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 불황 버티는 비결도 미래 먹거리도 '車'

금호석유화학 실적 추이/그래픽=김지영

금호석유화학이 주력 산업인 타이어 소재를 앞세워 흑자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범용 석유화학 업계가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업황 둔화를 겪고 있는 모습과 대비된다. 금호석유화학은 전기차용 고부가 소재 사업을 키워 미래 먹거리로 삼는다.

2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의 3분기 매출은 1조8000억원대, 영업이익은 900억원대로 추정된다. 지난해 3분기 1조5070억원 매출, 842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한 데 비하면 각각 25%, 10%가량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예상치 대로라면 96분기 연속 흑자 기록을 세우게 된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업스트림 영역을 중심으로 업황 둔화를 겪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석유화학 업계에서 업스트림은 나프타를 열분해해 석유화학기초원료를 생산하는 과정을 말한다. 기존에는 한국이 기초유분을 중국에 수출하는 구조였지만 2010년대 이후 중국의 자급률이 크게 높아졌다. 최근에는 중동까지 석유화학 사업에 가세하며 글로벌 공급 과잉이 심화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나프타분해설비(NCC)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다운스트림 사업을 주로 영위해 이같은 타격을 피해갔다. 다운스트림이란 NCC에서 생산된 기초유분을 바탕으로 중간유분을 생산·합성해 다양한 합성수지를 만드는 사업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금호석유화학은 합성고무 55.7%, 합성수지 28% 등 다운스트림 영역에서 대부분 매출을 올리고 있다.

주력 제품 합성고무의 전방산업인 타이어 시장이 견조세를 보이는 것도 금호석유화학 호실적의 다른 배경이다. 북미를 중심으로 SUV(다목적스포츠차량) 비중이 늘고 있는 데다 교체용 타이어(RE) 시장에서는 전기차용 타이어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이들 품목은 모두 합성고무 함유도가 높은 고부가 제품으로 꼽힌다.


금호석유화학은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인 전기차용 소재를 미래 먹거리로 삼고 사업을 확장한다. 합성고무의 경우 SSBR(솔루션 스티렌 부타디엔 고무)를 앞세운다. SSBR은 고기능성 합성고무의 일종으로 높은 내마모성을 특징으로 한다. 타이어 마모로 인한 미세먼지까지 배출 규제에 포함하는 유럽연합(EU)의 '유로 7'이 시행을 앞두고 있는 등 앞으로 고강도 타이어 수요가 늘어난다는 계산이다. 이에 따라 금호석유화학은 SSBR 생산량을 기존 6만3000t에서 2022년 말 12만3000t으로 늘렸으며 추가 증설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배터리 소재로 쓰이는 CNT(탄소나노튜브) 사업도 키운다. 금호석유화학은 CNT 생산능력을 기존 120t에서 360t으로 늘리는 한편 율촌과 아산으로 이원화돼있던 CNT 생산 설비를 율촌으로 일원화하고 있다. CNT는 철의 100배에 달하는 인장강도(잡아당기는 힘을 견딜 수 있는 응력)와 구리의 1000배 수준 전기전도성을 가진 소재다. 기존에는 합성고무 첨가제로 주로 사용됐으나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양극 도전재로 사용 가능한 물질이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지금 같은 불황 속에서 더욱더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에 집중해서 수익성 확보에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