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 170억 매출 辛라면블랙…과징금은 1.5억 '솜방망이'?

지난 4월 중순 출시 이후 두 달 반 동안 170억원의 매출을 올린 농심 (402,500원 ▲5,000 +1.26%) 신라면 블랙이 '허위·과장' 표시로 1억5500만원의 과징금을 물게 되자 일각에서 '솜방망이' 처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7일 농심이 신라면 블랙에 대해 허위·과장 표시와 광고를 한 것으로 인정해 시정명령을 하고 1억5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과징금 액수는 신라면 블랙이 출시된 4월 12일부터 이 사건 심의일인 지난 24일까지의 신라면 블랙 매출액에 근거해 산정됐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공정위가 농심으로 부터 제출받은 해당기간의 매출액은 172억원 정도로 이 중 0.9%가 과징금으로 적용됐다.


관련기사☞ 辛블랙도 과징금… 속타는 식품업계 "만만한 건지"

이에 대해 소비자 단체 등을 중심으로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징금은 이 제품 매출의 2%인 약 3억5000만원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까지 부과할 수 있는데 이 한도에 훨씬 못 미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 소비자는 "170억의 매출 중에는 허위 표시를 보고 구매한 소비자들의 비용이 들어간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현행 '법규'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현행 시행령과 부과 고시에 따라 절차대로 공식을 대입해 보니 0.9%의 과징금을 부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로 인해 농심은 당장의 과징금 보다는 회사 이미지나 추후 매출에서의 타격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공정위로부터 시정 명령을 받은 이상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허위 광고를 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될 전망이다. 포장지에서 더 이상 '완전식품에 가깝다'는 등의 표현은 쓰지 못한다.

신라면 블랙은 출시 이후 숱한 화제를 뿌리며 호기심 수요까지 가세해 첫 달에만 94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이후에도 꾸준히 구매가 이어지는 추세였다. 회사 안팎에서 '히트 상품'이라는 평가가 따랐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인해 순항해오던 매출에도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신라면 블랙은 다른 라면과 차별화된 영양 성분을 강조해왔지만 '허위·과장'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지면서 고가(高價)의 명분과 당위성을 갖추기 어려워져서다. 공정위도 발표에서 여러 차례 가격 합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때문에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에 대비한 가격 인하 등의 조치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일부에서 나온다. 이와 관련 농심 측은 "신라면 블랙은 정직한 제품"이라면서도 "가격 조정 여부는 아직 논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