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딸 잃은 아버지, 재판서 무릎 꿇었다…'교제 살인' 의대생 사형 구형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교제 살인’ 의대생 최모(25)씨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경찰서에서 검찰로 구속송치되고 있다. 최씨는 지난 6일 오후 서초구 강남역 근처 건물 옥상에서 동갑내기 여자친구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24.5.14/사진=뉴스1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이른바 '교제 살인'을 저지른 혐의로 구속기소 된 20대 의대생 최모씨에 대해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 심리로 8일 열린 의대생 최씨의 살인 혐의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사형 선고와 전자장치 부착 30년 및 보호관찰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앞으로 잃을 게 아니라 피해자가 잃은 것에 대한 판단이 이뤄져야 하고 사람의 생명은 최고 법익"이라며 "피고인은 피해자의 아버지가 의사 되지 못하게 방해했다는 둥 살해 경위 원인을 외부로 전가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이어 "준엄한 법과 정의의 이름으로 영원히 우리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극형의 선택은 불가피하고, 비록 사형이 집행되지 않더라도 사형수로서 평생 참회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이 사회가 마땅히 가져야 할 공감과 위로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의 구형이 끝난 뒤 최씨는 "타인을 돕고 치료하는 학문을 전공하며 사회로부터 받은 과분한 혜택을 돌려드릴 수 있는 사람이라고 그렇게 성장하리라 기대받았던 저는 자신의 어리석음으로 사회의 기대에 부응하기보다 충격과 슬픔만을 안겼다"며 "남은 인생 스스로 책임져야 할 죄를 짊어지겠다"고 최종 진술했다.


피해자 측 아버지는 재판 도중 무릎을 꿇고 "제발 저 자리에 앉아있는 살인마에게 사형 선고해서 남은 피해자 가족들이 미약하게나마 고통의 굴레에서 치유되게 해주길 간청한다"며 "살인자들이 법을 우습게 여기고 잔혹한 범죄를 거리낌 없이 자행하는 일을 없도록 해달라"고 했다. 피해자 측 어머니는 재판이 끝날 때쯤 최씨에게 다가가 울며 "왜 그랬니?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잖아" 하고 말했다.

재판부는 최씨의 1심 선고공판을 다음달 20일 오전 10시에 열기로 했다.

최씨는 지난 8월6일 오후 5시쯤 서초구 서초동 지하철 2호선 강남역 근처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 A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최씨는 "헤어지자는 말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최씨와 피해자는 중학교 동창으로 지난 2월부터 교제를 시작한 후 두 달만인 4월 피해자 부모에 알리지 않고 혼인신고를 했다. 이를 알게 된 피해자 부모가 반대하며 혼인무효 소송을 진행하려고 하자 결별 문제 등으로 다툰 것으로 조사됐다.

첫 공판에서 최씨 측은 심신장애를 주장했지만, 감정 결과 심신장애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심리 분석 등을 실시한 결과 최씨는 사이코패스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재범 위험성은 높은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한편 A씨는 과거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만점을 받고 서울 소재 의대에 재학 중인 학생인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