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3선 길 터준 체육회…문체부 "셀프심사 유감, 더 이상 공정성 기대 안해"

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체육회가 이기흥 회장에 대한 '셀프 연임 심사'가 강행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12일 저녁 문체부는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가 이 회장에 대한 연임 제한 예외 인정을 통해 사실상 3연임 도전의 길을 열어준 것에 대해 "더 이상 체육회에 공정성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오후 체육회 스포츠공정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이 회장의 3연임 도전을 허용하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체육회가 스포츠공정위 구성과 운영의 불공정성에 대한 지적을 수용하지 않고, 심의를 강행해 그 결과를 도출한 것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체육회장이 임명한 스포츠공정위가 본인의 연임 여부를 심의하는 것이 이른바 '셀프 연임 심사'로 불공정하다고 지적했고 위원회의 임원 연임 허용 심사 기준이 체육회의 정관에 위반된 문제점을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했다"고 강조했다.

김병철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장이 10월 22일 국회 문체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 국회방송

문체부에 따르면 체육회 정관에는 심사 기준으로 △해당 임원이 단체를 위해 얼마나 재정적 기여를 하였는지 △주요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 위해 얼마나 기여하였는지 △단체가 외부기관의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어느 정도 기여하였는지를 계량화하여 평가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현재 스포츠공정위의 심사 기준은 임원의 이사회 출석율, 임원의 징계 이력 및 범죄사실 여부, 임원의 포상 경력(체육과 무관한 분야의 포상도 인정), 임원의 대체 불가 정도 등 심사 지표의 약 70%가 정관과 무관하거나 관련성이 거의 없다.

문체부는 "이 회장은 지난 10일 국무조정실 정부합동공직복무점검단 조사결과, 회장 딸 친구의 부정 채용 지시, 후원 물품의 사적 사용, 물품 후원 요구(금품 등 수수) 등 중대한 비위가 드러났고, 수사의뢰됐고 채용비리, 금품수수 등의 비위로 인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직무 정지가 됐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체육회는 스포츠공정위원회의 구성, 운영의 불공정성에 대한 문체부, 국회, 언론 등 각계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심의를 강행했다"며 "문체부는 체육회에 더 이상 공정성과 자정 능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우선, 체육단체 임원의 연임 심의를 별도 기구에 맡기고, 체육단체 임원의 징계관할권을 상향하는 방향으로 법적.제도적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불공정한 체육회에 상응하는 행·재정적 조치도 취할 예정이다. 한국 스포츠에 공정과 상식이 자리 잡는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이기흥 대한체육회장과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등에 대한 현안질의에 출석해 인사하고 있다. 2024.9.2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