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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운동장 어쩌나… '직구금지' 철회에 원점 돌아간 '역차별'

머니투데이
  • 김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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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2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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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KC미인증 제품 해외직접구매(직구) 금지방침을 철회했다. "선택권을 무시하는 규제"라는 소비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이면서다.

정부의 정책 철회로 인해 애초 대책의 목표였던 소비자 안전, 국내 유통소상공인과 제조업체 경쟁력 저하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게됐다.




"가격이 소비자후생의 전부가 아닌데..." 정부가 KC미인증 제품 직구 금지를 추진했던 이유


정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해외직구 금지 품목. 정부는 위 80개 품목은 안전 조치 없으면 해외직구를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소비자 반발로 사흘만에 철회했다. /그래픽=조수아
정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해외직구 금지 품목. 정부는 위 80개 품목은 안전 조치 없으면 해외직구를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소비자 반발로 사흘만에 철회했다. /그래픽=조수아
정부는 지난 16일 유모차·완구 등 어린이 제품(34개), 전기 온수매트 등 전기·생활용품(34개)에 대해 KC 인증이 없으면 해외 직구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가습기 소독제 등 생활화학 제품 12개 품목은 신고·승인되지 않은 제품에 대한 직구도 금지키로 했다.

정부가 이같은 대책을 내놓은 이유는 늘어가는 해외직구로 인해 발생된 '안전문제' '소비자피해' '기업 경쟁력 약화'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직구 대책을 발표하면서 "어린이제품, 인체에 유해하거나 화재 등 사고 위험이 높은 생활 전기용품 등이 직구를 통해서 안전인증없이 국내에 반입되고 있고 가품, 불량품 유통 등 피해가 증가해도 해외플랫폼은 피해구제에 소극적이고 제재수단도 부족하다"고 밝혔다.


국내 중소기업이나 유통소상공인들은 물건을 생산하거나 해외에서 물건을 수입할 때 KC인증을 받아야만 국내에 판매를 할 수 있다.

인증비용이 많이 드는데다 소액 직구는 관·부가세도 면제받다보니 국내 기업과 유통소상공인들은 가격경쟁력에서 해외 직접 판매자들보다 가격경쟁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정부도 "낮은 생산원가, 소액물품에 대한 관·부가세 면제 등에 따른 해외직구 증가는 국내 유통소상공인과 제조업체의 경쟁력 저하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직구 대책 논의 과정에서도 과도한 규제가 소비자 후생을 낮추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는 소비자들의 안전을 지키고 지속가능한 유통생태계를 유지하는 것이 소비자후생을 높이는 방편 중 하나라고 판단했다.

150달러 이하의 소액 직구에 대해서는 한도, 횟수 제한없이 관·부가세를 면제하는 현행 제도에 대해 개편을 검토하겠다는 것도 이같은 판단에서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값싼 물건을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만이 소비자후생을 높이는 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소비자 안전, 유통생태계 등 다양한 측면에서 소비자 후생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사실상 이를 거부했다. 소비자들의 다양한 선택권을 보장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정부는 사흘만에 정책을 철회하며 한발 물러섰다.



정부, 정책철회...안전문제, 기울어진 운동장 어쩌나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오른쪽 두번째)이 19일 오후 서울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해외직구 대책 관련 추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붉어진 해외직구 규제 논란과 관련해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만 반입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오른쪽 두번째)이 19일 오후 서울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해외직구 대책 관련 추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붉어진 해외직구 규제 논란과 관련해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만 반입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
정부의 정책철회로 안전문제와 기업경쟁력 약화문제는 다시 과제로 남게됐다.

정부는 앞으로 안전성 조사에서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만 직구를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 2차장은 "80개 품목 사전 차단이 아니라 사후에 문제가 발생하면 막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후제재만으로 국민들이 위해성 제품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는 어렵다. 또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도 국내반입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는 통관과정에서 이를 막을 수 있다고 하지만 한해 1억3000만건이 넘는 물건이 직구로 반입되는 상황에서 이를 걸러내기는 쉽지 않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정부가 2026년까지 위해제품 여부, 규격 등을 정확하게 기재하고 차단할 수 있는 통관 시스템을 구축할 거라고 했는데 그 전까지는 어떻게 거를 수 있다는 얘기냐"며 의문을 표했다.

국내기업만 KC인증의 부담을 떠안는 역차별 문제도 남은 숙제다. A 유통업계 관계자는 "KC인증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른 국가들과 상호인증 협정을 맺어야 한다"며 "그래야 최소한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 수출할 때라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KC인증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B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정책을 철회하면서 '안전'은 이제 소비자 선택의 문제로 남게 됐다"며 "안전한 물건을 사고 싶은 사람은 비싼 값을 주고서라도 인증을 받은 물건을 사게될텐데 그에 앞서 KC인증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처럼 KC인증을 받은 물건이 위해한 제품으로 뒤늦게 알려지는 사태가 반복되서는 KC인증이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소액 면세한도를 높이거나 횟수 제한 등을 두는 방식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으려던 고민도 '저렴한 물건을 찾는 소비자 선택권'이라는 반발에 부딪혀 사실상 추진하기 어렵게 됐다.

C유통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지 않으면서도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유통생태계도 지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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