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vs 한덕수, '내년 의대 증원' 놓고 충돌…여야의정 출범 '적신호'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한덕수(오른쪽) 국무총리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지역·필수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한동훈 대표. 2024.09.12. [email protected] /사진=조성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여야의정(여당·여당·야당·의료계·정부) 협의체'의 추석 연휴 전 출범에 적신호가 커졌다. 대표성 있는 의료단체들이 참여에 미온적인 가운데 의료계가 요구하는 '내년도 의대 정원 조정'을 협의체 의제에 포함할지 여부를 놓고도 당정 간 의견이 엇갈리면서다.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지역·필수의료 체계 개선을 위한 당정협의회'에 참석한 복수의 여권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한 대표가 "의료계가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할 수 있게 의제 제한을 둬서는 안 된다"는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협의체의 빠른 출범을 위해 의료계의 참여를 최대한 유도하자는 취지인 것으로 풀이된다. 의료계는 그간 2025년 의대 증원 정원 조정, 관련 부처 장·차관 경질 등을 협의체 참여 조건으로 내걸어왔다.


이에 한 총리는 "2025년 의대 정원 문제를 재논의 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며 "대입 수시 모집이 이미 시작된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너무 혼선이 크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한 대표는 "(25년 의대 정원 증원) 재조정이 어렵다는 것은 알지만 그럼 현재 의료 대란 상황은 어떻게 하나. 의료 체계를 책임질 수 있나"라고 되물었다. 한 총리는 "지금 상황은 정부가 관리 가능하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지역·필수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당정협의회에서 한동훈(왼쪽 네 번째부터) 국민의힘 대표, 한덕수 국무총리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마친 뒤 자리에 앉고 있다. 왼쪽부터,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 김상훈 정책위의장, 추경호 원내대표, 한동훈 대표, 한덕수 총리,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2024.09.12. [email protected] /사진=조성우

그동안 정부는 2025년 의대 정원 조정에 대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여야의정 협의체 의제를 제한해선 안 된다는 한 대표와 직접 충돌하는 모습이 전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여당과 정부마저 갈등하는 모양새가 그려지면서 추석 연휴 전까지 여야의정 협의체를 출범시킨다는 한 대표의 계획에 적신호가 켜졌다.

앞서 국민의힘은 의료 단체 15곳에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으나 아직 확답을 받은 곳은 없는 곳으로 전해진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전날인 11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과 의학전문대학원협의회(의대협)가 참여 의사를 밝혀왔다"고 했다. 그러나 전의교협은 "현재까지 참여 여부에 대해 논의하거나 결정한 바가 없음을 알린다"며 선을 그었다.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의사 부족에 따른 의료대란에 응급실 운영이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12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 응급의료센터 의료진 부족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4.9.1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주요 의사 단체가 참여하기 전까진 협의체 참석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추석 전 출범 가능성은 더 낮아지고 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명실상부한 의료계 대표의 참여가 없는 식물 협의체 발족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했다. 이를 두고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에도 의대협을 만나) 여야의정 협의체에 대해 적극적 참여를 부탁드렸다. 추석 전 출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야당만 협조한다면 얼마든지 출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가능한 한 추석 전까지 협의체를 출범시키고자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할 의료기관 단체를 당정이 협력해 계속 독려해가면서 국민들의 의료체계에 대한 불안을 잠식시키고 하루빨리 협의체를 출범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두고 협의체가 출범하더라도 연휴 기간 응급의료 공백 우려를 해소할 방안을 마련하긴 어렵지 않느냔 지적에 김 정책위의장은 "추석 전 여야의정 협의체가 출범하지 못하는 것과 응급의료 체계의 구멍과는 다른 의미"라며 "협의체는 최대한 추석 전 출범할 수 있게 노력하고 응급의료체계는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