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 찾은 친박…박근혜는 어디로

4·9 총선 이후 정중동 행보를 보여왔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측근 의원들의 얼굴에 간만에 희색이 돌았다. 친박근혜계 대표 격인 허태열 의원(3선)이 오는 7월3일 전당대회에 출마키로 했기 때문이다.

총선 직후부터 2달여간 친박연대와 무소속연대의 복당을 주장해온 박 전 대표에게 '복당녀'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박 전 대표의 당내 입지가 점점 좁아지던 상황에서 허 의원의 당권 도전은 친박 의원들에게 생동감을 불어넣는 일대 '사건'과 같다.


19일 허 의원의 출마선언 기자회견장은 어느 후보의 출마선언 때보다 붐볐다. 지지당원들도 "정말 잘 하신 결정이다" "꼭 이겨달라"면서 고무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진작부터 전대 출마 의사를 개진해왔던 허 의원은 복당 문제와 종잡을 수 없는 '박심(朴心)' 때문에 오랫동안 고심해왔다. 전날 친박 의원들은 허 의원의 의원회관 사무실에 모여 전대 출마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결국은 출마 쪽으로 결론났다.

그러나 일각에선 당 지도부에 '친박'을 대변할 수 있는 채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마침 구속기소중인 김노식 친박연대 의원까지 '원칙적'으로 복당을 허용한다는 한나라당의 결정이 나오면서 허 의원이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졌다.


'친박'을 표방하며 전대에 출마한 진영 의원과 김성조 의원의 역할에 대한 회의론도 일부 작용했다. 한 핵심 친박 의원은 "결국 두 사람이 출마하면서 친이명박계 쪽에선 균형이 맞춰진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우리한테 오는 실익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다만 박 전 대표의 의중이 변수라면 변수다. 허 의원이 친박 내에서 가지는 무게감에 따라 박 전 대표에 대한 지지표를 업을 수는 있겠지만 박 전 대표의 직접적인 허락이 없는 점이 친박으로선 아쉽다.

허 의원은 회견에서 "(박 전 대표에게) 2차례 말씀드렸는데 가타부타 말씀을 안 하셨다"고 전했다. 지난해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직후 일부 친박인사들이 당시 이명박 후보 선대위로 갈 당시 "잘 됐다"며 격려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허 의원에 대한 지지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기만 한다면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과 정몽준 최고위원의 양강구도로 흐르던 전대 분위기는 완전히 뒤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전대도 '박심'에 달렸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