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개발자 꿈, 회사에서 밀어주니 기쁘죠"

"돈이 아닌 미래를 보는 환경을 조성해 줬으면…"

스마트폰 가입자가 200만명을 넘어서는 등 무선인터넷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하는 개발자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회사를 그만둬야만 모바일앱을 만들 수 있을까. 직장을 다니고서도 얼마든지 좋은 모바일앱을 만들 수 있다. 회사에 묶여있다고 개발 열정이 부족한 것은 아닐터.

증권 금융정보회사인 팍스넷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아이폰' 출시를 계기로 모바일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자 회사내 여러 사업부에서 모바일 사업을 하겠다고 나섰다. 주도권 다툼까지 생기자 팍스넷 경영진들은 직원들의 흥분을 가라앉혀야 할 정도였다.

↑ '스마트금융계산기' 개발한 팍스넷의 모네타개발팀 ⓒ이동훈 기자 photoguy@

장석원 팀장이 이끄는 모네타개발팀도 3개월만에 PC기반의 '모네트 금융계산기'를 모바일화한 '스마트금융계산기'를 만드는 등 열정이 넘쳤다.

사용자 환경(UI)을 담당한 남수경 과장이 힘들다고 한 말 속에는 즐거움이 배어 있었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얼리어답터이다 보니 반응도 즉각적이예요. 평점이 5점이었는데 4점대로 내려가면 신경이 쓰입니다. '다 좋은데 이것 하나는 고쳐주세요'라고 요청할 때는 사용자가 정말 극성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회사에서 개발하는 것의 장점은 무엇보다 개인개발자는 활용할 수 없는 회사만의 데이터베이스(DB)다. 개발자인 윤동준 과장은 "회사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개발자들에게는 행운"이라며 "결국 사용자에 맞는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것이 이기는 길"이라고 말했다.


반면 회사가 개발자의 열정을 가로막기도 한다. "아이디어야 많죠. 개인 개발자라면 바로 시작하면 되지만 어디 회사에서 그런가요? 위에 보고해야 하고 의사결정 과정도 거쳐야 하고 힘도 실어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험난하다고 할 수 있죠."

윤 과장의 하소연이다. 야심차게 아이디어를 내 개발해보겠다고 보고서를 만들어 개발에 들어갔지만 중간에 중단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프로젝트가 중단되는 경우는 매출에 도움이 안되기 때문. 경영진들은 "아직 시장이 크지도 않는데 해야 하나. 시기상조다. 시장이 커진 다음에 들어가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95대 5'는 좀처럼 설득하기 어려운 논리다. 현재 전체 이동전화 가입자는 5000만명에 육박하나 스마트폰 가입자는 200만명에 불과하다. '5(스마트폰)'를 위해 개발하기보다는 '95(일반폰)'를 위해 개발 역량을 쏟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동훈 기자 photoguy@

"매출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죠. 스마트폰에 집중하지 말고 스마트폰을 채널의 하나로 생각하라고 할 때는 서운하기도 합니다." 조직원이다 보니 시키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도 회사내 개발자의 고뇌다. 경영진들이 "이건 왜 안하지?"라고 물으면 "지금 모바일앱 개발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해도 소용없다는 설명이다. "그건 나중에 하고 다른 것부터 해라"는 지시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팍스넷은 당장의 이득보다는 미래의 가능성을 보고 모바일앱 시장에 당당히 입성했다. 그것도 현재 사용자가 많은 아이폰용이 아닌 앞으로 사용자가 많아질 안드로이드를 택했다. 전지환 대리가 회사에 바라는 바는 직장인이 아닌 개발자의 순수한 마음일 것이다.

"눈치 안보고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돈이 목표가 아닌 미래를 보는 환경이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