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종사 얼마면 될까요?" 중국의 유혹

고소득층으로 분류되는 항공기 조종사·객실 승무원들 모시기 경쟁이 뜨겁다.

2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중국 항공사들이 한국 조종사들을 대상으로 잇따라 취업설명회를 열고 스카우트에 한창이다. 이들은 높은 연봉과 푸짐한 복리후생조건을 내걸며 조종사들을 유혹하고 있다.


국내 대형항공사를 기준으로 기장 초임이 1억2000만원선인 데 반해 중국 항공사들은 1억5000만~1억7000만원대까지 '후한' 연봉을 내세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내 집과 자가용 제공, 학업지원은 물론 자녀양육 및 국제학교 취학 등은 덤이다.

파격적인 조건에 다수 조종사가 한번쯤 이직을 고려하는 형편이다. 실제로 최근 대한항공 노조가 조종사 48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344명(72%)이 이직을 고려중이라고 답했다. 이직을 고려하는 가장 큰 이유로 '경제적 이유'를 꼽은 조종사가 155명으로 가장 많았다.

대한항공 (20,850원 ▲450 +2.21%)의 한 조종사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조종사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여서 좋은 조건이면 옮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옮긴 항공사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다른 곳으로 또 옮길 여지가 커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10,910원 ▲460 +4.40%)항공 등 대형사가 'A380' 등 차세대 항공기를 대거 도입하고 저비용항공사들도 해외노선 개척이 경쟁적으로 이뤄지는 것도 조종사 품귀현상의 원인 중 하나다.

대한항공이 경력직 조종사를 모집하면서 에어부산 출신의 조종사를 채용,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한 것은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임금이 적더라도 대형사에서 저비용항공사로 옮기는 경우도 있다. 저비용항공사는 근거리노선을 오가 가족들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게 매력이다.

객실 승무원 채용시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조종사에 비해 공급이 달리지 않지만 경력직은 얘기가 다르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최근 채용한 객실 승무원 500명 가운데 경력직이 42명으로 8.4%를 차지했다. 대한항공은 하반기에도 500명을 추가 채용할 계획이다.

제주항공의 경우 최근 실시한 경력직 객실 승무원 채용에 국내외 대형항공사 승무원 134명이 지원했다. 대한항공을 비롯해 에미레이트항공, 카타르항공 등 중동 항공사와 에어차이나, 동방항공, 홍콩익스프레스 등 중국계 항공사, 이스타항공 등 국내 저비용항공사까지 7개사 출신 14명을 뽑았다.

저비용항공사들은 수익성이 안정화 단계에 들어섰고 장시간 비행을 하지 않아 근무 피로가 덜한 게 배경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임금 또는 근무조건에 따라 승무원들이 이직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 게 사실"이라며 "항공사 입장에서는 투자해 양성한 인력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