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 10조 던진 외인 "2조 더 매도"…개미는 "싸다" 빚투까지

삼성전자 개인·외국인 순매수액 및 신용잔고/그래픽=김지영

외국인 투자자가 수개월 연속 삼성전자를 순매도 하고 있다.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와 최근 실적 부진 때문인데 개미(개인투자자)들은 오히려 매수세를 늘리는 중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수급에 외국인 영향이 큰 만큼 아직 매수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시점으로 판단하고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8월 이후 현재까지 증시 대장주 삼성전자를 12조6497억원 순매도했다. 이달에도 11일까지 1조9408억원 팔아치운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증시에서 가장 많이 판 종목이 삼성전자다.


이는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가 크게 작용한 영향이다. 글로벌 반도체 업종 전반에서 실적 눈높이가 하향 조정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삼성전자가 발표한 3분기 잠정 실적이 부진한 점이 투자심리를 더 악화시킨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 3분기 영업이익이 9조1000억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10조7717억원을 15% 정도 밑돈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여건에도 개미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이어진 주가 하락에 따른 저가 매수 심리의 반영으로 보인다. 개인은 이달 들어 11일까지 삼성전자를 2조1573억원어치 사들였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우선주(삼성전자우 (49,350원 ▲1,000 +2.07%))도 1915억원 가량 담았다. 지난 9월에도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우를 각각 8조871억원, 4386억원 순매수한 바 있다.

개인은 빚투(빚내서 투자)도 늘리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국내 주식시장의 신용공여 잔고는 17조7874억원으로, 지난달 말(17조4643억원) 대비 3231억원 증가했다. 특히 삼성전자에 대한 빚투가 돋보이는데, 삼성전자의 신용 잔고는 9945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8월24일 9356억원을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금액이다.


개인이 반등을 기대 중이지만 현재 증시 전반의 분위기가 대장주 삼성전자의 부진에 영향을 받고 있을 만큼 투심은 부정적이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내증시 부진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삼성전자로 지수 마이너스 수익률에 결정적으로 기여한다"며 "국내증시 내부적으로 삼성전자를 제외하는 경우 시장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고 평가했다.

또 아직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가 전반적으로 심화되는 과정으로 비중확대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삼성전자는 글로벌 테크(Tech) 밸류체인 내 중간재·자본재 성격이 짙은 레거시 반도체에 특화됐다. 따라서 주가 반등은 글로벌 투자·제조업 경기회복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황 둔화 속 외국인 수급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주가에 부담이다. 삼성전자 수급은 국내보다는 외국인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이다. 최근의 매도세에도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그간의 평균 대비 많이 들고 있다.

김용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현재 외국인의 삼성전자 보유비중은 53.3%로 장기평균 51.9%를 웃돈다"며 "업황 피크아웃 논쟁 격화, 삼성전자의 산업 지배력·경쟁력 약화, 실적 불확실성 심화의 삼중고 국면에서 외국인 투자자 수급 대응은 당분간 중립 이하의 경로를 따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