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넘는 '차입금' 줄기는 커녕 늘었다…국립대병원 위기감 고조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환자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사진=(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16개 국립대병원의 차입금이 2020년 1조원을 넘어선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무급휴가, 병동 통폐합 등 의정 갈등 속 직원들의 아우성이 커지는 상황에 공공병원으로서 '착한 적자'의 폭을 넘어섰다는 평가다. 향후 의대 증원으로 차입금 규모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서둘러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강원·경북·칠곡경북·경상국립·창원경상국립·부산·양산부산·서울·분당서울·전남·화순전남·전북·제주·충남·세종충남·충북대병원 등 16개 국립대병원의 차입금은 2020년 이후 1조1929억원, 1조3944억원, 1조3159억원, 1조3158억원 등 매년 1조원이 넘었다. 올해 상반기는 1조3924억원을 기록해 이미 지난해 차입금 규모를 넘어선 상황이다.

차입금은 지난 6월 30일 기준 세종충남대병원이 2813억원으로 가장 많다. 창원경상대병원(2567억원), 경북대병원(1822억원) 순으로 지방 국립대병원의 경영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것으로 파악된다. 병원 한 곳당 차입금은 870억원가량이다. 2020년 문을 연 세종충남대병원의 경우 아직 초기인 만큼 수익을 내기 어렵고 장비 등 리스 비용 지출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이 이유로 보인다. 올해부터야 원리금과 이자를 함께 함께 갚아 차입금 규모도 눈에 띄게 줄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다른 국립 대병원의 경우 다수가 지역에서 오랜 시간 환자를 돌보며 이름을 알려온 만큼 경영상 위기관리리'에 대한 비판을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환자들이 '수도권 큰 병원'을 선호한다 해도 의료수익을 내는 지방 국립 대병원은 이미 있었기 때문이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상반기 분당서울대병원(308억원), 경상대병원(20억원), 화순전남대병원(127억원), 양산부산대병원(87억원) 등 12개 의료기관 중 4곳이 순이익을 기록했다. 반대로 사립대병원의 경우 24곳의 지난해 상반기 순이익은 69억8000만원으로 대부분이 이익을 냈다. 똑같은 의료사태에 직면했지만, 올해 상반기 순손실도 12개 국립대병원이 278억원을 나타내 24개 사립대병원(39억원)보다 규모가 더 크다.

국립대병원이 공공병원으로 의료 인력 비율 등 기준이 높고 소위 '돈 되지 않는' 의료를 수행한다 해도 1조원이 넘는 차입금을 수년간 유지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는 데 노력했다면 간호사·의료기사 등 구성원이 무급휴가에 내몰리는 등 '희생'을 덜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비판도 인다. 의대 증원으로 인력·시설 등 추가 투자가 이뤄질 경우 차입금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경영난에 따른 병원과 노조의 '충돌'이 계속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한 사립대병원 관계자는 "1조3000억원 차입금에 연평균 5% 이율을 적용하면 650억원이다. 정해진 기간 내 갚지 못하거나 신용이 낮아지면 이율이 더 오른다"며 "새 병원을 짓지 않았는데 원금을 줄이지 못하고 수백~수 천억원의 차입금 규모를 유지하는 것은 사립대병원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혀를 찼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관계자는 "이전부터 국립대병원은 의료 수익을 많이 내지 못했다. 그렇다면 국립대병원이 지역·필수 의료 등 공공병원으로서 역할을 강화하는 쪽으로 정부가 정책을 짜고 운영비 등 지원책을 마련하는 게 더 현실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 가운데 서울대병원 노조는 지난 17일 9차 임시대의원회에서 오는 31일 무기한 전면 파업을 결정했다고 21일 밝혔다. 노조는 병원 측에 공공병상 축소 반대, 임금·근로조건 개선, 필수안전 인력 충원 등을 요청했지만 경영상 위기 등을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노조 관계자는 "이번 주 중으로 전체 조합원 투표를 통해 파업 시행 계획을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