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이름으로 자동차보험 계약한 설계사… 수수료 4억원 편취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사진제공=금융감독원

#자녀를 보험설계사로 육성하고 싶었던 설계사 A는 자녀가 설계사 자격을 취득하자 총 235건의 자동차보험 계약을 자녀 명의로 체결했다. A를 비롯한 14명은 이같은 방식으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84건의 보험계약을 처리해 모집수수료 4억1030만원을 받았다.

금융감독원이 이처럼 다른 설계사의 명의를 이용해 보험을 체결하고 수수료를 받아 가는 '경유계약'과 '수수료 부당지급'에 소비자 유의를 당부했다.

16일 금감원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경유계약과 수수료 부당지급으로 73개 GA(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에게 35억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GA 4개사가 등록을 취소당했고 해임 권고를 받은 임원도 3명이다.

경유계약과 수수료 부당지급은 실적과 수수료를 추구하는 판매자의 무리한 영업 관행에서 기인한다. 소비자가 목적과 무관한 상품에 가입하는 등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크게 높인다. 특히 경유계약은 제대로 된 고객관리가 이뤄지지 어렵다. 분쟁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힐 우려가 크다.

경유계약과 수수료 부당지급은 다른 GA로 이직을 앞둔 설계사가 기존 GA로부터 받을 수수료를 포기할 수 없어 주로 발생한다. 기존 GA 소속을 유지한 채 이직할 GA 소속의 다른 설계사 명의로 신규 모집계약을 체결하고(경유계약), 이직 대상 GA는 자사에 소속되지 않은 설계사에게 신규 모집계약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CEO(최고경영자) 자녀 등 특수관계자를 설계사로 위촉하고 해당 특수관계자에게 법인 영업건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의 '컴슈란스 영업'도 경유계약과 수수료 부당지급의 대표적 형태다. 주로 GA가 설계사 자격이 없는 CEO 자녀에게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경유계약은 위반 1건당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등록취소와 6개월 이내 업무정지도 부과될 수 있다. 수수료 부당지급은 위반 1건당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시정·중지·게시명령이 부과된다.

금감원은 "GA의 경유계약과 수수료 부당지급 등 위법 사항에 일체의 관용 없이 엄정한 제재를 부과할 계획"이라며 "특히 기관 제재(GA 영업정지 등)를 강화해 GA 소속 설계사 관리 책임을 보다 엄중히 묻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험 가입을 상담했던 설계사와 청약서상 기재된 설계사의 이름이 다르다면 해당 계약은 경유계약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청약 시 받은 명함, 서류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소비자 유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