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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얼마나 남는다고…" 외면받던 배터리 순환경제 '대반전'

머니투데이
  • 김훈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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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6.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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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RE, 배터리<2회>:배터리 순환경제의 '검은 황금' (종합)

[편집자주] "건전지를 또 써?" 어린 시절 장난감 미니자동차에 들어갔던 AA 사이즈 충전지는 신세계였습니다. 한번 쓰고 버리던 건전지를 다시 쓸 수 있다니. 지금은 장난감이 아닌 진짜 자동차에서 나온 사용 후 배터리를 다시 쓰는 시대가 눈 앞에 다가왔습니다. 전기차가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차'가 되기 위해선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은 물론 전기차 배터리의 생산과 폐기, 재사용·재활용에 이르기까지 전주기에 걸친 순환경제 조성이 필수적입니다. 머니투데이는 2022년 '오염의 종결자 K-순환경제' 시리즈를 시작으로 매년 주요 순환경제 분야를 조명하고 올바른 순환경제 모델을 고민해왔습니다. 올해의 주제는 배터리. 앞으로 30년 뒤 600조원 시장으로 성장할 사용 후 배터리 시장을 고민해봅니다.



폐배터리에서 '검은 황금'을 찾는 포항광산에 가다[르포]


중국 대표적 이차전지 기업 CATL이 공개한 한 생산기지 내부모습.
에코프로 CnG를 포함한 에코프로 그룹 에코배터리 포항캠퍼스 전경 /사진제공=에코프로
이차전지 특성을 결정짓는 양극재는 원가의 43%를 차지하는 핵심소재다. 배터리 제조업체엔 양극재 공급망 확보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우리 배터리 업계는 리튬이나 니켈, 코발트, 알루미늄 같은 원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 유럽-중동의 지정학적 불안 등 '공급망 폭탄'을 안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사용 후 배터리(폐배터리)에서 소재를 추출해 새로운 소재를 만드는 '배터리 순환경제'가 불안정한 배터리 공급망을 강화할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완전 순환' 통한 배터리 양극재 공정…포항 배터리 산단에 가보니

KTX를 타고 포항역에서 내려 차로 15분 남짓 달리니 '배터리 특구'가 조성 중인 포항 영일만 산업단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곳엔 양극재 생산업체 에코프로의 에코배터리 포항캠퍼스가 있다. 기술전쟁이 치열한 산업현장인 터라 휴대전화 카메라를 비롯해 노트북의 각종 슬롯까지 구멍이란 구멍은 다 밀봉해야 공장 진입이 가능하다.

52만㎡(15만7323평) 부지에 4개 캠퍼스로 구성된 이곳에는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이엠(양극재) △에코프로머티리얼즈(전구체) △에코프로이노베이션(수산화리튬) △에코프로CnG(재활용) △에코프로AP(가스) 등 에코프로 그룹의 소재별 자회사 생산라인이 조성돼 있다.


전구체에 수산화리튬을 더해 만드는 배터리 양극재 공정을 수직계열화 한 것이 에코배터리 캠퍼스의 특징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각 계열사의 공정 순서에 따라 파이프 라인으로 연결돼 있다. 파이프라인을 이용할 수 없는 소재는 지게차로 분주히 실어 나른다. 캠퍼스 입구에서 차를 타고 순서대로 계열사를 찾으면 출하 대기 상태의 양극재를 트럭에 싣는 작업까지 대략 20~30분안에 살펴볼 수 있다.

캠퍼스 가운데 눈에 띄는 계열사는 에코프로CnG다. 이 회사는 사용 후 배터리를 재활용해 전구체와 리튬을 추출한다. 폐배터리를 분쇄해 검은색 가루인 '블랙파우더'를 만드는 건식공정을 거친 후 황산을 넣어 니켈이나 리튬을 액체 형태로 추출한다.

추출한 MCP소재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로 보내 전구체를 만들고 LS용액은 에코프로이노베이션으로 옮겨 수산화리튬으로 전환한다. 사용 후 배터리에서 추출한 전구체와 수산화리튬이 다시 양극재로 탄생하는 '클로즈드 루프'(닫힌 순환) 공정이다.

에코프로 관계자는 "원래 리튬이나 코발트 등 양극재 원료는 100% 해외에서 수입해왔다"며 "폐배터리를 투입해 블랙파우더, 소재 추출까지 재활용 공정을 통해 국내 최초로 클로즈드 루프 공정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에코프로CnG 생산라인에서 사용 후 배터리에서 나온 재생 공정 원재료가 투입되고 있다. /사진제공=에코프로
에코프로CnG 생산라인에서 사용 후 배터리에서 나온 재생 공정 원재료가 투입되고 있다. /사진제공=에코프로

◇생산비용은 내리고, 공급망 자립도는 오르고…배터리 순환경제에 따라오는 것들

에코프로 그룹이 CnG를 설립해 재활용에 나선 2020년까지만 해도 배터리 재활용 산업에 대해 "얼마나 남겠느냐"라며 회의적 반응이 업계의 반응이었다. 새 원료를 수입해서 만드는 게 간단하고 싼데 굳이 재활용까지 할 이유가 있냐는 얘기다. 아직 선형경제 구조에 머물러 있던 배터리 업계의 모습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에코프로CnG를 통한 재활용 사업에서 양극재 원가를 줄이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에코프로뿐만 아니라 경쟁사에서도 배터리 순환경제 조성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에코프로CnG의 연간 생산능력(CAPA)은 블랙파우더 기준 1만톤 남짓. 에코프로 계열사의 원료의 5~6%를 공급하는 수준이다. 회사는 이 비율을 2025년 10%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블랙파우더에서 소재를 추출하는 효율을 끌어올리는 기술도 필요하지만 사용 후 배터리 물량을 확보하는 게 사업 확장의 가장 큰 난관이다. 업계는 전기차 보급 시기와 수명을 고려하면 2027~2028년쯤 본격적으로 사용 후 배터리가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에코프로CnG역시 2028년 본격적인 배터리 재활용 시장에 맞춰 추출 기술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배터리 산업전에서 '클로즈드 루프 버전2'를 공개하면서 리사이클링 사업의 방향을 소개했다"며 "현재 기술은 전극단계에서 배터리 소재를 추출하는데 버전2에선 전극보다 큰 단위인 셀 단계에서 소재추출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클로즈드루프 버전1이 수직계열화를 통한 원가절감을 목표로 한다면 버전2는 순환경제를 통한 사용 후 배터리 활용을 늘리는 게 목표"라며 "추출할 수 있는 광물 범위를 늘리고 폐수까지 재활용하면 원가의 30%까지 절감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에코프로CnG의 소재 재활용 공정 /사진제공=에코프로
에코프로CnG의 소재 재활용 공정 /사진제공=에코프로




재사용은 '자원', 재활용은 '쓰레기'…순환경제 발목잡는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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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 후 배터리 '재사용'과 '재활용'/그래픽=윤선정
"사용 후 배터리와 폐배터리"

폐차한 전기차에서 나온 배터리를 지칭하는 두가지 표현이다. 내연기관 시대 관점에서 폐차량의 부속품은 모두 폐기물로 분류하기 때문에 '폐배터리'가 익숙하다.

하지만 순환경제의 관점에선 새로 공정에 투입하는 자원의 의미가 더 부각돼 '사용 후 배터리'가 적합하다는 의견도 있다. 동시에 전기차에서 나온 배터리를 자원으로 보느냐, 쓰레기로 보느냐의 관점차를 보여주기도 한다.

현행 환경부 순환자원 인정 및 지정·고시제도와 제도 해설서에 따르면 전기차의 사용 후 배터리는 폐지와 고철, 알루미늄, 구리, 폐유리 등과 함께 순환자원으로 분류된다. 순환자원은 활용가치가 높은 폐자원의 순환이용을 촉진하기 위해 지정하는 개념으로 건강과 환경에 유해하지 않고 경제성이 있어 거래가 가능한 자원을 말한다.

모든 전기차의 사용 후 배터리가 순환자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 환경부는 침수·화재·변형·파손 등이 없고 셀이 훼손돼 유해물질이 유출되거나 화재·폭발 등 위험이 없는 배터리에 한해 순환자원 적용을 하기로 했다.

이렇게 순환자원으로 인정받은 사용 후 배터리는 전기자전거용 배터리, 캠핑용 배터리 등 본래의 배터리 용도로 재사용하거나 부품으로 사용한 ESS(에너지저장장치)·UPS(비상전원공급장치) 등으로 쓰도록 했다.

문제는 사용 후 배터리의 재활용이다. 전기자전거나 ESS 등으로의 재사용은 사용 후 배터리의 잔존성능이 일정 기준이상 유지될 경우 가능하다. 통상 배터리의 SOH(잔존수명)이 60%를 넘지 못하면 파쇄 후 배터리 원료를 추출하는 재활용으로 순환해야한다. 순환자원 지정제도상 재활용 공정에 투입하는 배터리는 폐기물로 보고 '폐기물관리법'을 적용받는다.

배터리 순환경제의 애로사항도 이 지점에서 나온다. 업계는 사용 후 배터리에서 새 배터리를 만들 원료를 뽑아낼 수 있는 만큼 재활용 공정에서도 폐기물이 아닌 자원으로 인정해줄 것을 바란다. 국내 이차전지 제조3사와 완성차 업계, 재활용 업계 등이 모인 '배터리얼라이언스'가 지난해 11월 정부에 제출한 '사용후 배터리 통합관리체계' 건의안에도 사용 후 배터리의 재정의를 요구하고 있다.

배터리 얼라이언스는 사용 후 배터리를 폐기물이 아닌 산업 활동에 쓸 수 있는 제품으로 재정의해줄 것을 건의했다. 구체적으로는 '전기차에서 분리돼 재제조, 재사용 또는 재활용 대상이 되는 배터리'로 정의해 환경부의 순환자원 지정 개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는 "사용 후 배터리 관련 사업은 △폐기물 관리법 △자원순환법 △자동차 관리법 등 여러 부처의 복합규제를 받고 있어 조기 사업화에도 애로가 많다"고 밝혔다.

배터리 재활용 업계 관계자는 "유럽은 폐배터리를 순환자원으로 인정하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재활용 배터리는) 지정폐기물로 관리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재사용에 관해선 사용 후 배터리를 순환자원으로 인정했지만 실제 법 적용은 폐기물로 보고 있어 현실하고 괴리가 크다"며 "실례로 해외에서 들여오는 배터리 폐스크랩은 국내에 도착하면 지정폐기물로 바뀌어 재활용 하는 회사는 별도의 규제를 받아야한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업계 자율에만 맡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배터리는 여러 중금속 소재가 들어가고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대용량으로 만들어 지는 탓에 환경 오염 및 인체유해성 우려가 있다는 것. 100% 자원으로 인정해 시장원리에만 맡기면 돈이 되지 않는 일부 배터리의 경우 무분별하게 버려질 수 있다는 논리다.

환경부 관계자는 "배터리의 재활용과 재사용 모두 안전기준은 필요하고 유럽 등 규제와 비교해 결코 과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재활용 배터리 보관기간 연장과 블랙파우더의 재활용 자원 인정 등 업계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배터리 자급자족' 가능한 中이 완성차에 손내미는 이유




중국 대표적 이차전지 기업 CATL이 공개한 한 생산기지 내부모습.
중국 대표적 이차전지 기업 CATL이 공개한 한 생산기지 내부모습.
사용 후 배터리(폐배터리)를 재사용·재활용하는 순환경제에 가장 앞서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세계 1·2위 배터리 제조사 CATL(닝더스다이)와 BYD(비야디) 등을 비롯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을 보유한 덕에 상당수 배터리 물량을 국내에서 소비할 수 있다. 결국 사용 후 배터리를 확보하는 데 유리한 만큼 순환 구조를 만들기 쉽다는 게 배터리 업계의 평가다.

동시에 중국 업계는 주요 자동차 제조사 등과 손잡고 순환경제 공급망과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부분 배터리를 해외에 수출하거나 해외 생산을 하고 있는 우리 업계가 순환경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안정적인 사용 후 배터리 확보가 필수적이다.

8일 KOTRA(코트라)와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2021년 기준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143억위안(약 2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중국 업계에선 2030년 1000억위안(18조5000억원) 규모로 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 정부는 2015년 전기차 배터리 등록번호 제도를 시작을 △생산자 책임 확장제도 △신재생에너지 자동차 배터리 회수·이용·관리방법 등으로 배터리 재활용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만들었다.

제조사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중국 최대 배터리 제조사 CATL은 지난해 하계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에서 " 세계 최대 배터리 재활용 기업 지위를 확고히 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닝쥔 CATL 최고제조책임자는 "CATL은 이미 세계 최대 배터리 재활용 기업"이라면서도 "미국과 유럽에서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시스템을 구축할 파트너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CATL은 올해 4월 스웨덴 자동차 제조사 볼보와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 파트너십을 맺었다. 볼보 차량에 쓰이는 배터리 공급에 이어 재활용 분야까지 협력범위를 넓힌 셈이다.

볼보 전기차에서 나온 사용 후 배터리를 CATL이 수거 분해한 뒤 니켈과 망간, 코발트 등 원료를 추출·회수하는 사업이다. 추출한 원료로 만든 배터리는 다시 볼보의 전기차에 적용하는 순환구조를 만든다는 게 두 회사의 구상이다.

CATL이 배터리 재활용에 속도를 내는 것은 배터리 재활용 규제를 강화하는 미국과 유럽 시장 공략을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가 집계한 올해 1분기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CATL이 37.9%다. 중국 시장을 제외해도 CATL은 세계 시장의 27.5%에 달하는 물량을 공급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각각 IRA(인플레이션감축법), 배터리법 내 재활용 의무조항을 통해 중국산 배터리를 견제하는 상황에서 CATL이 중국 외 자동차 메이커와 파트너십으로 돌파구를 찾는다는 해석이 나온다.

동시에 배터리 순환경제의 첫번째 진입장벽인 원재료 조달, 즉 사용 후 배터리 물량확보 능력을 강화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배터리 생산공정에서 나오는 부산물만으로는 유럽과 미국의 환경기준을 충족시키기 어렵고 2028년을 전후해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가 대량으로 쏟아져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미리 완성차 브랜드로부터 순환경제 원재료를 확보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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