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지시했다 VS 증거 제시 못 해"…'SM주가조작' 재판 공방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을 받는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지난 7월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엔터 경영권 인수 당시 경쟁자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하이브의 공개매수가(12만 원)보다 높게 설정·고정해 시세를 조종했다는 혐의를 받는다./사진=뉴스1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혐의를 받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이자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의 세번째 공판에서 변호인이 검찰이 제시한 주요 증거의 입증 능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 8월 구속기소 이후 검찰이 제시한 증거 중엔 김 위원장이 주가 조작을 승인하거나 논의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5단독(부장판사 양환승) 30일 오후 2시부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위원장에 대한 3차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재판부에 제출한 증거의 입증취지를 설명하는 서증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지난 8월8일 김 위원장이 지난해 2월 16∼17일과 27∼28일에 SM엔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하이브 공개 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엔터 주가를 하이브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설정해 시세를 조정한 혐의가 있다고 그를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카카오 그룹 최종 의사결정권자로 하이브 공개매수 저지 방안을 사전에 보고 받고 승인한 것으로 봤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이날 재판에서 카카오 투자심의위윈회(투심위) 구성원 간 통화 녹취록, 카카오 투자전략실 직원들의 카카오워크,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제시했다.

검찰은 주요 증거로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강호중 투자전략실장의 통화 녹취록을 제시했다. 지난해 2월15일 투심위 이후 통화에서 "브라이언(김 위원장의 영어 이름)이 SM엔터를 평화적으로 이제 가져오라고 지시했다"는 대화를 강조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SM엔터 인수를 늦추거나 실패하지 말고 평화적으로 인수하라는 지시로 이해된다"고 했다. 이어 "'평화적으로'라는 말은 대외적으로 다투는 모습이 되지 않도록 평화적인 방법처럼 보이게 가져오란 의미"라며 "카카오와 하이브가 다툼이 드러나지 않게 다른 방안을 강구하라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김 위원장 측 변호인은 "카카오 투자전략실 직원간 대화, 변호사들의 이메일 등 검찰이 제시한 증거 모두 김범수 피고인과 다른 피고인들이 (SM엔터 주식 장내 매수를) 논의하고 승인한 내용이라고 이야기 한다"며 "피고인들이 그 부분을 논의하고 승인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는 하나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투자전략실과 법무법인에서 관련 내용이 논의되기 때문에 (김범수 위원장의) 승인이 있었을 거라고 말하는 것"이라며 "이 부분은 사실관계에 부합하지도 않고 증거도 없다는 점을 지난 기일에 자세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재차 강조한 'SM엔터를 평화적으로 가져오라'는 취지의 통화 녹취록에 대해서도 증거 능력을 부인했다. 김 위원장 측 변호인은 "지난해 2월15일 투심위 회의에서 '가져오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며 "참석자들은 김 위원장이 '평화적으로 진행하라'고 했다고 진술했지만 '가져오라'는 말을 들은 사람은 없다"고 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김 위원장의 보석 여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지난 10일 재판부에 보석을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