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줄지않는 길거리 고양이"...중성화 사업 실효성 의문

(서울=뉴스1 권은영 기자)

News1 권은영 기자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혼자 자취를 하는 이경민씨(22여)는 요즘 밤길이 무섭다. 공부를 하다보면 밤늦게 귀가하는 날이 잦은데 골목에서 자주 고양이가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이씨 집 앞에서 고양이 5~6마리가 모여서 우는가 하면 고양이 배설물 때문에 악취가 발생해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거리의 고양이들은 또 음식쓰레기를 파헤치는 주범이기도 하다.

관악구 주민 김모씨(33)는 “고양이들이 음식 쓰레기를 다 헤쳐 놓으면 치우는 일이 고역”이라며 “조만간 구청에 민원을 넣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길고양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8년부터 ‘고양이 중성화 사업’(TNR)을 시행하고 있지만 효과가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예산과 인력이 부족해 동물 병원의 참여가 저조할 뿐 아니라 민원에 비해 고양이 수술률이 적어 길고양이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양이 중성화 사업 실효성 없어

2008년 1월27일 동물보호법이 개정된 이후 길고양이 문제를 인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그해 3월1일부터 시내 25개 자치구에서 TNR사업을 실시해왔다.

TNR은 ‘잡아서 중성화한 후 다시 돌려 보낸다’는 의미의 ‘Trap-Neuter-Return’의 머릿글자를 딴 것이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자료 조사에 따르면 서울지역에서 중성화 수술 후 방사된 고양이 수는 2008년 4085마리, 2009년 4929마리, 2010년 5866마리였다.

그 수는 조금씩 증가하고 있지만 60일 동안 한번에 5~6마리의 새끼를 낳는 고양이 번식속도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렇다 보니 각 구의 고양이 관련 민원은 줄지 않고 있다.

마포구청의 경우 TNR사업 이후에도 끊임없이 민원이 발생하고 특히 날씨가 무더운 6~9월 사이에는 민원이 하루에 10~20건 접수되기도 한다. 서대문구는 한 달에 10~26건 정도이다.

윤성환 마포구청 지역경제과 주무관은 “민원이 많은 지역 우선으로 사업을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민원은 계속 들어온다”며 “고양이 번식속도를 따라가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2007년 용산구와 강남구에서 시범사업을 할 당시 서울시는 소음(발정음)관련 민원이 173건에서 120건으로 약 29% 감소했다고 홍보했었다.

사업 4년 차가 흐른 지금 서울시 동물관리팀 관계자는 “민원 발생 수는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따로 측정하지는 않는다. 이는 하루아침에 표시 나는 게 아니다”며 한발짝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수술비로 지원하는 금액이 적어 병원들의 참여율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News1 권은영 기자

■수술비 지원 턱없이 적어 병원 참여도 낮아

서울시의고양이 TNR사업 올해 예산은 약 5억 원. 이 중 50%가 25개구에 보조금 형태로 지원된다.

각 구에서는 인근 동물병원에 용역을 주고 고양이 한 마리당 9~11만 원 정도의 수술비를 지원한다. 병원에서는 고양이 포획자를 따로 고용해 수술을 한 뒤 방사한다.

하지만 실제 병원에서 중성화 수술에 드는 비용은 암컷은 25만~45만 원, 수컷은 20만 원선이기 때문에 병원으로서는 타산이 안 맞을 수밖에 없다.

송파구의 경우 현재 TNR사업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동물병원은 단 1곳에 불과했다. TNR사업에 참여했다 그만둔 송파구 J 동물병원 원장은 “제한된 예산에서 정해진 고양이를 수술해야 하다 보니 어려운 점이 많아 지속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관악구도 낙찰 방식으로 동물병원 1곳을 지정했지만 인력 부족으로 또 다른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관악구 지역경제과 관계자는 “TNR사업이 효과를 거두려면 더 많이 포획할 인력이 필요한데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성북구, 마포구 등 15개 자치구에서는 현재 경기도 양주에 있는 동물구조관리협회에 위탁해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관리협회에서는 포획을 하고 수술은 관내 협력 동물 병원에서 돌아가면서 하는 방식으로 부담을 줄였다. 하지만 이곳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성북구 경제환경과 관계자는 “병원 참여가 적어 동물구조관리협회에 위탁을 맡겼지만 사업예산이 작년에 비해 1200만 원 정도 줄어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동물 복지 예산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라 요청이 들어왔어도 수술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서대문구관계자도 “관련 예산이 부족해 추경예산을 편성해서 하는 자치구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국동물보호연합 이원복 대표는 “TNR은 유기동물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인도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이라며"미미한 수준의 예산을 확대하고 유기동물에 대한 시와 구청, 시민들의 인식을 변화시켜 사업에 대한 의지를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