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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창업강국 코리아' 위한 선결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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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22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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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창업강국 코리아' 위한 선결조건
[서울=뉴시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4일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열린 '스타트업 코리아 펀드 출범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제공) 2024.04.2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류현주
"일론 머스크의 하이퍼루프라도 빨리 실현됐으면 좋겠어요. 서울 오가는 시간이라도 줄이게…."

올해 초부터 후속투자 유치를 추진 중인 울산지역 딥테크(첨단기술) 스타트업 CEO(최고경영자)는 투자자 미팅을 위해 서울 오가는 것에 지쳤다며 푸념 섞인 농담을 했다. 자신의 처지를 '충전소 찾아 헤매는 전기차'에 빗대기도 했다. 갈 길이 구만리인 창업가 입장에선 길바닥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까울 터.


투자유치 때가 되면 많은 지역 창업가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으로 향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만큼 투자유치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벤처투자자는 수도권에 몰려 있다. VC(벤처캐피탈)는 10곳 중 9곳, 보육기관인 AC(액셀러레이터)와 법률, 회계, 컨설팅 등 전문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도 6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됐다.

혹자는 좁은 땅덩어리에서 물리적 거리가 뭐가 그리 중요하냐고 묻기도 한다. 하지만 거자일소(去者日疎)라고 했다.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관계형성도 어려운 법이다. 벤처투자 시장도 마찬가지다. 투자유치 기회는 물리적 거리와 비례한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VC·AC·CVC(기업형 벤처캐피탈)·금융기관 등 외부투자를 받은 스타트업 3496곳의 주소지를 분석한 결과는 이를 잘 보여준다. 지난 6년간 투자유치에 성공한 스타트업의 67.4%가 서울에 몰려 있었다. 수도권으로 확대하면 이 수치는 82.2%로 높아진다.

창업생태계의 수도권 쏠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지난해부터 고금리와 경기불안 여파로 벤처투자 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상황이 더 안 좋아졌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가뜩이나 열악한 비수도권 창업생태계의 돈맥경화가 더 심해진 것이다. 특히 성장단계에 있는 중후기 스타트업들이 자금유치에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실제 올해 1분기 지역별 벤처투자 현황을 보면 비수도권 비중은 전체 투자액의 25%에 그친다. 제주, 세종 등 아예 투자실적이 없는 지역도 있다. 상대적으로 창업생태계를 잘 갖췄다고 평가받는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조차 투자비중은 5%가 채 안 된다. '제2벤처붐'이라고 하지만 수도권만 뜨거운 반쪽짜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지난 13일 창업생태계의 수도권 쏠림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우선 지방자치단체가 AC가 운용하는 개인투자조합에 20% 이상 출자하면 지자체를 포함한 법인의 출자 허용 비율을 기존 30%에서 49%로 확대한다. AC가 투자금을 회수하고 다시 초기 창업기업에 재투자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올해 100억원 규모인 '지역 AC 세컨더리펀드'의 출자규모도 단계적으로 늘린다. 이외에 △모태펀드 지역계정 출자규모 확대 △모태펀드 위탁운용사 선정 시 지역 소재 VC·AC 우대 △지역 우수 VC·AC 벤처펀드 특별보증 우대 등도 추진한다.

만사지탄(晩時之歎)이지만 지금이라도 정부가 창업생태계의 지역간 격차해소에 나선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특히 이번 대책은 지역 창업생태계의 부족한 성장지원 인프라를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지역에서 성장한 스타트업이 떠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보다 파격적인 투자지원책이 필요하다. 매년 창업기업의 40% 이상이 비수도권에서 탄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대책은 '언 발에 오줌 누기'로 끝날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 수도권만 맴도는 모험자본이 지역 창업생태계 곳곳에 흐르도록 정부가 마중물로 물꼬를 터야 한다. 업계에선 모태펀드 지역할당제를 방법으로 꼽는다. 모태펀드 출자사업에 지역 투자비중을 의무화해 수도권 투자자들이 지역 유망 스타트업 발굴·투자에 적극 나서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 대표기업과 CVC의 스타트업 투자·협업 활성화를 위한 과감한 규제개혁도 필요하다. 지금처럼 수도권에 국한된 반쪽짜리 벤처붐으로는 지방시대도, 창업강국도 이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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