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베트남과 무관…알고도 농민에 책임 전가"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정부가 지난해 11월 경북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 가축에서 나온 바이러스가 베트남 지역에서 유행한 구제역의 바이러스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도 베트남 여행을 다녀 온 농민에게 책임을 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춘석 민주당 의원(사진)은 14일 국제식량농업기구(UN FAO) 구제역 공식 표준 실험실(Institute of Animal Health)이 지난해 11월30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안동 구제역 바이러스의 유전자는 홍콩과 러시아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와 99.06% 일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반면 안동 구제역 바이러스와 근접한 10개 유전자 가운데 베트남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는 하나도 없었으며 안동 바이러스의 유전자 계통(Tree)에도 베트남 구제역 바이러스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정부가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베트남 여행을 다녀온 농민이 방역을 소홀히 해 전국에 구제역이 창궐하게 됐다는 취지로 발표했다는 사실이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안동 바이러스에 대한 유전자 검사 시료는 지난해 11월28일 채취돼 11월30일 연구소에 도착했고 당일 유전자 검사가 완료돼 발표됐다.

그러나 지난 1월20일 농림수산식품부는 보도자료에서 '동 단지(최초 구제역이 발생한 양돈단지)에서 분리된 구제역 바이러스의 혈청형은 O형으로 동 농장주가 방문한 구제역 발생국(베트남)에서 분리된 주와 약 99% 일치하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1일 방송 좌담회에서 "지난해 동남아 18개국에서 구제역이 상시적으로 번창했다. 특정 나라를 거론하면 결례가 될 수 있지만 특히 베트남이 그랬다. 축산인이 단체로 여행을 갔다 오니까 구제역이 상시로 있을 수밖에 없다"며 축산농에게 책임을 돌렸다.

이에 대해 이춘석 의원은 "정부가 안동 구제역 발생 이틀 만에 나온 국제 표준연구소의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또 베트남을 여행한 축산농의 책임으로 지속적으로 몰고 갔던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구제역 백신과 관련해서도 '물 백신'이라는 의혹이 나오는 등 구제역에 대한 총체적인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민주당은 2월 국회를 민생국회로 만들고 진상 과 책임자를 반드시 가려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