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에르난데스 1회 헤드샷 충격 자동 퇴장→치명적 '스노 볼'이 돼 돌아왔다 [잠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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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김우종 기자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LG-두산전이 2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더블헤더로 열렸다. DH 1차전 두산 허경민이 1회초 무사 1루에서 LG 선발 에르난데스의 헤드샷을 맞고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LG 포스 박동원은 황급히 더그아웃에 사인을 보내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LG-두산전이 2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더블헤더로 열렸다. DH 1차전 LG 선발 에르난데스(오른쪽)가 1회초 무사 1루에서 두산 허경민 헤드샷을 맞힌 후 퇴장당하고 있다.

LG 트윈스가 두산 베어스와 잠실 라이벌전에서 1선발 에이스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29)의 뜻하지 않은 1회 헤드샷 퇴장과 함께 결국 패했다. 자동 퇴장 조치 하나가 불펜을 모두 소모할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스노 볼(눈덩이)로 작용했다.

LG 에르난데스는 21일 오후 2시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진 두산과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더블헤더 1차전 홈 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나, 1회 무사 1루에서 허경민의 머리를 속구로 맞히며 자동 퇴장을 당했다.

에르난데스는 1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두산의 선두 타자는 정수빈이었다. 에르난데스는 초구 바깥쪽 높은 볼을 던진 뒤 2구째 스트라이크를 꽂았다. 3구째는 몸쪽 낮은 볼이었다. 이어 4구째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던졌으나, 정수빈에게 공략당하며 우중간 안타를 허용했다. 에르난데스의 공 4개는 모두 속구. 구속은 145km가 꾸준하게 나올 정도로 나쁘지 않은 컨디션을 보여주는 듯했다.

그런데 다음이 문제였다. 후속 허경민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공을 던진 것이다. 에르난데스가 뿌린 초구 144km 속구가 허경민의 머리 쪽으로 향한 뒤 헬멧을 그대로 강타했다. 허경민은 에르난데스의 투구에 맞자마자 그 자리에 쓰러졌다. 그리고 허경민은 고통을 호소하며 좀처럼 일어서지 못했다.

허경민이 쓰러진 직후 두산 트레이너와 양 팀 선수들 및 코칭스태프가 나와 허경민의 상태를 살폈다. 이승엽 두산 감독도 더그아웃에서 나와 허경민을 걱정스러운 모습으로 바라봤다. 에르난데스의 투구에 고의성은 전혀 없었다. 그는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며 자책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한 뒤 고개를 숙이며 미안하다는 뜻을 표했다.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LG-두산전이 2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더블헤더로 열렸다. DH 1차전 두산 허경민이 1회초 무사 1루에서 LG 선발 에르난데스의 헤드샷을 맞고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LG 에르난데스가 헤드샷 퇴장 후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다.

결국 에르난데스는 헤드샷 자동 퇴장을 당했다. 올 시즌 KBO 리그 25번째 퇴장이었다. 선수 퇴장으로는 10번째, 헤드샷으로는 8번째 퇴장이었다. 이날 에르난데스의 투구 수는 총 5개. 다행히 허경민은 스스로 일어나 걸으며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두산은 허경민 대신 대주자 전민재를 투입했다. 두산 관계자는 허경민의 상태에 관해 "좌측 머리 부근에 맞아 보호 차원에서 교체했다. 향후 상태를 지켜보고 병원 검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에르난데스의 퇴장과 함께 LG 벤치는 급하게 다른 투수를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에르난데스 대신 무사 1, 2루 위기 상황에서 이지강이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이지강은 아직 몸이 덜 풀린 듯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양의지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김재환을 삼진 처리했으나, 양석환에게 몸에 맞는 볼을 던지며 3루 주자 정수빈이 홈으로 들어왔다. 이어 제러드에게 2타점 우중간 적시 2루타를 허용한 뒤 이유찬의 유격수 앞 땅볼 때 3루 주자 양석환이 홈인, 점수는 0-4로 벌어졌다.

만약 1선발 에르난데스가 계속해서 던졌다면, 이렇게 1회부터 4점이나 내주고 시작하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에르난데스의 퇴장으로 인해 LG는 불가피하게 강제 불펜 데이를 펼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는 사령탑인 염경엽 LG 감독이 피하고 싶은 일이기도 했다. 더블헤더에서 불펜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전날(20일) 염 감독은 "아무래도 더블헤더는 불펜 싸움이라고 보시면 된다. 두산이 우리보다 불펜이 나은 편"이라면서 "승리조를 어느 정도 갖고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종준과 백승현, 김진성, 함덕주, 유영찬까지 현재 우리 팀의 필승조는 5명으로 보시면 될 것 같다. 잘 운용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결국 사령탑의 생각대로 불펜에서 두산에 밀리고 말았다. 그래도 LG는 0-5로 뒤진 4회에 2점을 뽑은 뒤 5회초 2점을 내줬으나, 다시 5회말 3점을 뽑으며 두산을 압박했다. 6회초에도 2점을 내주자 6회말 곧장 2점을 따라붙은 LG였다. 그렇게 7-9로 뒤진 8회초 두산의 공격. LG 불펜 이종준이 마운드에 올랐으나 크게 흔들렸다. 선두타자 양의지에게 볼넷, 후속 김재환에게 2루타를 각각 허용한 뒤 양석환에게 스리런포를 얻어맞고 말았다. 계속해서 제러드에게 좌중간 2루타를 내줬고, 이유찬에게 우익수 방면 적시타를 허용하면서 점수는 7-13까지 벌어졌다. 사실상 승부가 갈린 순간이었다. LG 벤치는 여기서 이종준을 빼고 이우찬을 투입하는 등, 김현수와 홍창기, 문보경, 오지환, 오스틴, 박동원을 모두 빼버리며 더블헤더 2차전을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단 1차전에서 헤드샷 퇴장을 당했지만, 더블헤더 2차전에서 에르난데스가 불펜으로 출전하는 건 가능하다. 과연 두산과 승차 1경기로 몰린 LG가 더블헤더 2차전에서 승리하며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릴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