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19년'만에 대선 결선투표, 연장 또 연장…개혁파 당선되나

이란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 후보인 중도·개혁 성향 마수드 페제시키안 마즐리스(의회) 의원이 수도 테헤란의 한 투표소에서 유권자를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AP=뉴시스

2005년 이후 19년 만에 치러진 이란 대통령 결선 투표가 3차례 연장 끝에 6일(이하 현지시간) 0시에(한국 기준 6일 오전 6시 30분) 마무리됐다.

6일 이란 국영 IRNA 통신 등에 따르면 이번 결선 투표는 지난달 28일 1차 투표에서 1~2위에 오른 2명의 후보 중도·개혁 성향 마수드 페제시키안 마즐리스(의회) 의원과 강경 보수파 사이드 잘릴리 전 외무차관을 두고 이뤄졌다. 이란 대통령 선거는 지난 5월19일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이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해 당초 예정된 2025년보다 1년 빨리 치러졌다. 이란 헌법 131조는 대통령이 사망할 경우 최대 50일 이내에 선거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란 선거관리본부의 모흐센 에슬라미 대변인은 이란 수도 테헤란 내무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투표 종료 사실을 알렸다. 이번 결선 투표는 5일 오전 8시에 시작돼 오후 6시에 마무리될 예정이었으나 2시간씩 3차례 연장돼 하루를 넘긴 이날 0시에 종료됐다. 개표는 투표 종료 후 투표소별로 남아있던 유권자들이 모두 퇴장한 뒤 곧바로 시작됐다.

결선 투표 결과는 이란 현지시간으로 6일 오전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개표 초기 비공식 집계에서 페제시키안 후보가 잘릴리 후보를 훨씬 앞서고 있다고 전했다. 페제시키안 후보는 앞선 1차 투표에서 42.4%(1040만표)의 가장 높은 지지율을 얻었다. 잘릴리 후보의 1차 투표 득표율은 38.6%(940만표)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결선 투표를 "이란의 적들에게 맞서겠다고 맹세한 이슬람 이념가(잘릴리 후보)와 세계와 평화를 이루겠다는 실용주의적 개혁주의자(페제시키안 후보)의 대결"이라며 "유권자들은 국내외에서 수많은 도전에 직면한 국가를 통지하는 방법이 정반대인 후보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잘릴리 후보는 독단적인 사상으로 유명한 강경파이고, 페제시키안 후보는 외교 및 국내 정책 모두에서 온건함을 요구하며 유권자들 사이에서 지지를 얻었다"고 전했다.

5일(현지시간) 이라크 내 이란 대사관에서 이란 대통령 결선 투표에 참여하는 유권자들 /로이터=뉴스1

결선 투표의 투표율은 지난 1차 투표(39.9%·1979년 이슬람 공화국 건국 이래 사상 최저치)보다 높은 50% 안팎으로 전망됐다. 에슬라미 대변인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1차 투표에 비해 국민들의 참여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번 투표의 유권자는 재외국민 약 1000만명이 포함된 약 6100만명이다. 결선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는 3000만명 이상에 달할 전망이다.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유권자들이 폭염에도 투표권 행사를 위해 전국 각 도시와 마을의 투표소를 찾았다며 "남녀노소 유권자 모두가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기 위해 결선 선거에 참여하는 뜨거운 애국심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그러나 AP통신은 "온라인 영상에 따르면 일부 투표소는 텅 비어있었고, 테헤란의 수십 개 투표소를 조사한 결과 투표소 주변은 경비가 삼엄한 가운데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며 지적했다.

결선 투표는 해외에서도 이뤄졌다. 이와 관련 프레스TV는 당국이 해외에 있는 이란 국민이 결선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캐나다를 제외한 다른 국가에서 투표 절차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를 제공했다며 "영국과 호주에서는 군주주의자 그룹이 선거를 방해하고 투표를 위해 이란 대사관으로 향하는 이란 국민을 괴롭히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1차 투표율 저조는 이란 시아파 신정 정치에 대한 불신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AP는 "이란은 수년간 (서방의) 경제 제재와 대규모 시위에 대한 보안군의 유혈 진압, 우라늄 농축 등 핵무기 관련 서방과의 지속된 갈등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높아진 상태"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