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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상호 금융연구원장 "금융감독 궁극적 목표는 소비자 보호"

[머투초대석]"ICT기업이라도 은산분리 완화 파급력 커 신중해야…근로자 추천 이사제는 판단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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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상호 한국금융연구원장./사진촬영=이기범 기자.
손상호 한국금융연구원장./사진촬영=이기범 기자.


“인터넷전문은행을 위한 은산분리 완화는 해외에서도 명확히 정리된 방향이 없다. 중국에서는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ICT(정보통신기술)기업이 은행을 겸영한다고 하는데 중국은 특수한 사례다.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에서는 아직도 금융과 ICT 기업을 포함한 비금융이 분리돼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서도 예외 없이 은산분리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윤석헌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8일 취임하는 가운데 손상호 금융연구원장 역시 “은산분리 완화는 예민한 문제”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구글이나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ICT기업은 개인에 대해 굉장히 세세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데 이를 기반으로 맞춤형 금융을 공급하면 기존 금융회사가 따라갈 수 없다”며 “ICT기업이 금융정보까지 축적해 활용한다면 엄청난 정보력을 갖게 되는 만큼 ICT기업의 은행업 겸영은 생각보다 파급력이 상당히 크다”고 지적했다.

손 원장은 1995년부터 금융연구원에서 일하며 23년간 정책금융과 서민금융 등을 연구하다 지난 3월16일 금융연구원장으로 취임했다. 최근 조직개편을 마무리한 손상호 금융연구원장을 만나 은산분리 원칙과 근로자 추천 이사제 등 윤 신임 금감원장의 금융정책 방향에 대한 견해와 금융산업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중국은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각각 마이뱅크와 위뱅크 지분 3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중국을 은산분리 완화의 사례로 드는 경우가 많은데 중국은 여전히 통제경제기 때문에 은행에 문제가 생기면 정부가 다 책임을 지고 해결한다. 중국은 또 은행 대부분이 국영은행으로 대기업 지원이 주목적이기 때문에 중소기업이나 일반 국민은 은행을 이용하기가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모바일 기술을 가진 ICT기업이 중소기업과 일반 국민의 은행 업무를 담당해준 거다. 이런 중국 사례를 일반화해선 안 된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최고경영자)나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자신이 금융업자가 아니라고 한다. 미국에선 은산분리 원칙이 확고해서다. 게다가 우리가 ICT기업에 한해 은산분리를 완화한다고 하면 중국의 마이뱅크나 위뱅크가 한국에 진출해도 받아줘야 하는데 그럴 수 있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이는 상당히 곤란한 문제다.

-핀테크(금융기술) 발전을 도모하려면 ICT기업에 금융업을 개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우리를 비롯한 주요 국가는 기술 혁신을 위해 일정 기간 규제를 면제해주는 ‘규제 샌드박스’를 운영한다. 다만 규제 샌드박스에서 시도한 핀테크의 규모가 커졌을 때 ICT기업에 금융회사 인가를 내줄 것인지는 별개 문제다.

-윤 신임 원장이 금융행정혁신위원장 시절 발표한 보고서에 “금융회사에 근로자 추천 이사제 도입 검토를 권고한다”는 내용이 있다.
▷근로자 추천 이사제는 미국과 독일 등 각국 상황이 다 달라 정답이 없다. 이해관계자의 문제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주주들간에 공감대가 형성되면 하는 거다. 근로자 추천 이사제의 장점은 사외이사는 상근직원이 아니라 기업 정보에 약한데 근로자 추천 이사가 있으면 사내 정보를 잘 알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단점은 근로자 추천 이사가 주주의 이익, 회사 전체의 이익이 아니라 특정그룹을 위해 일한다면 경영 전반에 부정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독일은 이사회가 경영이사회와 감사이사회로 분리돼 있고 근로자 추천 이사는 경영이사회에서 집행한 것을 감독하는 감사이사회에만 들어간다. 근로자 추천 이사가 경영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을 제한한 것이다.

-최흥식 전 금감원장 땐 금융지주의 지배구조 문제가 큰 이슈였다.
▷CEO가 장수하고 실적도 좋고 그러다 CEO가 잘못하면 이사회가 해임도 하는, 지배구조가 잘 갖춰진 선진 금융회사를 보면 소유구조가 잘 갖춰져 있다. 우리은행처럼 금융자본이 지분 2~5%를 가진 과점주주를 구성해 각각 자기 이익을 대변하는 사외이사를 임명해 이사회를 운영한다. 과점주주 체제에선 사외이사가 ‘갑’이고 CEO가 ‘을’이다. 국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를 보면 은행의 경우 지분이 소액주주로 쪼개져 있어 주인이 없고 2금융권은 확실한 대주주가 있다.

주인 없는 회사는 사외이사가 불특정 소액주주를 대변하는 공익이사인 셈이다. 확실한 임명권자인 과점주주가 배후에 있는 사외이사와 처지가 다르다. CEO에 대해 ‘을’이 될 수도 있는 반면 권한이 너무 커지면 과점주주 같은 명확한 인사권자 없어 견제세력이 없다. 따라서 사외이사에 대해선 경영진에 버금가는 책임을 지워야 한다. 대주주가 확실한 2금융권에선 주인이 있으니 이사회가 겉도는 경향이 나타나는게 문제다.

사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서 CEO의 연임은 핵심이 아닌데 소유구조에 한계가 있으니 주인 없는 회사에서 CEO 한 사람이 너무 오래 하는거 아니냐, CEO와 사외이사 선출 과정이 적절하냐 등의 문제에 정부가 개입해 모범규준을 만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손상호 한국금융연구원장./사진촬영=이기범 기자.
손상호 한국금융연구원장./사진촬영=이기범 기자.
-취임 후 제일 먼저 조직부터 개편했다.
▷우선 블록체인과 가상통화 위주로 연구했던 기존의 미래금융센터를 디지털금융센터로 확대했다. 가상통화와 핀테크는 물론 디지털 기술이 금융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금융회사의 대응 방향, 이에 따른 금융규제의 변화까지 종합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다. 환율과 자본유출입 동향 등을 분석해 외환위기에 대비하던 국제금융연구실은 운영되다 없어졌는데 이번에 부활시켰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남북 금융협력, 동남아 금융진출 등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또 최근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의 최우선과제인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융소비자보호센터를 신설했다.

-가상통화의 미래는 어떻게 보나.
▷가상통화는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있고 거품이란 견해도 있어 지금 정확히 판단하기가 어렵다. 가상통화의 장점은 편의성과 기록의 보안성이다. 반면 이게 통화인지, 투자상품인지 모호하고 자금세탁이나 탈세 등에 이용될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국내에선 거래실명제 도입 이후 가상통화 이슈가 잠잠해져 있다. 일각에선 가상통화공개(ICO) 등에 대해서도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가상통화는 국가간 이동이 자유로워 한 국가가 규제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오는 7월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회의 때 가상통화에 대한 글로벌 공동대응을 위해 권고안을 마련하기로 한 만큼 그 이후에 각국의 규제도 가닥을 잡아나갈 것으로 본다.

-디지털 기술이 진화하면 은행 지점과 은행원이 크게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수도권에선 은행 지점을 찾는 사람이 20~30% 줄었고 지방에선 하루 내방객이 10명이 안되는 은행 지점도 있다. 대신 은행 지점의 역할이 바뀌고 있다. 과거엔 자금이체 등 단순업무 처리를 위해 은행을 방문했는데 지금은 이런 단순업무는 ATM(자동화기기)이나 온라인으로 해결하고 은행에는 상담하러 간다. 이 때문에 은행을 방문하는 사람은 줄었는데 한 사람당 업무처리 시간은 길어져 여전히 은행에 가면 대기를 해야 한다.

아울러 금융소비자 보호가 중요해지고 있는데 은행 지점이 상담과 함께 소비자 보호 기능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모바일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에게 단순업무 처리 방식을 가르쳐주는 것도 은행 지점이 담당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대면 접촉을 통한 감성적인 서비스는 앞으로도 필요하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은행 지점과 은행원이 해야 할 일이 바뀌는 것이지 급격히 줄어들거나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신설한 금융소비자보호센터는 어떤 역할을 하나.
▷금융감독의 궁극적인 목적, 금융회사의 궁극적인 존재 이유는 금융소비자 보호다, 금융회사의 재무건전성을 엄격히 감독하는 이유도 결국 금융소비자의 복지를 향상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지금까지 금융권에선 금융소비자 보호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소비자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금융에 대해 반성이 이뤄지면서 소비자 보호가 금융권의 주요 화두가 됐다. 예컨대 과거 금융회사에서 추천하는 펀드 들었다 낭패 보는 소비자들이 많았는데 금융회사가 진심으로 소비자를 생각하며 팔았느냐, 그냥 돈 벌려고 팔았느냐 이런 문제가 중요해진 거다. 현재 국내의 금융소비자 보호 규제는 영국 등 유럽과 비교해 여전히 미흡한 면이 많은데 금융소비자보호센터에서 해외 제도를 연구해 국내 실정에 맞게 도입하고 금융회사의 신뢰를 높이는 방안을 고민하려고 한다.

-김기식 전 금감원장은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며 ‘약탈적 금융’이란 표현도 썼다.
▷대출을 해주지 말아야 할 사람에게 대출해주거나 신용도에 맞지 않게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2가지 경우를 약탈적 금융이라고 하는데 은행권보다는 2금융권, 특히 대부업체를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부업체도 요건에 맞지 않으면 대출을 해주지 않으니 고금리를 두고 약탈적이라고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간 금융권에선 신용도가 높은 우량고객과 저신용고객 양쪽만 다루면서 중신용자는 제대로 취급하지 않았다. 중신용자가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에서 저신용자와 같은 최고금리를 적용받았다면 약탈적이라 할 수 있다. 이 문제는 신용도에 맞는 금리를 적용하도록 유도해서 해결해야 한다. 국내 은행의 경우 조 단위의 이익을 내고 있지만 미국 등 선진 은행과 비교해 순이자마진(NIM)도 낮고 자기자본이익률(ROE)도 절반 수준에 그쳐 약탈적 금융을 광범위하게 쓰는 건 적절치 않다.

-최근 금융정책에 산업 육성책은 없고 규제만 강화된다는 지적이 있다.
▷국내 금융시장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포화상태다. 지난 10년여간 은행, 증권, 보험 모두 수수료율이 계속 내려간는 것도 한정된 고객을 두고 금융회사끼리 과당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서 국내 금융산업은 육성보다 대기업의 금융회사 지배 문제와 벤처 및 기술기업 지원, 서민금융 같은 시장실패 영역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다만 국내 1인당 국민소득이 조만간 3만달러를 넘어서면 유휴 금융자산이 급격히 늘어 자산운용은 유망하다. 이외엔 국내 금융회사들로선 해외에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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