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 정상화 때 가장 쾌감"

"심사역 경험이 RM(Relationship Manager)의 노하우가 됐다. 가장 재미있었던 경험 역시 그런 노하우를 바탕으로 플랜을 짜서 기업이 살아났을 때다."


최만규 우리은행 여신지원본부 부행장(55·사진)은 "28년간 은행에서 일을 하며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부실기업이 정상화될 때"라며 이같이 말했다. 입행 이후 줄곧 여신 관련 부서에서 일했던 그는 '기업금융' 전문가로 통한다.

A기업의 정상화가 그런 경험 중 하나. B기업은 KT의 자회사였으나 1997년 민영화 과정에서 A기업이 지분 42.54%를 617억원에 인수했다. 그러나 인수를 위해 차입금을 지나치게 늘리는 바람에 재무구조 및 수익성이 동시에 악화됐다.

1996년말 73억원이었던 부채총계는 2002년 1245억원으로 급증했다. 그때부터 회사의 상황은 꼬이기 시작했다. 영업은 문제가 없었으나 M&A 후유증으로 부도 위기에 몰렸다. 대부분 은행이 기존 여신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그때 최 부행장이 나섰다.


그는 "다른 은행은 여신을 회수해 갔는데 우리는 풀어줬다. 만기가 도래한 회사채를 대환하는 방식 등이다. 들여다보니 투자 실패만 극복하면 영업은 잘되고 있다는 판단이 섰다. 심사역 때의 경험이 그런 시각을 갖게 해 줬다"고 회상했다.

A기업은 4년 후 보란 듯이 정상화에 성공했다. 요즘도 매년 100억~2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린다. 우리은행의 주요 고객이 됐음은 물론이다. 입행 후 여신관련 부서에서 은행생활 전부를 보낸 그에겐 이런 경험이 많다.

RM 지점장을 할 때는 하루에 10명 이상을 만나자는 생각으로 기업을 찾아다녔다. 지점장 3년간 3회 RM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 부행장만큼 여신에 대해 잘 아는 인물도 드물다는 평이다.

"외환위기 때가 기억에 가장 남는다. 수 도 없이 밤을 샜다. 야전 침대 3개를 놓고 정신없이 일했다. 금융기관의 역할은 국가 경제에 상당히 중요하다. 금융기관이 잘못되면 산업의 부침과 연결된다는 생각으로 일했다. 개인적으로 후회 없는 생활을 한 거 같다."

당시는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해 한빛은행이 됐던 때다.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은행 뿐 아니라 산업계 전반에 퍼지던 때 밤을 새워가며 은행을 걱정했고 경제를 살펴봤다.

그는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며 "나중에 결과를 보면 무리하지 않은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의 여신 철학이다. 심사부장을 할 때는 은행들이 앞다퉈 모텔 대출에 나섰으나 그는 못하게 했다. 돌이켜보면 당시 유행했던 모텔 대출은 상당수 부실화됐다. 그의 철학이 통했던 셈이다.

이종휘 행장이 이런 그를 알아본 걸까.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다른 은행보다 먼저 신설했던 기업개선지원단장으로 그를 발탁했다. 외환위기를 경험한 그의 능력을 높이 샀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지난해 말 여신지원본부 부행장으로 승진했다.

"우리은행의 위상과 명성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은 안하는 게 맞다. 여신의 원칙이다. 우리은행 내부 규정을 보면 그 안에 답이 있다. 건전성, 안정성, 수익성 3가지가 정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