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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온맥주 벌컥 마시더니…"찬 맥주가 더 맛있다고?" 중국이 깜짝

머니투데이
  •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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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22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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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연구진 "차가운 맥주, 따뜻한 사케, 상온의 바이주가 맛있는 이유 있었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서울시내 한 마트에서 중국산 맥주가 판매되고 있다.
[아부다비(아랍에미리트)=AP/뉴시스]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사이드 허슬' 양조장에서 지난 13일 미첼 더거티가 맥주 1파인트를 따르고 있다.
한여름에 즐기는 차가운 맥주 한 잔의 즐거움엔 이유가 있었다. 중국 현지 연구팀이 '찬 맥주가 상온의 맥주보다 더 맛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유난히 따뜻한 음료와 상온의 술을 즐기는 중국의 식습관 탓에 연구결과는 현지서 큰 화제다. 젊은 중국인들을 중심으로 달라지는 애주 트렌드도 감지된다.

21일 홍콩 SCMP(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중국과학원 연구팀은 최근 동료심사 학술지 매터(MATTER)를 통해 "술은 온도별로 전혀 다른 맛을 내며, 상온의 맥주보다는 차가운 맥주가 더 맛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통상 차게 마시는 술과 따뜻하게 마시는 술 구분에 애주가들의 습관 이상의 과학적 논리가 숨어있다는 내용이다.




같은 '에탄올+물' 이지만...도수별로 전혀 다른 음료


중국 칭다오시에서 열리는 아시아 최대 맥주 축제이자 세계 4대 맥주축제 중 하나인 '칭다오 비어 페스티벌' 현장./사진=머니투데이DB
중국 칭다오시에서 열리는 아시아 최대 맥주 축제이자 세계 4대 맥주축제 중 하나인 '칭다오 비어 페스티벌' 현장./사진=머니투데이DB
연구의 핵심은 인기 주종들을 각각 에탄올과 물 농도, 소위 말하는 도수(ABV)별로 분석한 내용이다. 연구진은 에탄올과 물 혼합물의 분자구조가 특정 비율에서 구조적으로 전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쉽게 말해 도수가 달라지면 단순히 더 술 맛이 독해지거나 순해지기만 하는 게 아니라 전혀 다른 맛의 술이 된다는 거다.

애주가들에겐 '술이 깨는' 복잡한 설명일 수 있지만, 일단 연구 내용은 이렇다. 중국 연구팀이 ABV 0~100도 사이 알코올에 대해 에탄올 접촉각(액체와 고체가 접촉할 때 생기는 분자의 각도)을 연구했더니, 도수가 높을수록 술 안에 들어있는 에탄올은 사슬 구조를 이뤘다. 반대로 도수가 낮으면 에탄올은 피라미드 군집 모양을 만드는 성향을 보였다.

그런데 맥주의 도수와 흡사한 5%대 에탄올 용액 온도를 섭씨 5도 정도로 차갑게 만들었더니 기존 상태에 비해 사슬 구조가 뚜렷하게 늘어났다. 에탄올의 맛도 더 분명하게 느껴졌다. 요약하면 상온이나 더운 상태로 먹는 맥주와 차가운 상태로 먹는 맥주가 맛의 측면에선 사실상 전혀 다른 음료라는 의미다. 연구진은 이와 같은 맥락에서 사케를 상온으로 먹으면서도 때로 데워서 먹거나, 와인을 상온에서 먹기도 하고 차갑게 먹기도 하는 데에도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접촉각이 달라지는 구간의 임계점에 대한 연구 결과는 더 재미있다. 알코올 도수 5~7%, 14~17%, 35~43% 구간에서 뚜렷하게 임계점이 나타났다. 술을 아는 이라면 떠오를 수밖에 없다. 5~7%는 맥주의 일반적인 도수 구간, 14~17%는 와인이나 사케, 35~43%는 위스키나 중국 독주인 바이주(백주)의 도수 구간이다. 구간별로 다른 종류의 명주들이 탄생한 배경이다.

물론 한국에서 연구가 진행됐다면 막걸리나 소주의 ABV 구간에 대해서도 자세한 분석이 이뤄졌을 터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우리의 연구는 서로 다른 알코올 함유 음료에 대한 알코올 함량 분포와 적절한 음주 온도가 마냥 경험에 근거하는 게 아니라 용액 내 에탄올-물 클러스터에 대한 과학적 설명에 근거한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밝혔다.



상온 맥주를 즐기는 중국인들 '깜놀'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서울시내 한 마트에서 중국산 맥주가 판매되고 있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서울시내 한 마트에서 중국산 맥주가 판매되고 있다.
중국에서 '맥주의 최적 온도' 연구가 눈길을 끄는 건 한국이나 미국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중국인들의 음료 취향 탓이다. 중국에서는 각종 음료는 물론 맥주도 '상온'으로 마시는 게 일반적이다. 얼음같이 찬 맥주를 선호하는 한국인들로서는 믿을 수 없는 얘기지만 중국의 음식점 중에서는 아예 맥주를 냉장고에 넣어두지 않는 곳이 많다.

중국인들이 상온 맥주를 즐기게 된 것은 차로 대표되는 중국인들의 식습관과 연동된다. 중국에서는 얼음을 넣은 찬 음료를 마시는 것을 스스로 몸을 축나게 하거나 병을 부르는 습관으로 여긴다. 날씨가 덥다고 찬 음료를 마시는 어린이들에게 "배탈이 난다"며 혼을 내는 모습은 중국에서는 일반적이다.

근거는 있다. 중국의 물은 일반적으로 석회지질 암반수이거나 황토석분이 섞인 경우가 많다. 끓여서 마시는 게 당연했고 일찍부터 차문화가 발달했다. 기름을 사용해 조리하는 종류가 많은 중국 음식에도 찬 음료보다는 따뜻한 음료가 당연히 잘 어울렸다.

역사적 이유도 있다. 개혁개방 이전의 중국에서는 차를 끓여서 더운 음료를 마실 수 있다는 건 일종의 특권이었다. 차를 구입하는 재력이나, 집에서 난방이나 취사 이외의 목적으로 불을 피울 수 있는 여유는 모두에게 허락되는 것이 아니었다. 신중국 창설 직후 중국 지도부가 "전 인민이 차를 마시게 하자"는 목표를 세운 건 이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에선 관공서나 기차역, 공항 등 거의 모든 공공시설에 무상으로 더운물을 공급하는 시설이 대부분 비치돼 있다. 찻잎과 보온병만 있으면 어디서든 차를 마실 수 있다. 더운 음료를 마시고 데운 술을 마시는 건 전통 중국사회에선 일종의 권리였다.

상온 맥주도 중국 문화에선 당연했지만 달라지는 흐름이 보인다. 서구 문화를 접하며 자란 중국의 젊은 세대들 일부에선 차가운 맥주가 유행이다. 상온에 보관할 수 있는 병맥주와는 달리 생맥주가 유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상온 맥주와 차가운 맥주가 전혀 다른 음료라는 중국 연구진의 연구 결과는 그래서 더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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