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씩 크기" 한글 문서까지…북한군 러 파병에 각국 "확전 우려"

러시아 훈련소에 집결한 북한군 영상이 공개되면서 미국 등 서방국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북한이 이미 참전한 것이라며 확전 가능성을 경고했다.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문화부 소속 전략 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는 북한·중국 국경과 러시아 세르기예프스키 훈련소로 추정되는 장소에 도착한 북한 군인들의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SPRAVDI 인스타그램 캡쳐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은 북한군이 러시아 동부의 한 훈련소에 집결한 영상을 공개하고 "러시아군이 북한 병사로 구성된 부대를 구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북한이 지상군, 기술 인력 등 러시아 편에 서서 우크라이나와 맞서 싸울 병력 총 1만명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세계대전을 향한 첫 단계"라고 주장한 지 하루 만이다.


우크라이나 문화부 소속 전략 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는 북한·중국 국경과 러시아 세르기예프스키 훈련소로 추정되는 장소에 도착한 북한 군인들의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에선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이 러시아군으로 추정되는 군인으로부터 장비를 배급받고 있다. 영상에는 북한 억양의 "넘어가지 말거라", "나오라 야" 등과 같은 음성이 담겨 있었다.

이와 관련 우리 정부도 일부 사실을 확인했다. 전날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러시아를 돕기 위해 우크라이나전에 대규모 특수부대 파병을 결정했고, 그 규모는 1만2000명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1500명이 이미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해 적응 훈련 중이며 조만간 2차 수송 작전이 진행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북한 군인들에게 배포된 것으로 보이는 보급품 지급용 설문조사 용지. CNN방송이 우크라이나 정부 산하 전략통이신 정보보안센터(CSCIS)를 통해 입수한 뒤 공개했다./사진=CNN방송

CNN은 북한 군인들에게 배포된 것으로 보이는 보급품 지급용 설문조사 용지를 우크라이나 정부 산하 전략통이신 정보보안센터(CSCIS)로부터 확보해 공개했다. 종이에는 머리둘레, 발 크기 등 신체 치수를 묻고, 러시아어와 함께 "조선씩 크기" 등 한국어로 적혀 있다. 또 여름용 모자와 군복치수도 써내라고 적혀있다. CNN은 "북한 군인들이 우크라이나 전선으로 배치되기 전 러시아에서 훈련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사실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줄줄이 공개되자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주요 7개국(G7) 국방장관 회의가 열린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기자들과 "북한의 파병 보도를 확인할 수 없지만 그런 움직임이 사실이라면 우려된다"고 말했다. 회의차 모인 G7 국방장관들은 공동성명으로 "우리는 단기·장기적으로 군사 지원을 포함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계속할 것임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6월19일 북한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을 체결하기위해 입장하고있다. 이 조약엔 한 나라가 공격을 받으면 상호 지원을 제공하는 '유사시 상호 지원' 조항도 포함됐다. /로이터=뉴스1

장 노엘 바로는 프랑스 외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을 지원하기 위해 북한 정규군이 개입하는 것은 전쟁을 심각하게 확대하는 길"이라며 "매우 심각한 사안으로 갈등을 새로운 단계, 더욱 격화되는 단계로 몰고 갈 것"이라며 말했다. 이어 "이같은 움직임은 러시아가 전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도 있다"며 "(우리는) 러시아와의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우크라이나의 '승리 계획'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북한의 이번 파병은 지난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북러 양국이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에 포함된 군사 개입 조항에 근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조약 제4조에는 북러 중 한 나라가 전쟁 상태에 처하면 다른 나라는 유엔헌장과 양국 국내법에 준해 자신이 보유한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명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