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과 성적, 모두를 잡은 이영지의 첫 EP

머니투데이

이덕행 기자 ize 기자

/사진=앨범 커버

어느 순간 음악인보다는 예능인으로서의 이미지가 강해진 이영지가 첫 EP를 발매했다.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고 그만큼 기대도 많이 모았던 이영지의 첫 EP는 이영지가 그동안 잘 털어놓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있다. 알 수 없던 이영지의 속사정을 담은 첫 EP는 결과물까지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영지는 지난 21일 EP '16 Fantasy'를 발매했다. 2019년 11월 '암실'로 데뷔한 이영지의 커리어를 통틀어 처음으로 선보이는 앨범 단위의 작업물이다. '16 (Intro)를 시작으로 'TELL ME !'까지 총 6트랙이 수록되어 있으며 3번 트랙 'Small girl'(스몰 걸)과 5번 트랙 '모르는 아저씨'의 더블 타이틀 곡을 내세웠다.

/사진=스몰 걸 뮤직비디오

큰 키와 큰 목소리, 크고 시끄러운 성격을 가진 나라도 사랑해 줄 수 있냐고 묻는 '스몰 걸'은 이영지의 자전적인 이야기에서 시작한 노래다. 언제 어디서나 당당한 모습으로 사랑을 받는 이영지는 자신만이 가지고 있던 콤플렉스를 조심스럽게 꺼내 놓았다. 이런 이영지를 위로하는 건 피처링으로 합류한 도경수다. '처음부터 다른 조건은 애초에 없었다'며 있는 그대로를 바라봐주겠다고 약속하는 도경수의 목소리는 콤플렉스를 조심스럽게 감싼다.

이영지가 '스몰 걸'에서 이야기한 특징들은 다수의 예능에서 '괄괄이'라는 캐릭터를 입혀준 요소들이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자신의 콤플렉스를 꺼내놓으면서 예능인 이영지가 아닌 인간 이영지의 고민을 엿볼 수 있게 됐다. 이는 나아가, 각자의 콤플렉스를 가진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또 다른 타이틀 곡 '모르는 아저씨' 또한 이영지 개인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다. 과거 '고등래퍼3' 출연 당시 짧게 이야기했던 아빠와의 사연이 '모르는 아저씨'에는 조금 더 담겨있다. 랩 스킬이나 퍼포먼스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덤덤하게 불러 내리는 아빠와의 사연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이영지의 내면을 좀 더 깊게 파고든다.

/사진=Mnet

'스몰 걸'이 이영지에게서 출발해 외부로 발산하는 노래라면 '모르는 아저씨'는 이영지의 깊은 내면을 파고드는 노래다. 이영지를 중심으로 다양한 방향으로 퍼져나가는 노래를 통해 예능 화면 속 이영지가 아닌 이영지라는 사람을 좀 더 알 수 있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영지라는 아티스트의 앨범을 기대했던 이유는 여기에 있다. 겹겹이 쌓인 노래들은 단편적인 싱글로는 알 수 없던 이영지라는 사람의 다양한 모습을 조명한다.

음악적으로도 넓어진 스펙트럼이 한눈에 들어온다.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던 탄탄한 랩은 물론 그루비한 음색과 신나는 분위기의 노래까지 많은 매력을 보여주며 아티스트로서의 발전 가능성도 남겨놨다.

/사진=Mnet

'쇼미더머니11' 출연을 전후로로 '아티스트' 이영지를 향한 시선은 기대 보다는 의문이 많았다. 몇몇 싱글과 피처링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는 했지만, 결국 '이영지의 음악'이 뭔지 정의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을 거쳐 결과물을 내놓은 이영지는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음악을 드러내며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대중들 역시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발매 직후 멜론 실시간 차트 14위에 이름을 올렸던 '스몰 걸'은 꾸준히 차트를 끌어올렸고 결국 1위를 차지했다. 다른 음원 사이트에서도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차트 올킬마저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차트 1위에 오랜 기간 이름을 올려놓았던 에스파의 '수퍼노바'를 왕좌에서 끌어내린 건 에스파의 '아마겟돈'도 뉴진스의 '하우 스위트'도 아닌 이영지의 '스몰 걸'이었다.

단순히 이영지를 향한 팬덤의 크기가 크다고 이러한 결과물을 냈다고 볼 수 는 없다. 결국 노래가 좋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예능을 휘어잡는 MZ 대통령이 아닌 아티스트 이영지로서도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또 하나는 숨겨뒀던 이야기를 꺼낸 이영지의 진심이 시청자들에게 닿았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음악으로 성적이라는 결과까지 만들어낸 이영지가 앞으로 어떤 음악을 선보일지 더욱 기대가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