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러시아·이란의 대선 개입 시도, 더 적극적이고 정밀해졌다"

2023년 12월8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이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라이시 대통령은 2024년 5월 헬기 추락사고로 사망했다. /AP=뉴시스

러시아, 이란, 중국이 11월5일(이하 현지시간) 예정된 미국 대선과 상·하원 의원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미국 국가정보국이 밝혔다. 특히 러시아와 이란의 개입시도는 이전보다 더 정교해지고 적극적으로 변화했다고 지적했다.

6일 USA투데이·미국의소리(VOA)·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 국가정보국 관계자는 이날 75분간 진행된 브리핑에서 러시아, 이란, 중국을 미국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3대 외국 행위자로 거론했다. 이 관계자는 러시아를 11월 대선과 관련 가장 위협적인 적대국으로 꼽으며 러시아는 선거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제9회 동방경제포럼(EEF)에서 미국 대선 관련 질문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처럼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다고 했다. 이를 두고 외신은 푸틴 대통령이 해당 발언을 할 때 '묘한 미소'를 짓고 있었고, 이런 지지가 미 정부가 러시아 관영매체 관계자들은 대선 개입 시도로 제재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는 것에 주목하며 바이든 정부를 조롱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러시아가 갈수록 정교한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 움직임을 추적하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그는 "러시아는 정교한 기술로 미국 선거를 흔들려고 한다. 이들은 이전보다 더 정교해진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특히 크렘린궁에서 만든 소문을 SNS에 퍼뜨리는 것보다 친러시아적 견해를 가진 미국인의 목소리를 확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러시아 관영매체 RT 등에 대한 제재를 언급하며 "RT는 미국 및 기타 서방 인사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미국 내) 러시아에 대한 우호적인 목소리를 만들고 유포했다"며 "또 러시아는 자국 민간기업과 RT를 이용해 (미국) 국내 분열을 은밀하게 증폭하고 부추기며 러시아가 선호하는 선거 결과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국영매체 RT /로이터=뉴스1

4일 미국은 RT 직원 2명을 유령회사 등을 이용해 테네시주에 본사를 둔 테넷미디어에 약 1000만달러를 송금한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러시아가 테넷미디어를 통해 친러시아적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포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RT는 미국의 이런 주장에 반박했고, 테넷미디어와 함께 일하는 인플루언서들은 X에 "러시아와 연계된 회사인지 몰랐다"는 성명을 올렸다.

미 정보당국은 이란도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미국 대선과 의회 선거에 개입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SNS나 AI를 활용한 가짜뉴스 게재 등 다양한 방식을 사용해 미국 선거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이 최근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대선캠프 해킹 시도 배후로 지목한 것에 대해선 "이란은 양당 대선캠프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개인에 대한 사이버 접근을 모색하고 있다"며 "일부 세력은 전 대통령(트럼프)을 폄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미국 대선보다 상·하원 선거에 더 초점을 두고 있다고 정보당국은 판단했다. 미국 주재 중국대사관의 류평위는 VOA에 보낸 이메일 설명에서 미국의 이런 평가에 반박하며 "중국은 미국 선거에 간섭할 의향이 없으며, 간섭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리고 미국 측이 선거에서 중국을 문제 삼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이 SNS를 이용해 미 여론을 조종한다는 지적에 "중국에 대한 악의적인 추측으로 가득 차 있고, 중국은 이를 단호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