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경제산업상 "엔고 불평말고 해외 사냥 나서라"

엔고(円高)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엔고의 이점을 이용해 일본 기업들이 해외 투자를 늘리고 자원 확보에 적극 나서줄 것을 일본 경제산업상이 촉구하고 나섰다.

경제산업상의 업무가 일본 산업계의 대외교역도 관장한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발언이다. 지난해 7월 이후 엔/달러 환율이 80엔선을 밑도는 엔고로 인해 일본 수출기업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까닭이다.


에다노 유키오 일본 경제산업상(사진)은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엔고의 장점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며 "가능한 선제적으로 해외 투자와 해외 자산매입에 엔고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에다노 경제산업상은 "일본은 원자재가 부족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러한 (엔고) 기회를 활용해 에너지와 원자재 상품 채굴권을 확실하게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지난 1980년대 엔화 가치가 높을 때도 미국 부동산 시장에 대거 투자하고 해외기업 인수에 적극 나선 바 있다. 이번에도 같은 전략을 전개하겠다는 생각에 더해 무엇보다 자원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머저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해외자산 투자는 695억 달러로 2010년보다 2배 증가했다. 그러나 이는 역대 최고치인 2008년의 742억 달러에 못 미치는 규모다.

이에 에다노 경제산업상은 기업들에 "담대해지라"고 주문하며 "정부만으로는 안되고, 민간이 힘있게 공격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본 정부는 우선 국공영 기업들을 이같은 계획에 동원하고 있다. 일본의 자원개발 기관인 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 등에 해외자산 투자·매입을 위한 자금을 확충시킬 계획이다.

JOGMEC은 내년에 원자재 탐사 및 개발 프로젝트에 927억엔(12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해외 투자액 121억엔에 약 8배에 이른다.

일본 정부는 또 이들 국공영 기업들이 다양한 자산을 살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도 준비 중이다.

민간 기업들은 아직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지만, 무역상사들이 원자재 거래오 거둬들인 막대한 이윤을 바탕으로, 서구의 광산 및 오일업계 경영진을 깜짝 놀라게 할 정도로 해외 자원업체 지분 인수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 미쓰비시상사는 세계 2위 석유회사 로열더치셸이 진행 중인 170억 달러 규모의 이라크 천연가스 프로젝트의 지분 5%를 매입했다. 또 현재 미쓰비시상사와 미쓰이물산은 60억 달러 규모의 칠레 구리광산 운영권 놓고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