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 아닌 군사시설에 보복"…'사드' 받는 네타냐후, 한발 뒤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보복 수위를 '군사시설 타격'으로 결정했다고 미국에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9월 예루살렘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네타냐후 총리가 지난 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나 핵 시설이 아닌 군사 시설을 목표로 공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1일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 약 200발을 발사한 이후, 이에 대응한 보복 수위를 논의해왔다. 당초 이란의 석유나 핵 시설을 공격할 가능성이 점쳐지자 국제 사회는 중동 확전과 에너지 가격 급등을 우려했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공개적으로 이를 반대해왔다.

관계자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통화에서 이전보다 더 온건한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네타냐후 총리의 누그러진 태도가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를 보내기로 결정한 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하루 전인 13일 미국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약 100명의 미군과 함께 이스라엘에 사드 포대를 배치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며칠 내로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스라엘 방어에 대한 미국의 철통같은 약속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의 보복 규모가 다음 달 5일로 예정된 미국 대선 판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일(현지시간) 레바논 남부 신엘필에서 바라본 이스라엘의 베이루트 공습으로 인한 거대한 폭발 장면. 2024.10.06 /로이터=뉴스1

이 문제에 정통한 한 당국자는 미국 대선에 대한 '정치적 간섭'이라는 인식을 피하기 위해 이스라엘의 보복 조치가 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은 미국 대선 전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보복하지 않으면 이스라엘이 이란에 '나약함'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스라엘이 앞으로 몇 주 안에 레바논에서의 작전을 마무리할 계획이라는 언급도 나왔다.

다만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이번 보복 공격이 이란의 추가 공격이나 핵무기 개발을 단념시킬 있을 만큼 강력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스라엘 국방부 고위 인사들과 접촉하고 있는 가일 탈시르 히브리 대학 정치학자는 "이스라엘군은 이란의 군 지도부를 타격하고 싶어 한다"면서 이것이 이란 국민을 다치게 하지 않고 확전을 막는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의 대외 정보기관 모사드의 전 정보국장인 조하르 팔티는 WP에 네타냐후 총리가 공격의 수위를 조절하라는 미국 정부의 요구와 강력한 대응을 요구하는 이스라엘 내 목소리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은 예전에 가졌던 모든 자제력을 잃었다"면서도 "이스라엘은 미국의 무기 없이 싸울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정치 전문가는 WP에 "네타냐후 총리가 최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당선된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개혁파인 이란의 신임 대통령이 서방과의 핵 협상 재개에 대해 열린 태도를 보여주고 있는데, 네타냐후 총리는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미국과 이란 사이 핵 협상이 다시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 전문가는 "네타냐후 총리가 지금이 이런 노력을 약화시킬 전략적 순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