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서둘러라"…한은, '금리인하' 두고 로마 명언까지 인용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4 BOK 컨퍼런스에 참석해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정병혁

'천천히 서둘러라(Festina Lente)'

한국은행이 로마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정책 결정 원칙을 인용하면서 금리인하 피봇(pivot·정책기조전환) 시점에 대한 신중함을 드러냈다.
한은 통화정책국 정책총괄팀 박영환 팀장과 성현구 과장은 30일 한은 블로그에 '향후 통화정책 운용의 주요 리스크'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하고 통화정책 기조 전환이 너무 빠르거나 너무 늦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리스크들을 점검했다.


먼저 금리인하를 너무 빠르게 결정할 경우 주요 리스크로 △물가목표(2%) 수렴 지연 △환율 변동성 확대 △가계부채 증가세 확대 등을 꼽았다.

이들은 "근원물가 상승률이 완만한 둔화 추세를 이어갔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이 3% 내외의 높은 수준에 정체돼 있다"며 "너무 이른 정책기조 전환이 이뤄지면 물가상승률의 둔화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계량모형으로 분석해보면 금리인하의 물가 영향이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은 상황에서는 낮은 경우보다 1.5배 정도 컸다"고 덧붙였다.

환율과 관련해선 "연준의 금리인하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완화되기 전까진 글로벌 외환시장의 높은 변동성이 이어질 것"이라며 "외환시장 경계감이 높은 상황에서는 내외금리차가 원/달러 환율에 미치는 영향도 커진다"고 말했다.


또 "향후 정책기조가 전환되면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하면서 가계부채 증가세를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했다.

반면 금리를 너무 늦게 내릴 경우 리스크로는 △수출·내수 간 차별화 심화 △금융시장 불안 리스크 증대 등을 언급했다.

이들은 "통화긴축 기조가 오래 지속되면 내수 회복세가 약화되면서 수출·내수간 차별화가 심화되고 물가 상승률을 전망 경로보다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국내 경기의 수출 의존도가 높아지면 예상치 못한 대외충격시 경기가 빠르게 위축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고금리가 장기화될수록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위험이 커지고 비은행권 대출 연체율도 높아질 것"이라며 "부동산 익스포저가 큰 건설사와 비은행금융기관의 신용위험이 커지고 자금시장의 리스크도 증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과거 로마의 전성시대를 열었던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천천히 서둘러라'는 균형적인 정책 결정이 중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국내외 중앙은행이 앞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해 나가는 데 중요한 지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