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혁신, 교육부 취지 좋지만 자칫 '문·사·철' 고사화 우려도"

(서울=뉴스1) 이진호 기자 = 교육부가 지역대학이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플랫폼을 만들고 지역혁신을 추진하도록 한 데 대해 대학들이 환영의 뜻 가운데서도 우려를 내비쳤다. 사업 대상지역 규모가 적고, 대학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거라는 지적이다.

20일 교육부는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 기본계획' 시안을 발표했다. 사업은 비수도권에 자리한 지방대학이 가진 역량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지역혁신에 기여하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게 핵심이다.

교육부는 비수도권 3개 지역에 지역혁신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국고로 총 1080억의 예산을 투입한다. 사업대상으로 선정된 대학은 첨단학과나 융합학과를 운영하는 등 지역의 전략사업과 연계해 학과를 개편하고 교육과정을 개발해야 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존 대학재정지원사업과 달리 지역 여건과 현안을 반영한 지역혁신 핵심분야를 발굴하고 대학의 주체적인 역할 추진을 지원하는 사업"이라고 밝혔다.

대학들은 지자체와 협력해 침체된 지역을 활성화하는 방안에는 찬성하면서도 적은 사업규모에 대해 아쉬움을 내비쳤다. 다양한 지역 특성을 반영하지 못해 일부 학문으로만 대학의 체질이 변화될 것도 우려했다.

사업계획에 학사구조와 교육과정을 개편하라는 내용도 있어 자칫 고사되는 학문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A대학 기획처장은 "지역 혁신은 각 지역의 특수성과 여건과 맞물려야 해 일부 학문 단위가 소외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며 "정부는 다른 재정지원사업과 맞물려 (고사될 수 있는) 학문을 별도로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조나 IT 등 공과계열 쪽으로 성장동력의 초점을 맞추는 지역이 많아 이른바 '문·사·철'(인문·사학·철학) 분야가 고사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특히 "3개 지역은 지역혁신 기반이라는 취지에 비춰볼 때 너무 적은 숫자"라며 "(지역별) 지원 액수를 조금 낮추더라도 지원대상 지역을 늘려야 여건에 맞는 혁신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B대학 기획처장도 "이미 대학들 사이에서는 낮은 (사업선정) 확률 때문에 지원하지 않겠다는 곳이 많다"며 "대형 (지방) 대학 중심으로만 사업이 운영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우려했다.

대학들은 그러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사업 취지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A대학 기획처장은 "대상 지역 숫자가 적은데는 아쉬움이 남지만 취지에는 공감한다"며 "이후 (사업대상 지역) 확대나 방향 개선이 될 수 있는 만큼 일단 시행해보고 긍정적인 측면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대학 기획처장은 "지역마다 혁신 동력이 다른 만큼 대상 지역을 늘려야 대학의 역량도 십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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