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채업자가 명동 찾은 이유

명동을 찾는 일본 대부업자들의 발걸음이 잦아졌다. 명동은 중소기업이나 건설사를 상대로 한 기업금융에 특화된 곳으로, 소매금융에 강점을 지닌 일본 대부업체의 관심권과는 거리를 뒀다.

그러나 1년 넘게 지속돼온 '엔고'가 한풀 꺾인 데다 돈줄이 끊긴 명동의 전주와 사채업자들이 국내외를 불문하고 투자자들을 적극 찾아나서자 일본업자들이 명동에 관심을 보인다고 한다.


명동의 한 사채업자는 지난주 동료 사무실을 찾았다가 대여섯명의 일본인과 조우했다. 이들은 동료업자와 사뭇 진지한 분위기에서 1시간가량 얘길 나눈 뒤 자리를 떴다. 통역을 대동했고 옷차림도 여느 관광객과 달라 비즈니스 차원에서 방문한 것으로 보였다. 동료업자는 "일본 대부업계 사람들인데 한국에 대부업과 관련, 투자를 하고 싶다며 찾아왔다"고 귀띔했다.

최근 명동 사채업체를 찾는 일본 대부업자가 늘고 있다. 그동안 일본 대부업체들은 주로 소액신용대출시장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을 뿐 기업금융을 위주로 하는 명동시장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동 관계자는 "엔고 특수가 계속되기 힘들다는 위기감에 일본업자들이 명동시장에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면서 "지금 투자하면 2년 내 상당한 규모의 환차익까지 챙길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주들도 이들 일본업자의 투자 움직임을 반기는 표정이다. 상당수 전주가 투자 손실로 자본력이 상당히 약화된 때문이다.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리기엔 연 15~20%에 달하는 이자비용이 큰 부담이고 금융당국이 대부업체에 대한 저축은행들의 대출을 옥죈다는 방침이어서 국내 금융회사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기도 여의치 않다. 그간 마땅한 투자자를 찾지 못하던 사채업자들은 일본인 전주도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이다.

명동의 또다른 사채업자는 "(일본 대부업자들이) 어차피 재무적투자자로 참여하는 것이어서 전주로서도 부담이 덜하다"면서 "이들은 1년간 투자할 경우 10%가량의 수익률만 요구해 국내에서 자금조달보다 비용 부담도 적다"고 말했다.

이외에 일본업자들은 국내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이나 부동산 구입에 대한 관심도 커 이와 관련한 투자상담을 명동을 통해 받는다고 한다. 명동 관계자는 "일본업자들은 환율이 더 떨어지기 전에 투자한다는 입장이어서 올 1분기까지 도소매 사채시장에 대한 투자 타진이 많을 것"이라면서 "다만 일본계 자금의 출처는 그리 우량해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