ 1차 산소혁명과 진행세포의 진화/ (하략)

이 목차를 보고 건조하고 딱딱하다고 느꼈다면, 후자의 목차와 비교해보자.
2장 지구, 생명의 요람: 스타의 탄생/ 골디락스와 여덟 마리 곰/ 알맞은 크기의 지구/ 적당한 태양의 크기/ 달의 탄생/ 분위기 좋은 지구/ 1000년 동안 내린 비/ 두 번째 여행을 마치며

5장 지구 환경과 생태계의 리모델링: 혁명아-시아노박테리아/ 산소의 급격한 증가가 바꾸어놓은 지구의 모습/ 제2의 생명 탄생-진핵생물의 출현/ 지구와 냉온탕을 오갔던 기후/ 제3의 생명-다세포 생물의 출현/ 다섯 번째 여행을 마치며



생명 탄생을 중심으로 쓴 지구 역사의 한 장


후자의 2장은 지구가 우주 행성 중 극히 드물게도 생명이 탄생하기에 적합한 여러 여건을 갖추게 됐다는 특별함을 긴 시기에 걸친 다방면의 사실로 설명한다. 다양한 설명 중 일부를 전하면 이렇다. 후자는 ‘골디락스’ 옛날이야기를 인용하면서 지구의 알맞음을 이야기로 풀어낸다.
골디락스 이야기에는 수프 세 그릇이 나온다. 하나는 막 끓여놓아 뜨거웠고, 다른 하나는 차가웠고 나머지 하나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아 먹기에 적당했다. 이로부터 ‘골디락스’는 적당한 온도나 상태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게 됐다.

<사피엔스의 깊은 역사〉는 금성은 태양에 가까워 너무 뜨겁고 화성은 태양에서 멀어 너무 차가운 반면 지구는 온도가 적당한 매우 좁은 구간에 자리 잡았다고 설명한다. 지구는 대기의 이산화탄소가 없었어도 차가워졌을 것이다. 요즘에는 양이 너무 많아져 지구를 덥게 만들고 있지만, 이산화탄소의 온실 효과는 지구를 따뜻하게 유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생명의 필수 여건이 대기와 물이다. 이 두 환경은 당연하게 주어지지 않는다. 지구에만 풍부하다. 화성에는 대기가 희박하고 바다가 없다. 지구는 남다른 여러 가지 힘으로 대기와 물을 지켜왔다. 첫째 힘이 중력이다. 화성도 처음에는 대기와 물이 충분했지만 중력이 약해 약 10억 년에 걸쳐 대기와 물이 우주 공간으로 흩어졌다.

중력 차이는 크기 차이에서 비롯된다. 화성은 질량이 지구의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중력은 대기와 물을 지키지만, 태양이 내뿜는 입자인 태양풍은 막아주지 못한다. 태양풍에 노출된 환경에서는 생명체가 태어나기도 생존하기도 어렵다. 지구는 다행히 자기장이 있어서 태양풍을 막아준다. 자기장이 태양풍과 충돌하는 현상이 바로 오로라다.

이제 ‘어떻게’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법을 사례를 들어 공유한다. 공룡이 멸종한 원인을 놓고 화산 분출을 비롯해 여러 가설이 경합했다. 그러다 운석 충돌이 원인이었다는 이론이 힘을 얻게 된다. 그렇다면 운석 충돌설은 어떻게 설득력을 확보하게 됐을까?

과학자들은 이리듐에 착안했다. 이리듐은 희귀 원소로 지각에 비해 운석에 훨씬 높은 농도로 함유돼 있다. 과학자들은 대멸종이 발생한 6600만 년 전 백악기와 제3기 지층의 경계 면에 양쪽과 뚜렷이 구분되는 얇은 점토층이 있는데, 이 층 내 이리듐 농도가 지각의 수십 배에 이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과학자들은 이 시기에 거대한 운석이 지구에 떨어졌고, 그로 인해 발생한 먼지로 하늘이 두껍게 뒤덮였으며, 오랜 기간 햇볕이 차단되자 식물과 초식동물, 육식동물이 차례로 대거 멸종했으리라고 본다.



토목과 고대 세계사를 연결해보자


더 넓은 분야를 아우르는 기법을 필자는 이란에서 발명된 지하 수로를 소개하는 글에 적용했다. 이란의 지하 수로는 카나트라고 불린다. 이란에서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카레즈, 호가라 등 다른 이름을 얻게 됐다.

한 백과사전은 “카나트가 건설되면서 이란의 가장 건조한 지역, 특히 이란 고원과 같은 곳에 사람이 정착하여 생활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그 영향을 설명한다. 필자는 이를 고대사 속 페르시아 제국과 신바빌로니아 왕국, 유대인과 관련지었다. 글 중 일부는 다음과 같다.

(전략) 키루스 2세(재위 BC 559~529)는 페르시아의 기원인 아케메네스 제국을 열고 제국이 220년 동안 지속되도록 뒷받침할 기틀을 다졌다. 키루스 2세는 서구에서도 포용력을 지혜롭게 발휘한 위대한 황제로 평가되어왔다. 그의 치적 중에 유대인 해방도 있다. 키루스 2세는 BC 538년에 신바빌로니아를 점령하고 바빌론에 끌려가 노예로 혹사당하던 유대인들을 이스라엘로 돌려보냈고, 이는 구약성경에도 전해진다.

주지하다시피 고대 문명은 큰 강을 끼고 형성되었다. 이른바 4대 문명인 메소포타미아문명과 인더스문명, 이집트문명, 황하문명 모두 강을 요람으로 태어났다. 이 중 인더스문명과 황하문명은 강 이름이 문명 이름이 된 사례다. 메소포타미아문명을 일군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유역은 비옥한 초승달 지역이라고 불렸다. 이 지역처럼 다른 문명의 발상지들도 토지가 비옥했다.

그렇다면 메마른 사막에 터를 잡은 페르시아는 어떻게 대국으로 성장했을까? 특히 어떻게 토지가 비옥한 국가들을 치는 전쟁을 벌일 수 있었을까? 원정의 승패는 병참, 특히 식량 보급이 좌우하는데? 수많은 주민 외에 대규모 군대를 먹일 식량을 어떻게 생산했을까?

1994년 개봉된 영화 〈쇼생크 탈출〉이 30주년을 맞아 재개봉된다. 이 영화 내용과 나란히 스토리텔링 기법도 감상해보면 어떨까.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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